"'입주민은 공동투자자'로 여겨 후분양 채택"

박재복 지원홀딩스 회장

  • 이병욱 기자 junny97@kookje.co.kr
  •  |   입력 : 2015-12-21 19:14:35
  •  |   본지 29면
사진=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소비자와 이윤 나누는 정책
- 관행 깨기 위해 꾸준히 추진
- 내년초 1000세대 규모 분양
- 선분양·후분양 절반씩 적용

최근 부산에서 분양 중인 한 소형 아파트의 견본주택을 다녀온 지역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견본주택을 시공사에서 직접 지은 것이 맞느냐'라는 것이다. 부산에서 보기 드문 '명품'이라는 것. 이 같은 반응의 주인공은 부산 향토건설사인 지원홀딩스가 부산 동구 초량동에서 분양하는 '초량역 지원 더뷰 오션'이다.

지원홀딩스는 지역에서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설립된 지 오래되지 않았고, 대규모 단지를 분양한 적도 없다. '더뷰'라는 브랜드도 생소하다. 그러나 이 회사의 계열사를 살펴보면 견본주택을 둘러본 이들의 반응을 이해할 수 있다.

지원홀딩스는 오경종합건설(토목·조경·건축업), 서울조경건설(토목·조경·건축업), 오경ENG(토목·조경업), 오경(주)(부동산임대업) 등을 거느린 지주회사로 부동산 개발과 주택사업을 맡고 있다. 지원홀딩스가 주택사업에 뛰어든 것은 오래되지 않았지만 각 계열사는 지난 30여 년간 해당 분야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졌다. 초량역 지원 더뷰 오션의 시공도 서울조경건설이 맡았다. 지원홀딩스 박재복(59) 회장은 "우리 회사가 경험이 없다는 선입견이 있지만 그 뒤를 받치는 계열사들은 축적된 시공 기술과 오랜 경험을 갖고 있다. 견본주택을 훌륭하게 만들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랜 기간 관급공사 분야에서 탄탄한 입지를 자랑하던 박 회장이 주택건설로 영역을 확장한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회사 전체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관급공사가 아닌 자체 사업이 일정 부분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또 시행과 시공을 동시에 맡을 수 있는 역량을 갖췄기 때문에 주택 사업에 진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원홀딩스는 설립 후 사하구 하단동의 오피스텔과 장림동의 소규모 아파트를 잇따라 선보였다. 두 곳은 공통점이 있다. 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선시공 후분양' 정책을 내세운 것. 여기에는 박 회장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는 "주택건설사는 입주민을 '공동투자자'로 인식해야 한다. 아파트를 지어서 얻는 이윤을 입주민과 나눠야 한다. 선분양 후시공은 건설사와 일부 투기 세력의 이익을 위한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박 회장은 또 "고객이 필요한 시점에서 정상적인 가격으로 집을 살 수 있고, 만약 가격이 오른다면 이익을 얻고 되팔 수 있다. 계약 후 3, 4년 동안 '계약대로 아파트가 제대로 지어질까' 하는 걱정을 할 필요도 없다"고 후분양의 장점을 피력했다.

이 같은 철학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박 회장은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후분양 정책을 썼는데 결과가 좋지 못했다. 그동안 고착화된 관행을 깨기가 무척 어렵더라"고 털어놨다.

이 때문에 현재 분양 중인 단지는 '선분양 후시공'을 택했다. 박 회장은 "이번 분양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에게 늘 미안함을 갖고 있다. 그 대신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다양한 보완장치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지원홀딩스는 내년 3월께 강서구 명지동 일원에 1000세대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를 분양할 계획인데 50%는 선분양, 나머지는 후분양을 적용할 계획이다.

주택문화에 대한 박 회장의 철학은 확고하다. 돈이 없어 '작은' 집에 사는 것이 아니라 작은 공간이 필요해 산다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것. 그는 "저가의 소형 오피스텔이나 아파트는 조망권이나 입지를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정작 돈이 있어도 작은 공간이 필요한 사람이 찾지 않는다. 앞으로 돈에 상관없이 작은 집이 필요한 사람을 위해 가장 비싼 땅에 가장 좋은 재료로 고품격 주거공간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경남 고성 출생인 박 회장은 30여 년 전 부산으로 건너와 사업을 시작했고, 현재 재부산고성향우회 부회장을 맡는 등 부산과 고향을 오가며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