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 폐지가 인권 차원에서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서도 세계 80여 개 나라에서 여전히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집행 건수는 크게 줄고 있는 추세다. 미국에서는 사형제도를 공식 폐지했으나 20여 개 주에서 이를 부활시켰다.

총살은 확실하게 목숨을 거둘 수 있기 때문에 사형의 대표격이 되었다. 중국은 지금도 총살을 선호하는 나라다. 중국은 마약공급업자나 위조지폐 제조업자, 그리고 살인자, 부정부패나 고액 뇌물 수수 공직자 등 중죄인들에 대해 대부분 사형에 처하기 때문에 사형수들이 엄청나게 많다. 이런 연유로 전 세계 사형수의 90%에 해당하는 수천 명의 중국 수인들이 총살로 최후를 맞이하고 있다. 현재는 사라졌지만 중국에서는 사형수 가족들에게 총알 값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 총알 값은 대략 20위안. 우리돈으로 2500원쯤 된다. 돈을 내지 않으면 형 집행을 보류하기도 했다. 그래서 중국인들 사이에서 '죄를 짓더라도 총알 값 물어내게 하진 마라'는 말이 나돌기도 했었다.

사격 국가대표팀의 연습 때 사용되는 탄알값은 한 발에 1000원이 넘는다. 사냥용 엽총의 총알은 3000원이나 줘야 한다. 특히 전시에는 총알값이 엄청나게 들어가기 때문에 이 돈을 아끼려고 '반인륜적'인 방법들이 동원되곤 했다. 2차대전 때 독일은 소련군 포로 5명을 일렬로 세운 뒤 단 한발로 모두 죽였고, 캄보디아 폴포트 정권 때는 총알값이 아깝다며 비닐을 얼굴에 덮어씌워 죽이는 등 차마 필설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잔학한 처형을 자행했다.

최근 대통령 부정선거 시비로 정국이 뒤숭숭한 이란에서 '총알값'이 핫이슈로 떠올랐다. 이란 당국이 격렬한 시위의 와중에서 총을 맞아 숨진 한 청년의 유족에게 '총알 사용료' 3000달러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결혼식을 불과 일주일 남겨둔 아들이 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다 참변을 당한 것도 억울한 판에 총알값까지 내라니 이런 날벼락이 또 있을까. 유족들은 단호히 돈 내기를 거부했고, 당국은 수도 테헤란에서 장례를 치르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총알사용료를 면제(?)해 줬다나. 참 별난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