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 나트륨 섭취 5g이하 권장
- '저염식' 의료계 정설 돼 왔지만
- '섭취 필요' 잇단 연구결과 나와
- 한국인 60~70% 태음인·소음인
- 보충해야 심장질환 예방 도움
고혈압. 너무도 흔하고 친숙한 질병이다. 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30세 이상 남녀의 고혈압 유병률은 31.5%, 65세 이상 고연령대의 유병률은 50%를 웃돌았다. 고혈압은 별 증상이 없다고 방치할 경우 협심증, 심근경색, 뇌졸중, 신부전 등의 합병증으로 발전해 '조용한 살인자'라고 불린다.
고혈압의 치료의 첫 번째 방침은 저염식.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의 주치의가 최초로 창안한 무소금 식이요법은 그간 의료계의 정설이 돼왔다. 지금도 고혈압 환자는 하루 소금 섭취량이 5g(나트륨 2000㎎)을 넘지 않도록 권장받고 있다.
하지만 근래 들어 고혈압 환자에게 적절한 소금섭취가 필요하다는 연구결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미국 코넬 의대와 아인슈타인 의대의 공동연구에서 소금을 많이 섭취한 고혈압 환자군보다 그렇지 않은 환자군에서 심장마비가 일어날 위험이 4배나 높게 나타났다. 또 1998년 마이크 올드만 교수는 1만1346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소금을 적당히 먹는 것이 심장마비를 크게 줄일 수 있으며, 미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고혈압 환자에게 저염식 권장을 빨리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전 세계 52개국에서 진행된 대규모 공동 연구에선 하루 14g 이상의 천연소금을 섭취할 경우 하루 7.2g 이하를 섭취하는 사람에 비해 평균 혈압이 낮았다는 결과가 나왔다. 프랑스 혈관학회 회장이자 디종대학 교수인 앙드레 박사는 천일염을 적절히 섭취하면 되레 혈압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미국심장학회에 발표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고혈압을 치료하거나 예방하기 위해선 어떻게 먹어야 할까. 한의사 한태영 박사는 체질에 따라 소금섭취를 다르게 조절해야 한다는 사상의학 이론을 실제 임상에서 난치성 고혈압과 만성신부전 환자의 치료를 통해 검증했다. 부산대한방병원 사상체질과 배나영 교수도 양인(태양인·소양인)은 싱겁게, 음인(태음인·소음인)은 짜게 먹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 몸에서 수분 흡수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전해질은 나트륨(소금)과 칼륨이다. 짜게 먹으면 몸에 나트륨이 많아져 물을 많이 마시게 돼 혈장량이 늘어나 혈압이 오를 것이라는 가설에 근거해 고혈압 환자에게 나트륨 섭취를 제한하고 있다. 반면 커피 녹차 오이 등 칼륨이 많은 음식을 섭취하면 이뇨가 촉진돼 소변량이 많아져 몸에서 수분이 빠져나가 혈압이 떨어진다.
그런데 나트륨과 칼륨의 흡수, 배설을 조절하는 생리기전은 양인과 음인에 따라 각각 다른 특성을 갖는다. 양인은 봄 여름의 양기가 많은 체질이다. 여름에 나무가 물을 빨아들여 잎이 무성해지듯 양인은 나트륨을 흡수하고 칼륨을 배설하여 몸에 물을 많이 저장하는 특성이 있다. 반면 음인은 가을 겨울의 음기가 많은 체질이다. 겨울에 나무가 물을 내보내 추위를 견디듯 음인은 나트륨을 배설하고 칼륨을 흡수해 몸에서 계속 물을 내보내는 특성이 있다.
우리나라 인구의 60~70%에 해당하는 태음인과 소음인은 생리적 특성상 나트륨은 부족하고 칼륨이 많아 이뇨가 과다해져 소변량이 많고 몸 안에 물(혈액)이 항상 부족, 저혈장량의 상태에 빠지기 쉽다. 바닷물고기가 짠 바닷물을 먹어도 붓지 않는 것은 항상 나트륨을 배설하고 칼륨을 흡수해 몸 안의 물을 내보내기 때문이다. 이처럼 음인은 평소 몸에 물(혈액)이 부족한 상태여서 혈액순환이 느려지고 저혈압이 생기기 쉽다. 이러한 특성을 가진 음인이 나트륨 섭취를 제한하는 저염식을 하게 되면 저혈압과 함께 말초의 혈액순환이 저하돼 산소부족 상태가 된다. 말초의 산소 부족은 뇌로 전달돼 뇌에서는 혈압을 높이기 위해 심장을 과수축시켜 결국 보상성 고혈압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는 최근 진행된 연구에서도 확인됐다. 2011년 미국 심장학회지에 발표된 연구결과에 의하면 3681명의 건강한 사람을 상대로 8년간 실시한 연구에서 저염식은 오히려 혈압을 높여 심장마비를 일으킬 위험이 더 커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같은 해 미국에서 진행된 6개의 연구를 분석한 결과, 소금을 적절히 섭취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고혈압, 심장질환, 뇌졸중 등의 사망 위험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태음인과 소음인은 소금을 적절히 섭취해 몸 속의 부족한 나트륨을 보충해야 혈장량이 늘어나 혈압을 정상으로 유지하고 심장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이제마의 사상의학서 동의수세보원에서도 부종병에 걸린 소음인에게 간수(바닷소금)를 매일 반 숟가락씩 한 달간 먹여 치료한 내용이 나온다.
반면 태양인과 소양인은 생리적 특성상 나트륨이 과다하고 칼륨이 부족한 타입이므로 몸에 물을 많이 흡수하여 고혈장량 상태에 빠지기 쉽다. 양인이 짜게 먹으면 몸 안에 물(혈액)이 더욱 많아져 고혈압이 발생한다. 마치 민물고기가 바다에서 짠 바닷물을 계속 먹으면 살지 못하는 이유와 같다. 해서, 고혈압 진단을 받은 양인은 기존의 고혈압 치료 지침대로 저염식을 통해 나트륨 농도를 낮추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
도움말= 배나영 양산부산대한방병원 사상체질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