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 정책'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죽는다

1900년~2007년 美 통계 바탕, 10만명당 자살률 · 살인율 분석

  • 오상준 기자 letitbe@kookje.co.kr
  •  |   입력 : 2012-02-24 20:25:18
  •  |   본지 14면
미국 공화당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 TV 토론회가 지난달 19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톤의 CNN 컨퍼런 타운홀에서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릭 센토럼 전 상원의원, 밋 롬니 전 매사츄세츠 주지사,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론 폴 전 하원의원. 국제신문DB

- 공화당 정권에서는 올라가고 민주당때는 하락 경향 뚜렷
-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해로운가
- 제임스 길리건 지음/이희재 옮김/교양인/1만3000원

자살률이나 살인율과 정치 사이에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 폭력의 원인을 연구하던 미국의 정신의학자 제임스 길리건 뉴욕대 교수는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해로운가에서 충격적인 진실을 파헤친다. '미국에서 보수정당이 집권하면 언제나 사람들이 더 많이 죽는다'는 사실이다. 조효제 성공회대 교수는 이 책을 "에밀 뒤르켐의 '자살론'의 21세기 버전"이라고 평가했다.

저자는 1900년부터 2007년까지 107년간 미국 정부가 발표한 통계자료를 분석했다. 1세기 넘게 일관되게 자살률과 살인율이 동시에 솟구쳤다가 떨어지는 그래프가 나온다. 이 그래프의 수수께기를 몇 년째 풀지 못하던 저자는 우연히 자살률과 살인율의 변화 주기가 대통령 권력교체와 맞아떨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보수정당 공화당 집권기에 그래프가 올라가고 진보정당 민주당 집권기에 떨어지는 경향이 뚜렷했던 것이다.

공화당이 집권한 1900~1912년에는 10만 명당 자살률과 살인율이 15.6명에서 21.9명으로 6.3명 늘었다. 그러나 1913년 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면서 1920년까지 17.4명으로 떨어졌다. 1900~2007년 사이 10만 명당 자살률과 살인율은 공화당이 집권한 59년 동안 19.9명 늘어난 반면 민주당이 백악관을 차지한 48년간 18.3명 줄었다. 결과적으로 107년간 자살률과 살인율은 공화당 집권 때가 민주당 정권보다 10만 명당 38.2명 더 많았다. 현재 미국 인구(3억 명)로 계산하면 11만4600명에 해당한다. 저자는 조사대상 시기를 대공황이나 2차 세계대전으로 구분해 이런 사실을 검증했다.

또 하나 놀라운 발견은 자살률과 살인율 간 상관관계가 있다는 점이다. 통념으로 보면 살인은 나쁜 범죄자가 저지르고, 자살은 슬프거나 미친 사람이 하는 일이다. 그러나 통계 수치는 통념을 뒤집고 자살과 살인은 개인적인 사건이 아니라 동일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 사회적 현상임을 보여준다.

저자는 감춰진 진짜 범인으로 '불평등'을 지목했다. 공화당은 최상류층을 위한 정책을, 민주당은 저소득층과 중산층을 위한 정책을 편다. 상위 1%에 부를 몰아준다면 나머지 99%는 가난해질 수밖에 없는 법. 공화당은 실업, 경기 위축, 소득과 재산의 불평등을 키우며 빈부 격차를 늘렸고 이는 자살과 살인으로 이어졌다는 뜻이다. 저자는 "쓸모없는 사람이 되었다는 수치심이 자살과 살인을 부추긴다"고 설명했다.

이 책의 결론은 다른 정치인보다 더 해로운 정치인이 분명히 있다는 사실. 그들이 나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그들이 추구하는 정책이 죽음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내 가족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대통령 후보 개인보다 그가 속한 정당을 보고 투표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했다.

올해 총선과 대선을 앞둔 우리나라 유권자에게 이 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의 2010년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31.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1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