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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랜스페인팅(Trans-Painting)이란 새로운 미술 세계를 개척해 가고 있는 장승택 작가의 작품. 갤러리 데이트 제공 |
붓과 캔버스를 벗어난 회화는, 회화인가? 장승택은 붓과 캔버스를 떠난 지 오래다. 회화의 순수성을 주장하는 서구 모더니즘의 논리라면 그의 회화는 회화가 아닐 것이나, 빛과 색의 물질적 표현이 회화의 가장 중요한 본성이라고 한다면 그의 회화는 분명, 회화다.
붓을 떠나 다양한 재료로 실험을 거듭하는 장승택은 1989년 파리에서의 첫 개인전 이후 물감안료를 통해 다다른 빛의 세계와 움직임에 스며든 정신을 탐구하는 작가로 알려졌다. 첫 개인전 후 5년간 장승택의 물질에 대한 탐구는 절정에 달한다. 캔버스 표면 위 물감이 가지는 물성으로 만족하지 못한 그는 오일, 왁스, 파라핀, 합성수지, 소금, 그을음 등 회화작가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재료들을 이용해 다양한 물성에 대한 실험을 해 왔다.
그가 부산에서의 두 번째 전시회를 해운대구 중동 갤러리 데이트에서 열고 있다. 이번 전시에 새롭게 시도된 작품 세계는 트랜스페인팅(Trans-Painting)이다. 유리라는 재료를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투명하고(transparent), 방법상에서 단위 작품들을 조합해 회화 형태를 변형(translate)한다는 의미로 트랜스페인팅이라 이름 붙였다. 더 넓은 의미에서 '변화하는', '넘어서는'이라는 뜻의 'trans-'와 그림을 뜻하는 'painting'을 합쳐, 붓과 캔버스를 사용하는 전통적 회화를 벗어난 새로운 방식의 회화라는 의미도 내포돼 있다.
작업방식도 특이하다. 두께가 있는 알루미늄 프레임 위에 색칠한 반투명 강화 유리를 얹거나, 유리 위에 여러 겹의 폴리에스테르필름을 얹고 일정 공간을 띄운 후, 색을 칠한 포맥스 패널(간판이나 홍보물 등을 만들 때 쓰이는 재료)로 뒷면을 막는 방식으로 제작한다. 이렇게 완성된 작품은 색채의 면과 공간감으로 생긴 면으로 나누어지면서, 깊은 터널 혹은 블랙홀로 빨려드는 듯한 시각적 효과를 나타낸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일반 캔버스로는 맛볼 수 없는 오묘한 색채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다. 반투명 강화유리에 색을 칠하지 않고 강화유리 안쪽 테두리를 따라 채색해 마치 흰 면의 가장자리에서 색(또는 빛)이 은은하게 번져 나오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보는 방향이나 각도, 거리에 따라 색은 강화유리 표면에서 반사되거나 미묘한 변화를 일으켜 관람자를 깊은 사색의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이런 효과는 작가가 일정 정도 빛이 투과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해 회화의 사각 틀 안에서 빛과 반응하는 색을 드러내는 데 초점을 두었기에 가능하다. 그를 두고 '빛과 색을 탐구해온 작가'라고 칭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음 달 4일까지 전시. (051)758-98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