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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꼭 알아야 할 위트컴 장군] <9>부인 한묘숙 여사, 북한 25회 방문

남편 유언 받들어 6·25 미군 유해 발굴 차원
'이중간첩' '마타하리' '대북 로비스트' 오해도
2017년 1월 별세…부산대학교장(葬)으로 엄수
오상준 기자 letitbe@kookje.co.kr | 2022.11.21 07:32
리차드 위트컴(1894~1982) 유엔군(미군) 부산군수기지사령관의 부인 한묘숙 (1927~2017) 여사는 6·25전쟁 때 전사한 미군 유해를 발굴하기 위한 정보를 수집하느라 북한을 25회 방문했다.
1989년 북한 허담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한묘숙 여사에게 보낸 초청장. 안기부에 원본을 빼앗겼지만 한 여사는 복사해놓았다.
남몰래 이런 활동을 하다 보니 ‘이중 스파이’ ‘마타하리’ ‘대북 로비스트’ 같은 별의별 소리를 다 들었다. 한 여사가 남편인 위트컴 장군의 유언을 받들어 위험을 무릅쓰고 하는 활동임을 몰라서 생긴 오해다.

한 여사는 북한에 들어가려고 1970년대부터 홍콩과 중국을 100번 넘게 오가며 북한 측 인사와 만났다. 미군 장성 출신의 위트컴 장군은 대외적으로 알려져 직접 나설 수 없어 한 여사가 이런 활동을 대신했다. 위트컴 장군은 과거 주프랑스 미국대사관에서 무관으로 일할 때 사귄 중국 고위층을 소개해주며 측면 지원했다.

한 여사는 1989년 허담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의 초청장을 받아 1990년 6월 북한 땅을 처음 밟을 수 있었다. 홍콩과 중국을 드나든 지 11년 만에 본 결실인 셈이다.

첫 북한 방문에는 고초가 뒤따랐다. “당시 허담은 김신(백범 김구 선생 아들), 김복동(당시 노태우 대통령 처남), 저 이렇게 세 명을 초청했습니다. 김신은 김일성이 죽기 전에 꼭 한번 보고 싶다고 초청했어요. 둘은 안 간다고 해서 저만 북한에 들어갔어요. 김포공항에 내리자마자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에서 나와 저를 조사했습니다.”

한 여사는 미국 시민권자인데다 미군 장군의 미망인이어서 사흘 만에 무사히 풀려났다. 당시 노태우 대통령 재임 시절 실세로 통하던 박철언 대통령 정책담당 보좌관은 자신의 회고록 『바른 역사를 위한 증언』 2권에서 한묘숙 여사를 ‘정체불명의 여인’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한 여사는 북한에 갈 때마다 사재를 털어 의약품과 옷을 마련해 미군 유해 발굴과 송환을 타진했다. 옷의 경우 ‘한국산(Made in Korea)’이라는 상표를 떼고 가져갔다. 1991년 11월 북한에서 주는 노력훈장을 받기도 했다. 이런 노력에도 미군 유해 발굴은 별 성과가 없었다. “탈북자나 조선족을 상태로 미군 유해에서 나오는 도그 태크(군번줄)를 가져오면 500~1000달러를 줬어요. 군번줄 300여 개를 모았지만 전부 가짜였죠. 간혹 미군 유해라며 뼈를 들고 오는데 확인해 보면 소 뼈다귀였어요.”
한묘숙 여사가 1991년 북한 정부로부터 받은 노력훈장. 오상준 기자
기자가 2012년 6월 1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묘숙 여사의 자택을 찾아 인터뷰했을 때 한 여사는 위트컴 장군의 사진을 쳐다보며 “장군과 약속한 만큼 죽을 때까지 미군 유해 발굴을 하겠다”고 입술을 깨물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한 여사 역시 부산과 아주 특별한 인연이 있다. 아버지 직장 관계로 부산에서 4년간 살면서 부산고등여학교(현 부산여고)를 다녔다. 한 여사의 친언니는 작고한 유명 여류소설가 한무숙 씨. 한무숙 씨는 1948년 국제신문 장편소설 모집에 <역사는 흐른다>로 당선되면서 화가에서 소설가의 길을 걸었다. 여동생 역시 가야금 명인 황병기의 아내인 소설가 한말숙 씨다.

한묘숙 여사가 2017년 1월 1일 별세하자 부산대는 위트컴 장군과 한 여사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부산대학교장(葬)으로 장례를 치렀다.
2017년 1월 4일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 내 리차드 위트컴 장군 묘역에서 한묘숙 여사의 안장식이 열리고 있다. 국제신문 DB
장례위원장은 당시 전호환 총장(현 동명대 총장)이 맡았다. 전호환 총장이 쓴 <‘부산의 마더’ 한묘숙 여사를 추모하며>라는 기고문이 국제신문 2017년 1월 9일 자에 실렸다. 전 총장의 표현대로 한묘숙 여사는 부산의 위대한 어머니다.

국제신문 2017년 1월 9일 자 기고 ‘부산의 마더 한묘숙 여사를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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