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는 전국 7대 특별·광역시 중 처음으로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화 사회가 되었다. 인구는 매달 2000명 감소하고 있고, 고령인구는 매달 2000명씩 증가하고 있어서 부산의 고령화 속도는 타지자체보다 빠르다.

그림= 서상균 기자

이로 인해 노인 복지 예산 비중은 크게 늘었다. 2011년 4231억 원이었던 노인 복지 예산은 2020년 1조7103억 원으로 배 이상 증가한 상태이다. 대부분은 기초연금 지급 때문에 늘어난 것이며, 실제 65세 이상 노인의 41.7%가 기초연금 외 별다른 수입이 없고 국민연금 수급률도 지난해 기준 44.3%에 불과한 실정이라 노인의 빈곤 문제 역시 부산시의 큰 부담이다.

노인들에게 시급하게 필요한 것은 돌봄과 일자리이다. 먼저 돌봄 영역은 2020년 1월 2일부터 노인맞춤돌봄서비스로 통합 개편되어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진입을 최대한 늦추고 집과 지역사회에서 건강하고 독립적인 노후 생활을 영위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제도 개편 이후 여전히 사각지대가 있고 기존 재가노인지원서비스센터의 역할 정립 등이 아직 숙제로 남아있다. 이런 문제 인식으로 인해 ‘부산형 통합돌봄 추진 기본계획(2021~2024)’이 수립되었으며, 이는 환영할 일이다. 기본계획 안에는 ‘사는 곳 가까이 15분 원스톱 통합돌봄창구’ 등의 시설 확충이 있는데, 이는 노인들이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고 노인 서비스 지원체계가 복잡하여 이를 일원화하는 소통 창구를 만들기 위함이다.

여기에 기능을 더하여 ‘노인데이터통합센터’를 구축하는 것은 어떨까? 노인데이터통합센터는 노인들의 건강정보, 신체기능 등을 포함한 개인건강기록(PHR)을 관리하여, 개별적인 최적의 서비스를 자동으로 추천하고 선별해주는 곳이다. 다리가 불편한 어르신이 발에 적용하는 보조기기를 하나 지원받으려고 해도 4개 부처, 8개의 법령에 의한 지원을 노인들 스스로 알아보고 해결하기란 어렵다. 따라서 그들의 입장에서 쉽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노인들이 장기요양보험 서비스를 받지 않아도 될 만큼 건강하고 독립적으로 지내실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2017년도 부산시 노인장기요양보험 투입예산은 470억 원 정도였지만 2021년 예산은 1180억 원 정도이다.

병원에 수가가 없어서 측정하기 어려운 노인들의 신체기능 데이터를 디지털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노인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지원서비스를 추천해줄 수 있다면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주거와 돌봄서비스를 융합한 ‘케어안심주택’과 재가의료급여환자 관리, 요양병원 퇴원환자 연계 등에도 이런 기술들을 적용하여 장기요양보험 투입예산의 증가율을 떨어뜨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복지와 의료에 모두 적용될 수 있는 기술 개발과 적용은 최신 기술들이 종합적으로 구현되어야 하는 신사업이다. 이 분야가 발전된다면 노인들은 자기의 데이터를 제공해주는 데이터 생산 노동자로서 새로운 일자리를 얻을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노인들을 위한 젊은이들의 신규사업이 열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부산시는 마을건강센터, 마이데이터사업, 모빌리티 기반 헬스케어 유연의료서비스 등 노인복지와 의료적 인프라가 좋은 도시이다. 노인 복지를 이끌고 있는 부산시, 노인들의 건강관리를 책임져야 하는 의료계, 부산에서 새로운 사업을 만들 수 있는 청년들과 이를 지원하는 학교, 기업 등이 모두 나서야 할 때이다.

저성장·인구감소 시대를 인정하고 부산만의 특색 있는 노인정책으로 행복한 도시를 다함께 만들어가자.

부산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