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고의 해양수산도시라고 하는 부산시 홈페이지를 한번 살펴보자. 그 어디에도 수산의 미래는 담겨 있지 않다. 핵심프로젝트사업은 물론 분야별 정보에서도 해양 부분에 가려져 있다.
선박수리조선단지 조성과 수산물류무역기지 조성 정도가 부산시가 보는 수산업의 미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부산시는 얼마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부산수산식품 수출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다. 이때 언론보도를 통해 “부산은 어업생산량 전국 3위, 수산식품 생산량 전국 1위의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수산업도시이며, 전국최대의 위판장인 부산공동어시장과 국제수산물도매시장, 냉동·냉장창고등이 있어 물류·유통에 유리하다”며 “또한 수산업 관련 대학과 국립수산과학원까지 자리하고 있어 고부가가치 상품을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우리 어업인이 바라보는 부산시의 수산비전은 생산기반 육성보다는 원물은 수입에 의존하고 경제적 가치가 낮거나 종사자가 적은 산업으로 부산의 관심 밖 산업임을 알리는 시그널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수산업에 대한 소극적인 시정은 태풍 내습시 피항처 문제에서도 알 수 있다. 태풍이 발생하게 되면 우리 어선들은 남항을 떠나 피항처를 찾아 나서야 한다. 현재는 제5부두에 관공선, 바지선들과 치열한 경쟁속에 일부 어선이 자리를 확보했지만 나머지 선박은 거제 통영 삼천포항 등지로 피항지를 찾아 이동해야 한다. 최고의 어항이라는 남항에 악천후시 어선 한 척 없이 텅빈 광경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 없다
하지만 이마저도 북항재개발 제3단계 구간에 포함되어 몇 년 후에는 피항지 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타 지방으로 피항시 막대한 경비발생 등으로 어업인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지만, 부산시는 남항의 피항처 마련을 위한 ‘남외항 일자파제제 건설’ 계획만 발표하고 예산 탓만 하며 구체적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
또한 부산공동어시장의 현대화 사업에서도 수산업을 위한 시정은 찾아 볼 수가 없다. 2014년 1729억 원의 총사업비 결정 이후 8년이 지난 지금 첫삽은커녕 수차례 협의자리에서 공영화를 해야 되고 시의회와도 논의되지 않은 새로운 조건을 내세우면서 현대화사업을 지연시키고 있다.
부산시가 꼭 지분에 참여해야만 어시장의 현대화가 가능한 것일까? 어업인의 입장에서 사업방향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관료의 편향적인 시각으로 어시장 경영에 관여를 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대부분의 정부산하기관인 공기업을 매각 또는 민영화하는 지금 왜 공영화에 집중하는지 납득할 만한 설명도 없다.
국제수산물도매시장의 전례를 보더라도 시대착오적인 행정의 오류로 인해 지금은 그 목적과 맞게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타 지자체에서는 자천타천으로 대규모는 아니더라도 선단 유치를 위해 물밑작업이 한창 이루어 지고 있다. 날로 급증하는 유류 비용등의 경비를 절감하고 구인난 해소를 위해서는 선단 슬림화가 절실한데 대형선망업계도 부산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이들 지자체의 손짓을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 같다.
부산시는 서서히 부산을 떠나는 수산업의 현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 생산자가 위판하기 불편하고 노후된 위판장, 피항할 곳 없는 부산에 어선들이 과연 입항할 이유가 있을까?
어시장의 현대화는 단순히 건물을 새롭게 재건축하거나 법인을 지원하는 관점이 아니라 시설현대화를 통해 위판구조를 개선하고 보다 많은 어선을 부산으로 유치함으로써 생산 및 부가가치, 취업 유발과 관련산업의 육성을 위해서라도 시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누구나 조선강국을 외치고는 있지만 고도화된 선망어선을 제대로 신조할 수 없는 현실에 이 낡은 배로 우리 어업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승선할 젊은이가 있을까? 그리고 조업할 어장은 있을까? 하는 물음을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시장님께 고한다. “그 어디에도 수산은 없다”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관 입장이 아닌 어업인의 입장에서 생산기반 시설 투자를 위한 대정부 활동과 함께 부산시의 과감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대형선망수협 조합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