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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을 위해 1980년 광주를 노래한 오월의 노래를 다시 부른다. ‘봄볕 내리는 날 뜨거운 바람부는 날, 붉은 꽃잎 져 흩어지고 꽃향기 머무는 날, 묘비없는 죽음에 커다란 이름 드리오, 여기 죽지 않은 목숨에 이 노래 드리오, 사랑이여 내 사랑이여’.
세상에서 가장 잔혹한 악행이 무엇일까? 일반적인 악행은 타인을 괴롭혀 마음을 통제하거나, 물리적 폭력을 사용해 행동을 강제하거나, 거짓을 이용하여 재물을 빼앗는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끝나지 않고 사람을 죽이는 단계로까지 나아가면 악행의 잔혹성은 더한다. 이런 악행이 개별적 차원이나 조직범죄와 같은 집단적 차원에서 발생하더라도 국가의 사법체계가 제대로 작동되면 사회질서는 유지된다. 그러나 전쟁의 경우 이런 악행이 잔혹하게 개별적, 조직적 국가적 차원에서 폭넓게 자행된다는 점에서 최악이라는 것을 우리는 안다. 그런데 국가의 폭력수단을 합법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어떤 집단이 자신의 기득권을 위협하는 국가조직 체계를 불법적으로 무너뜨리자 그것에 저항하는 비무장 국민을 집단학살하는 악행은 어떤 등급으로 평가해야 하는가? 전쟁과 버금가는 최악의 악행이라고 본다.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국민을 자국 군대가 집단학살했다는 점에서 1980년 광주와 2021년 미얀마는 너무 닮았다.
정상인들이 악행을 범하지 않은 이유는 악행의 결과가 가져올 미래여파에 대한 계산능력이 있고 또한 상대의 고통에 대한 공감능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타인에 대한 공감 무능력이 바로 악이다’고 규정했다. 타인의 고통을 헤아릴 줄 모르는 생각의 무능은 말하기·행동의 무능을 낳아 수백만의 생명을 양심의 가책 없이 죽일 수 있는 잔혹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미래여파에 대한 계산능력 부재로 자신의 현재 이익에만 집착하여 자신 이외의 관계를 적대시하고 미지의 미래가 현실화되면 정상인이 이해할 수 없는 근거와 거짓을 동원하여 자기를 합리화하고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다. 나치정권 하에서 유대인 학살 실무책임자였던 아이히만은 1961년 이스라엘 법정에서 이렇게 말했다. “전 지시대로 했을 뿐이다. 그 사람들이 죽든 말든 명령은 수행해야 한다. 행정적인 절차니까. 나는 무죄다. 나는 유대인을 죽이지 않았다.” 1988년 광주청문회 당시 많은 군장성이 고뇌없이 명령에 복종했을 뿐이라는 진술태도와 최근 사자명예훼손 재판에서 많은 증언과 자료가 있음에도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헬기 사격을 증언한 조비오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로 비난한 전직 대통령 태도와 유사하지 않는가? 지만원 씨를 포함한 일부 극우편향 학자들과 언론들이 내세우는 증거와 주장을 보면 공감 무능력한 지식인들이 어떻게 초현실 세계에 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면 어떻게 사회에서 이런 악행의 작동을 줄일 수 있는가? 악인들에게 두려움을 심어줄 만큼 단호하게 개별적 사회적 관계를 청산하는 것이다. 용서는 하되 잊지 않기 위해 독일이 후세에게 나치 악행의 실체를 교육하고 이스라엘이 아직도 전범들을 추적하고 있는 이유이다. 또한 법치주의에 기반한 민주주의와 타인을 배려한 다양성 존중 사회를 통해 이런 악인들의 활동공간을 축소해야 한다. 심리학자 스티븐 핑커는 우리 인류가 민주주의와 다양성을 수용함으로써 인구 10만 명당 타살률을 극적으로 0.3명까지 줄였다고 보고하고 있다. 우리의 마음을 악행의 노예로 삼는 자들에게 저널리스트 갈레아노는 이렇게 경고하고 있다. ‘역사는 결코 작별하지 않고 항시 다시 만나자고 말한다’. 정훈희의 슬픈 목소리를 통해 광주와 미얀마에서 군대의 악행으로 쓰러져간 영혼들이 ‘날 붙잡지 못한 걸/후회하지 말아요, 날 기억해주는 것/그걸로 되었소’ 하며 부채의식으로 가슴 아파하는 우리를 오히려 위로하는 것 같다. 그들을 향해 나는 세 손가락을 들어 올린다.
한국해양대 국제무역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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