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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의 오션월드<14>북극과 남극을 오가는 바다새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 2021.08.28 11:11
2008년 북극 탐사를 준비하면서 1년 여 시간을 두고 자료를 조사했다. 그중 가장 흥미로웠던 이야기는 북극제비갈매기의 삶을 기록한 논문에서 찾을 수 있었다. 지구상에서 가장 먼 거리를 날아다니는 무게 125g 남짓한 작은 새, 그리고 그들의 독특한 육아법은 기자의 본능적 호기심을 자극했다.

북위 78도에 위치한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군도 스피츠베르겐 섬에 도착한 뒤 북극제비갈매기를 찾아 나섰다. 스피츠베르겐 섬 해안을 지나는데 나지막한 언덕 위에 앉아 있는 솜털이 뽀송뽀송한 새끼가 눈에 띄었다. 새끼가 있다는 것은 근처에 어미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새끼를 가진 어미는 신경이 예민해져 있다.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는데 날카로운 금속성 울음소리와 함께 어미새가 나타났다.
북극제비갈매기-무게 125g 정도의 작은 새 북극제비갈매기는 지구상에서 가장 먼 거리를 날아다니는 새이다.
북극제비갈매기는 강하고 무서운 새다. 자신의 영역 안으로 누군가 들어오면 상대를 가리지 않고 날카롭고 강한 부리를 앞세운 채 맹렬한 속도로 내리 꽂는다. 멋모르고 이들의 영역에 들어갔다가는 북극제비갈매기의 공격으로 머리에 상처를 입기도 한다. 그래서 이들을 관찰하는 조류학자들은 머리를 보호하는 헬멧을 착용한다. 흥분한 새들이 공격을 시작하면 스틱 등을 머리 위로 들고 서 있어야 한다. 그러면 새들은 스틱 끝을 쪼아대므로 부상을 막을 수 있다.
북극제비갈매기2-북극제비갈매기는 자신의 영역 안으로 들어온 대상이 누구이든지 가리지 않고 공격한다. 남극 킹조지섬에서 만난 북극제비갈매기 한 쌍이 자신들의 보금자리로 들어온 남극갈매기를 공격하고 있다.
언덕 위를 선회하던 어미 새가 사냥한 물고기를 입에 문채 새끼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여느 새와 달리 물고 온 먹이를 새끼에게 슬쩍 보이더니 다시 날아올라 언덕 아래에 던져 버렸다. 날지 못하는 새끼는 먹이를 찾기 위해 작은 다리를 뒤뚱거리며 언덕을 내려가야만 했다. 새끼가 언덕 아래까지 내려와 먹이를 입에 물려는 순간 기다리고 있던 어미는 먹이를 낚아채 다시 언덕 위로 옮겨 놓았다. 새끼 새는 조금 전 힘겹게 내려왔던 언덕을 다시 열심히 올라가야만 했다. 혹독한 북극의 겨울이 시작되기 전 여름을 맞이하는 지구 반대편 남극으로 날아가기 위해 어미는 새끼를 강하게 단련시키는 중이었다.
북극제비갈매기3-어미가 가까이 오자 새끼가 입을 벌리고 반기고 있다. 하지만 어미는 새끼에게 먹이를 슬쩍 보여줄 뿐 입에 넣어주지 않는다.
북극제비갈매기4-어미는 새끼를 외면한 채 먹이를 물고 언덕 아래로 내려가고 이를 지켜보는 새끼의 생뚱 맞은 표정이 흥미롭다.
북극제비갈매기5-새끼가 먹이를 찾아 언덕 아래로 내려가자 기다리고 있던 어미가 다시 언덕 위에 먹이를 던져 버렸다. 언덕 아래까지 내려온 새끼는 다시 언덕을 올라야 한다. 어미는 이런 방식으로 먼길을 떠나기 전 새끼를 단련시킨다.
북극과 남극을 오가는 북극제비갈매기는 지구상에서 가장 먼 거리를 옮겨 다니는 새이다. 북극의 여름인 4~8월에 걸쳐 북극에서 번식하고 새끼가 어느 정도 성장하면 남극으로 이주해서 여름을 보낸다. 그리고 이듬해 남극의 겨울이 시작되는 4월이면 번식을 위해 자기가 태어난 북극으로 돌아간다. 이들의 연간 이동거리는 7만900㎞에 이른다. 신천옹(albatrosses), 흑꼬리도요새(godwits), 검은 슴새(sooty shearwaters) 등도 엄청난 거리를 여행하는 새이지만 북극제비갈매기의 여정을 따라 잡을 수 없다. 몸무게 125g 정도의 작은 새의 몸에서 이런 엄청난 에너지가 나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이들의 강인함은 독특한 육아법과 생존 본능에 있지 않을까.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북극제비갈매기6-먹이를 문채 언덕 위 아래를 오가는 어미를 새끼기 생뚱 맞은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새끼는 어미에게 교육을 받은 대로 자신의 새끼를 단련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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