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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에 삼겹살 얹어 쏙…이 봄의 맛 윤여정은 알까

청도 한재미나리
글·사진=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 | 2021.03.31 19:11
- 영화 ‘미나리’ 흥행에 덩달아 특수
- 한재천 일대서 연간 2084t 생산
- 밀려드는 주문에 출하 손길 한창

- 4월까지 가장 맛있다는 미나리
- 부드러운 식감에 맛·향 뛰어나
- 구워서, 생으로 다양하게 즐겨
- 겨울엔 김장 재료로 색다른 매력

‘아이고, 미나리가 잘 자라네. 데이비사(‘데이빗’아)! 너는 미국서 나서 미나리 먹어본 적 없지? 미나리가 얼마나 좋은 건데. 미나리는 이렇게 잡초처럼 아무 데서나 막 자라니까 누구든지 다 뽑아 먹을 수 있어.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다 뽑아 먹고, 건강해질 수 있어. 미나리는 김치에도 넣어 먹고, 찌개에도 넣어 먹고, 국에도 넣어 먹고, 미나리는 아플 때는 약도 되고. 미나리는 원더풀, 원더풀이란다!’
청도 한재 미나리와 삼겹살은 대표적인 ‘봄 별미’다. 기름에 튀기듯 구운 미나리와 적당히 익힌 삼겹살을 함께 먹으면 아삭하면서도 쫄깃한 식감이 어우러져 감탄사를 절로 나게 한다.
영화 ‘미나리’에서 순자(윤여정)는 손자 데이빗에게 미나리를 이렇게 설명한다. 맞벌이를 해야 하는 딸 내외를 대신해 손주를 키워주러 머나먼 미국까지 온 순자는 미나리 씨를 한국에서 가져와 개천가 수풀에 심는다. 아무 데서나 잘 자라고, 맛있고, 몸에도 좋은 미나리는 타국에서 뿌리를 내리려는 이민 1세대의 고된 여정이라는 영화의 주제를 관통한다. ‘구원’을 위해 좇은 ‘아메리칸 드림’은 절대 녹록지 않다. 하는 것마다 뜻대로 되지 않고 가족이 해체될 위기까지 겪지만 그래도 어디서나 뿌리를 잘 내리는 미나리처럼 이들은 어느새 고난을 극복하고, 더 굳건해진다.

‘미나리’가 골든 글로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에 이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오르는 등 돌풍을 일으키면서 미나리로 유명한 경북 청도가 영화 특수를 누린다. ‘봄 미나리’ 제철인 데다, 영화 인기까지 겹쳐 미나리를 맛보려는 관광객의 발길이 감염병 상황에서도 조심스럽게 이어진다. 청도 곳곳에 설치된 ‘청도 미나리 맛을 윤여정은 알까? 골든 글로브 최우수영화상 수상을 축하합니다’는 한재미나리생산자연합회 명의의 현수막이 여행자를 반긴다.

■“미나리는 한재 미나리”

청도제일한재미나리 농장 한쪽에서는 미나리꽝에서 수확한 미나리를 분류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저 (고개) 넘어도 미나리를 키우긴 하는데 맛은 이곳과 비교할 바가 못 돼요. 여기가 기후가 좋고 토양이 적당해서인지 미나리가 유독 맛있어요. 드셔보시면 알 겁니다.”

청도 화악산 동남쪽 한재천 일대(청도읍 초현리 음지리 평양리 상리) 골짜기를 따라 형성된 미나리꽝의 ‘청도 한재 미나리’가 유명하다. 한재 미나리가 유독 맛있는 이유를 청도제일한재미나리 성갑천(77) 사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경북 청도군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426개 농가가 156㏊(약 156만 ㎡)에 미나리꽝을 운영한다. 연간 생산량은 2084t, 수입은 160억 원에 달한다. 이들 미나리 농장은 특히 한재천 일대에 집중적으로 몰려 있다. 퇴직 후 지난 16년간 이곳에서 미나리 농장을 꾸려왔다는 성 사장은 “1990년~2000년대 들어 미나리 농장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한재 미나리가 번성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지금은 한재 마을 입구에서부터 골짜기 윗마을까지 비닐하우스는 물론 미나리와 ‘찰떡궁합’인 삼겹살을 시식할 수 있는 식당들로 빼곡하다. 주말이면 이 ‘봄맛’을 즐기려는 관광객으로 이 일대는 마을 입구부터 막힌다.

밀려드는 주문에 작년 가을·겨울에 심은 미나리꽝 비닐하우스 일부는 벌써 수확을 마쳤다. 비닐하우스마다 순차적으로 일 년에 한 번 씨를 뿌리고 거두는데, 보통 1, 2월에 초매를 해서인지 이미 수확을 마친 비닐하우스가 제법 보인다. 농장 작업장 안으로 들어가자 거둬들인 미나리를 분류하고,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출하하는 손길이 한창이었다. 아직 수확하지 않은 다른 미나리 비닐하우스 안에 들어서자 덥고 습한 기운이 확 올라왔다. 미나리가 잘 크고 있다는 증거다.

성 사장의 말로는 미나리가 가장 맛있는 때는 2월과 3월 초·중순이다. 1년 중 제일 부드러운 미나리를 맛볼 수 있다. 이때는 구워 먹어도 좋지만 겉절이로 무쳐 먹거나 쌈으로 싸 먹는 게 맛있다. 생으로 먹으면 미나리 특유의 향긋함을 100% 만끽할 수 있다. 3월 말부터는 향이 강해지는 반면 약간 질겨지기 시작하는데, 4월까지는 그래도 미나리가 제맛을 내는 시즌이다. 그는 “흔히 ‘봄 미나리’ 정도로만 아는데 ‘가을 미나리’ ‘겨울 미나리’도 얼마나 맛있는지 모른다. 가을과 겨울에 수확하는 미나리도 특유의 맛이 있고, 주로 김장에 쓰인다”고 했다. 영화 속 순자의 말처럼 김치에 넣어 먹어도 맛있는 미나리는 가을·겨울 미나리다.

■‘찰떡궁합’ 삼겹살과 미나리

청도읍 신도리에 조성된 레일바이크 체험장.
농장 작업장 한쪽엔 한재 미나리와 삼겹살을 시식할 수 있는 테이블이 놓였다. 미나릿값(한 단 기준 1만 원)과 가스비(3000원)만 내면 가져온 삼겹살을 구워 먹을 수 있다. 먹거리를 준비해오지 않았다면 식당처럼 주문도 가능하다. 삼겹살 고기와 쌈장, 음료 등이 농장에 준비돼 있다.

한재 미나리가 명성을 얻은 건 삼겹살의 힘도 컸다. 향긋한 미나리를 삼겹살의 기름에 튀기듯 구우면 보들보들해지고, 고소한 맛이 배가 되기 때문이다. 적당히 익힌 삼겹살과 숨이 죽은 미나리를 함께 먹으면 아삭하면서도 쫄깃함이 어우러진 식감이 감탄사를 절로 터트리게 한다. 구워 먹기로는 진한 자줏빛을 내며 속이 꽉찬 밑동 부분이 가장 맛있다. 쌈도 포기할 수 없다. 미나리를 고이 접은 뒤 고기와 쌈장을 올리면 봄이 입안으로 막 몰려든다.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 미나리와 삼겹살은 힐링푸드로 등장한다. 뭔가 잘 풀리지 않는 날, 직장인의 흔한 저녁. 이들은 속상해할 바에야 밥이나 먹자며 삼겹살을 굽는다. 곁들일 채소로 파채를 권하는 남자에게 여자는 이렇게 말한다. “삼겹살엔 미나리지!” 삼겹살과 잘 구워진 미나리를 함께 먹으며 이들은 옅은 미소를 머금는다. 그렇게 답답했고 상처받았던 일상을 미나리와 삼겹살로 잊는다. 농장 테이블 앉아 미나리와 삼겹살을 맛보니 이 드라마 장면이 갑자기 떠올랐다. 그래 맞다. “삼겹살엔 미나리지!”


# 경북 청도 즐길거리

- 레일바이크 타며 소화시키고, 감으로 만든 와인 한 잔

감 와인을 숙성, 판매하는 청도 와인터널.
청도 한재 미나리와 삼겹살로 배를 두둑이 채웠다면 이제는 경북 청도를 눈으로 즐길 차례다.

소화도 시키고, 청도의 풍광도 즐기기엔 청도읍 신도리에 조성된 레일바이크만 한 게 없다. 폐선된 옛 기찻길이 레일바이크 체험지로 변모해 여행자의 발길을 잡는다.

청도천을 따라 놓인 왕복 5㎞ 레일 위로 페달을 밟으면 어느새 다리가 당기고 땀이 송글 맺힐 정도로 운동이 된다. 평지만 이어지는 건 아니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적당히 배분돼 레저체험의 재미도 더한다. 반환점을 돈 뒤 나오는 오르막길에서는 자동으로 바이크를 밀어주는 시스템이 가동돼 잠시나마 편안하게 청도천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레일바이크 대여료는 대당 2만5000원이며, 왕복 소요시간은 50분이다. 레일 옆에 별도로 조성된 공원 내 산책로는 걷거나 자전거로 돌아볼 수 있다.

화양읍 송금리에 있는 청도 와인터널은 여행자에게 익숙한 관광지다. 1904년 완공된 약 1015m 길이의 옛 경부선 터널이 거대한 와인창고로 바뀌어 2006년 문을 열었다. 청도 특산물인 감을 활용한 ‘감 그린 와인’을 숙성하고 판매하는 곳이다. 터널 천장이 독특하게 적벽으로 만들어졌는데, 여기서 나오는 음이온이 와인 숙성에 최적화돼 있다고 한다. 적색의 이 벽돌은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한 뒤 러시아 시베리아에서 전리품으로 가져온 것으로 전해진다.

터널을 따라 쭉 걸어가면 2003년산 와인부터 빈티지별로 보관 중인 와인병과 숙성고의 진풍경이 펼쳐진다. 입구 쪽엔 와인바가 있어 여기서 생산된 감 그린 와인 시음이 가능하다. 일반 와인색이 아닌 황색을 띠며, 감 향이 가득하고 달콤한 레귤러 와인과 단맛이 없는 스페셜 와인 둘 다 맛볼 수 있다.

글·사진=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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