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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23> 흰다리새우

대하 찜쪄먹을 맛…‘흰다리’ 쏙 빼고 ‘왕새우’라 불러주오
최원준 시인·음식문화칼럼니스트 | 2023.09.12 18:47
- 생김새는 물론 색깔·맛까지 비슷
- 일부 가게 대하로 속여 팔 정도
- 100% 양식할 만큼 생존력 좋아
- 자연산 대하보다 저렴하게 즐겨

- 흰다리 이름 때문에 소비자 홀대
- 왕새우로 개명 뒤 찾는 이 많아
- 구이·새우장 등 먹는 법 다양해도
- 펄떡펄떡 산 채 먹는 회가 제격

한때 부산의 밀면이 ‘밀냉면’으로 불렸던 시절이 있었다. 그 이름 속에는 ‘허튼 밀가루로 면을 뽑아 말아 낸 냉면’이라는 뜻이 숨어있었다. 밀가루 냉면도 냉면이었기에 밀면 또한 냉면집에서 군식구처럼 팔렸다. 그래서 밀면은 냉면의 대용식이자 대체 음식으로 취급받았다. 지금은 어엿한 독립된 음식으로 부산의 향토음식이지만 말이다.
흰다리새우로 푸짐하고 먹음직스럽게 상을 차렸다. 이제는 곧잘 ‘왕새우’로 불리는 흰다리새우로 회 구이 튀김 전 칼국수를 요리해 상에 올리니 먹음직스럽기 그지없다.
‘흰다리새우’를 보면 밀면 생각이 난다. 한때 그 처지가 비슷했기 때문이다.

흰다리새우는 언뜻 보기에는 대하와 많이 닮았다. 둘이 함께 놓고 구별하지 않으면 그 크기나 체색, 맛 등이 아주 흡사해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대하와 흰다리새우는 가격 면에서 보면 차이가 크다. 100% 양식으로 생산되는 흰다리새우는 자연산이 대부분인 대하에 비해 아주 저렴하다. 그래서 어지간한 도심지 식당에서 ‘대하’라고 수족관에 넣어서 살려 놓고 판매하는 새우는 대부분 흰다리새우이다. 대하는 자연산이기에 잡은 뒤 하루 이틀을 살지 못한다.

그러니 흰다리새우가 버젓이 대하 행세를 하며 비싸게 팔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 대하를 대체해 팔리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밀면이 비싼 냉면을 사 먹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싼값으로 냉면을 대신해 제공했던 ‘배려의 음식’이라면, 흰다리새우는 대하를 대신하여 속여 파는 상혼의 피해자이기도 하다는 점이 서로 다르다.

■ 단백질 풍부한 먹거리

‘바다의 쌀’이라고 할 정도로 바다를 풍성하게 하고, 바다에 기대어 사는 갯것들의 넉넉한 먹이가 되는 어족, 바로 새우이다. 새우류는 전 세계적으로 약 2900종이 있고, 국내에는 약 80~90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우는 단백질이 풍부하고 지방이 적어서 전 세계인이 즐기는 건강한 먹거리 중 하나다. 우리에게는 새우젓을 담그는 젓새우부터 맛이 뛰어나 여러 음식으로 조리해 먹는 대하와 도화새우를 비롯해 독도새우, 보리새우, 흰다리새우 등이 대표적이다.

요즘이 제철인 ‘대하’는 서해에서 어획되는 새우다. 독도새우 3종(도화새우, 물렁가시붉은새우, 가시배새우)이 동해를 대표한다면 대하와 흰다리새우, 보리새우는 서해를 대표한다. 특히 가을에 살이 오른 대하는 아주 귀한 대접을 받는다. 이 때문에 서해안 사람들은 이즈음의 대하를 회나 구이로 즐겨 먹고 새우장을 담가 두고두고 꺼내어 먹기도 한다.

■양식용으로도 적합

흰다리새우를 넣어 끓여낸 칼국수.
지금은 거의 자연산인 대하도 한때는 양식을 했다.
1960년대 말부터 대하 양식을 시작했는데, 새우에 치명적인 흰반점바이러스에 의한 집단 폐사율이 높아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이를 대신해 양식을 시도한 것이 흰다리새우이다. 흰다리새우는 양식하기에 최적의 새우 중 하나이기 때문이었다. 이를 증명하듯 전 세계 양식 새우 80%를 이 흰다리새우가 차지하고 있다.

흰다리새우는 멕시코와 페루에 이르는 태평양 동부 연안의 열대 해역이 원산지로 연중 20℃ 이상의 수온에서 서식한다. 국내 양식용 흰다리새우 새끼는 전량 수입하는데, 미국 하와이산을 수입한다고 한다.

흰다리새우는 양식 환경에서 적응력이 좋다. 성장이 빠르고 출하할 때까지 생존율도 높다. 저염도의 물에서도 양식이 가능하기에 양식 여건 또한 좋다고 한다. 그래서 흰반점바이러스 감염 피해도 다른 새우에 비해 덜하다. 이러한 여러 이유로 국내 양식 새우 중 그 생산량이 제일 많기도 한데, 출하 시기 또한 새우가 가장 맛있는 계절인 가을이기에 소비량도 급증하고 있다.

■‘왕새우’가 된 이유

그래서 몇 년 전부터는 흰다리새우도 부산의 밀면처럼 독립을 시작했다. 밀면이 ‘밀냉면’에서 ‘냉’자를 떼어내고 ‘냉면집’이 아닌 ‘밀면집’의 어엿한 주인공으로 독립했듯이, 비록 양식이지만 맛으로나 가격으로나 대하에 뒤질 이유가 없기에 제 이름을 걸고 떳떳하게 팔리고자 시도한 것이다. 그러나 이름이 문제였다. 대하는 ‘큰 새우’라는 뜻이 있다. 크기나 맛이 확실하고 넉넉하다는 것. 그러나 흰다리새우는 대하와 그 크기나 맛이 비슷한데도 다리가 희다는 특성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 소비자에게 맛의 특징이나 크기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제 이름이 제 발목을 잡은 격이다. 그래서 흰다리새우를 생산·취급하는 이들이 지어 붙인 이름이 ‘왕새우’이다. 크기도 왕, 맛도 왕, 가성비도 왕이란 뜻인데 요즘 한창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흰다리새우 대신 왕새우란 이름으로 널리 통용되고 있다.

■대하와 구별하는 방법

이제 그러하진 않겠지만, 혹시 아직도 비싼 값에 흰다리새우를 대하로 파는 악덕 상혼이 있을까 싶어 대하와 흰다리새우의 구별법을 몇 가지 소개한다.

대하는 수염이 몸길이의 두 배 이상 길고 대가리 위의 뿔이 주둥이보다 많이 튀어나왔다. 이에 비해 흰다리새우는 대하에 비해 수염이 짧고 대가리 위 뿔도 주둥이보다 짧다. 대하는 꼬리의 무늬가 초록색이지만 흰다리새우는 붉은빛이 돈다.

두 새우의 구별법은 각각의 새우를 제대로 구분해서 제값에 먹자는 취지이지 대하가 좋고 흰다리새우가 못하다는 뜻은 아니다. 전문가들도 대하나 흰다리새우는 맛과 영양성분에서는 거의 차이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요즘 새우가 맛이 들었다. 특히 가을에 크고 살이 오른 대하와 흰다리새우가 그들이다. 이들로 회를 장만해 먹기도 하거니와 새우장을 담그기도 하고 소금 위에 줄지어 깔아놓고 구워 먹고 새우튀김으로 먹기도 한다. 특히 새우로 다양한 요리를 풍성하게 만들어 먹으려고 한다면 흰다리새우가 제격이다. 살아있어 싱싱한 데다 가격이 비교적 저렴해서 회로, 구이로 새우장으로 먹어도 좋고 새우튀김 새우전 새우 칼국수 심지어 새우 라면까지 다양한 요리로 넉넉하게 해 먹을 수가 있다. 새우로 한 상 밥상을 차릴 수가 있다는 것이다.

흰다리새우는 생명력이 강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생존율이 높다. 수족관 속에서도 잘 죽지 않고 오래 견딘다. 이 때문에 전국 어디에서나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음식으로 맛볼 수가 있다. 동해와 남해에 인접한 부산에서도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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