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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형 오페라하우스 만들자 <5> 아레나 디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

오페라 성지가 된 검투사 무덤…지역예술가 요람 자리매김
베로나=김미희 기자 maha@kookje.co.kr | 2022.09.06 20:02
- 伊 고대 원형극장서 개최 99주년 맞아
- 석달간 5개 작품 … 하루 1만여 명 몰려

- 출연진 100여 명 등 거대한 규모 눈길
- 계단 위서 스펙터클한 총싸움 몰입도
- 세계적 지휘자 오렌, 오케스트라 통솔
- 단원 상당수 풍부한 지역 인재풀 채용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유럽의 오페라 축제는 대표적인 문화콘텐츠이자 지역경제 활성화를 견인하는 관광상품의 역할을 한다. 이탈리아 아레나 디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은 단순한 음악축제를 넘어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문화관광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열린 제99회 아레나 디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 프로그램 중 오페라 ‘나부코’의 공연 모습. 아레나 디 베로나 재단 제공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지붕 없는 오페라하우스.’ 고대 원형 극장 중 가장 잘 보존된 이탈리아의 ‘아레나 디 베로나’는 이 문장으로 요약된다. 과거 검투사들의 혈투가 열리던 이곳에선 매년 여름 지상 최대 규모의 야외 오페라 페스티벌이 열린다. 검투사의 무덤이 오페라의 성지로 탄생한 것이다.

주세페 베르디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1913년 시작된 아레나 디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은 올해 99주년을 맞았다. 올해 축제는 지난 6월 17일부터 지난 4일까지 오페라 작품 5개(카르멘 아이다 나부코 라 트라비아타 투란도트)를 번갈아가며 무대에 올렸다. 티켓 가격은 20유로(2만7000원)에서 최대 300유로(40만5000원)다.

기자가 관람한 베르디의 대표작 ‘나부코’는 페스티벌 역사상 세 번째로 자주 무대에 오른 레퍼토리다. 스테파노 트레스피디 부예술감독은 “베르디의 나부코는 전쟁에 휘말리고 추방당하고 조국을 그리워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공연 시작 시간인 밤 9시 전부터 원형 극장 일대는 축제 분위기로 달아올랐다. 원형 극장 인근 노천 카페에는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공연 관람에 필요한 방석과 기념품을 사려는 사람들로 노점상도 북적였다.

어둠이 깔리고 공연이 시작되자 거대한 규모의 출연진이 관객 1만여 명을 사로잡았다. 무대 위에는 100명이 넘는 배우들과 말 10여 마리가 등장했다. 원형 극장 계단 위에서도 군인 복장을 한 배우들이 튀어나와 총싸움을 벌였다.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스펙터클한 무대였다. 순식간에 타임머신을 타고 1900년대 이탈리아를 여행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무대 정면의 대형 전광판 두 곳에는 이탈리어와 영어 자막이 표기됐다. 마이크를 쓰지 않는데도 모든 좌석에 음향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원형 극장 자체가 거대한 음향판인 셈이다. 공연 막바지에 배우들이 ‘비바 베르디’라고 적힌 현수막을 펼치자 관객석에선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오페라 종주국 이탈리아의 자부심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경제적인 측면 외에도 문화생태계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력 역시 크다. 이날 공연에선 세계적인 지휘자 다니엘 오렌이 오케스트라 지휘봉을 잡았다. 이곳에서는 일종의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운영한다. 악단 단원들은 높은 경쟁률을 뚫고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역에서 음악을 공부하는 젊은 인재들이다. 페스티벌의 세계적 위상에 걸맞은 대우를 제공하고, 풍부한 인재 풀을 갖췄기에 가능한 일이다.

아레나 디 베로나 오케스트라의 이리르 바키우 첼로 부수석은 “지역 예술가들이 대형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축제의 파급력이 크다”면서 “유럽 오페라 축제가 성공한 것은 연출뿐만 아니라 가수 합창단 오케스트라의 고품질 연주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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