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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심사 시도 드러났지만 솜방망이 징계…불신 자초한 부산미협

부산미술대전 문인화 부문 논란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 | 2022.05.24 19:15
- 당사자 시인에도 경찰 무혐의에
- 부산미협, 가벼운 징계 ‘면죄부’
- 대상 취소 파행에도 안일한 태도
- 미술계 “해묵은 관행 개선 의문”

부산미술협회가 부산미술대전 심사 과정에 부정개입 시도(국제신문 지난 23일 자 16면 보도)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청탁을 주도한 당사자에 대해 솜방망이 징계 처분을 하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지역 미술계에서는 일벌백계해도 모자랄 판에 가벼운 징계로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4일 부산미협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부산미술대전 문인화 부문 심사 과정에 부정개입을 시도한 A 분과회장은 현재 ‘경고’ 처분만 받고 직을 유지하고 있다.

A 분과회장은 심사장에서 B 분과이사를 통해 심사위원인 C 씨에게 응모자 이름이 적힌 쪽지를 전달한 것으로 최근 경찰 조사에서 밝혀졌다. C 씨는 심사가 끝나고 쪽지를 펼쳐봤다. A 분과회장은 “문인화 학원마다 사정이 어렵다. 원생이 고루 상을 받아야 운영이 가능한 구조”라며 “생업과 직결된 일이라 예선에서 일부 학원이 배제될까봐 쪽지에 이름 9개를 적어서 C 씨에게 전달했다. 꾸준히 심사위원으로 활동한 작가들은 그림을 보면 어느 학원인지 알고 적당히 점수를 주는데, C 씨는 10여 년만에 심사위원으로 선정돼 채점에 참고하라고 전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미술계의 해묵은 관행이 수면 위로 드러났지만 부산미협은 최근 경찰이 A 분과회장에 대해 업무방해 ‘무혐의’ 결론을 내자 “처벌 근거가 없다”며 사건을 이대로 마무리하려는 모양새다. 앞서 C 씨는 A 분과회장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는데, 경찰은 ‘메모 전달 행위만으로 업무방해죄 성립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C 씨가 이의를 신청했고 ‘업무방해죄의 결과가 실제로 발생하지 않더라도 그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발생하면 충분하다’는 법조계의 해석도 있어 A 분과회장이 법적 책임을 완전히 벗어났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부산미협의 부실한 자체조사와 일관성 없는 징계도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부산미협은 지난해 자체 진상조사에서 ‘A 회장은 전달할 의도 없이 분파(학원)별 대표작가를 적었는데, B 이사가 자의적으로 쪽지를 전달했다’는 엉뚱한 결과를 낸 뒤 A분과회장은 경고, B분과이사는 해임했다.

그런데 경찰 조사에서 부정개입 시도의 당사자가 A분과회장으로 드러났음에도 중징계를 내리지 않은 것은 물론 유례없이 대상작 취소 사태까지 발생했지만 응모자와 미술계에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는 등 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부산미협 박태원 이사장은 “심사개입의 정황이 확인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심사 직후 정황을 인지한 협회는 긴급 이사단 회의를 열고 자체 진상조사를 실시했으며, 모든 징계 수위는 이사회를 통해 결정하고 협회 차원에서 공유했다. 대상작 취소 사실을 홈페이지에 알렸다. 그 이유까지 모든 응모자에게 일일이 연락해서 설명해야 하나”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국제신문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한 지역 작가는 “문인화 부문에서 눈과 귀를 의심할 정도로 의혹이 많지만 당사자들은 문제 의식조차 느끼지 못하는 지경”이라며 “이런 식의 온정주의로 대처한다면 아무리 심사 시스템을 개선한다고 해도 잘못된 관행이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부정한 행위가 사실로 드러났을 땐 책임지고 반성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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