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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락한 예술혼…부산미술대전 부정심사 ‘꼬리 자르기’ 논란

지난해 한 심사위원이 문제 제기…미협, 확인 뒤 문인화 대상 취소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 | 2022.05.22 20:17
- 청탁 간부 경고 … 전달자는 해임
- 폭로자, 형평성 어긋난다며 고소

지역 미술계의 신진 작가 등용문 역할을 해 온 부산미술대전이 부정 심사 논란에 휩싸였다. 주최 측인 부산미술협회(부산미협) 간부가 심사 과정에 부정하게 개입하려 한 정황이 확인됐다.

부산미협이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조하기 위해 최근 심사 시스템을 개편했지만, 각본대로 수상작을 찍어놓고 심사를 진행하는 해묵은 관행을 막지 못했다. 부산미협은 해당 분과 대상 수상작을 취소하고 청탁에 관여한 관계자를 해임 조치했지만, 논란의 장본인은 그대로 둬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22일 부산미협에 따르면 2021년 부산미술대전 문인화분과에서 대상작이 나오지 않았다. 문인화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A 씨가 심사 공정성에 문제제기를 하면서 대상 선정을 전격 취소한 것이다. 부산미협 박태원 이사장은 “자체 조사 결과 A 씨 주장이 확인돼 대상 없이 우수상 특선 입선만 발표하고, B 분과회장은 ‘경고’ C 분과이사는 ‘해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부산미협과 A 씨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지난해 9월 9일 부산 남구 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 부산미술대전 문인화분과 심사장이 차려졌다. 응모작은 총 313점으로, A 씨는 심사위원 9명 중 한 명으로 참석했다. 사건은 심사장 로비에서 벌어졌다. A 씨가 건물에 들어서자 C 이사가 달려와 손을 맞잡더니 그의 손에 쪽지를 쥐어준 것이다. 청탁 쪽지임을 눈치 챈 A 씨는 펼쳐보지 않은 채 1차 심사를 끝내고 나왔다. 이후 확인한 결과, 이 쪽지에는 응모자 9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A 씨는 “심사가 늦어져 B 회장이 ‘빨리 끝내라’며 내 채점표를 보고 갔는데, 심사장을 나오니 C 이사가 대뜸 ‘왜 제가 드린 대로 안 했어요?’라고 따지더라. B 회장이 작성하고 C 이사가 전달한 것이었다”며 “편파적 심사에 화가로서 자존심이 상해 참을 수 없다. 다른 심사위원들도 어차피 관행인데 왜 문제를 만드느냐고 핀잔을 주거나 조용히 넘어가자며 모멸감을 줬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B 회장은 “10여 년 만에 심사위원으로 선정된 A 씨가 심사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쪽지를 전달한 것일 뿐”이라고 변명했다.

부산미술대전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부산미협은 대상작만 취소한 채 이유는 숨겨 사건을 덮기에만 급급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또한 쪽지를 전달한 C 이사는 해임하고, 청탁을 받아 쪽지를 작성한 장본인 B 회장은 ‘경고’ 처분에만 그쳐 형평성 논란을 빚고 있다. 박 이사장은 “B 회장보다 명단을 전달한 C 이사의 문제가 크다고 판단해 해임했고, 이 같은 처분 수준은 지난해 10월 A 씨와 협의한 사항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A 씨는 B 회장에 대해 강력한 처분이 필요하다며 그를 업무방해 혐의로 해운대경찰서에 정식으로 고소했다. 경찰은 최근 A 씨가 진정한 이 사건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냈다. ‘메모 전달 행위만으로 A 씨나 부산미협에 오인, 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키게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업무방해죄의 성립은 죄의 결과가 실제로 발생하지 않더라도 그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발생하면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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