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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의 음식 사람 <38> 순천만 대갱이(개소겡)

‘에일리언’ 닮아 흉측한 건어물 … 때리고 찢으니 겁나게 맛있네
최원준 시인 · 음식문화칼럼니스트 | 2021.07.27 19:18
- 망둑엇과로 순천만 갯펄 서식
- 뱀장어처럼 길고 가는 몸뚱아리
- 둥근 대가리에 튀어나온 주둥이
- 날카로운 이빨 촘촘히 박힌 괴어

- 봄·가을에 잡아 말려 포로 사용
- 불에 구워, 고추장에 찍어 먹어
- 매콤하게 무쳐 마른 반찬으로도
- 쫄깃한 식감 황태포·오징어 같아

우리나라 서·남해에 걸쳐 넓게 잘 발달한 갯벌은 ‘바다의 자궁’과 같은 곳이다. 수많은 바다 것들을 산란하고 잉태시켜, 거둬 먹이고 살찌워 바다로 돌려보내는, ‘어미의 품 속’ 같은 곳이다. 다종다양한 갑각류와 패류, 두족류와 물고기, 심지어 어린 새들조차 이 갯벌에 기대어 걸음마를 배워가고 있는 것이다.
잘 말린 대갱이를 소주병으로 탕탕 두들겨 부드럽게 만들고 있다.
순천만의 ‘개소겡’도 다를 바 없다. 개소겡. 순천만 좋은 갯벌에서 사는 바닷물고기로 망둑엇과 물고기에 속한다. 몸길이 약 30cm로 몸은 뱀장어처럼 길고 가늘며 원통 모양이다. 몸 뒤쪽으로 갈수록 옆으로 납작하다. 깊은 펄 속에 3~5개 정도의 구멍을 파고 대롱 모양의 집을 지어 그 속에 수컷과 암컷 한 쌍이 산다. 시력이 퇴화된 것이 특징이다.

대가리는 둥글둥글하게 생겼고 주둥이는 아래위턱이 다소 튀어나와 있다. 주둥이 안에는 날카로운 이빨이 촘촘하게 박혀있는데, 마치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흉측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호사가들은 이놈들을 SF영화 속의 외계생물인 ‘에일리언’을 닮았다고 말한다.

■순천만에서만 소량 잡히는 어종

이빨이 무시무시한 대갱이.
예전에는 순천 고흥 해남 벌교 등에서 적당량 잡혔는데, 최근에는 순천만에서만 소량 어획된단다. 목포, 영암 쪽에서도 서식했는데, 영산강 하구언이 생기고는 거의 사라졌다고. 전라도 지방에서는 ‘대갱이’ 또는 ‘운구지’ 등으로 불린다. 지역에 따라 ‘북제기’, ‘웅구지’라고도 불린다. 주로 말려 건어물로 식용된다.

잡는 방법은 갯벌 속 낙지나 장뚱어를 잡는 방법과 비슷하다. 갯벌에 나 있는 개소겡 구멍을 찾아 맨손으로 깊숙이 여기저기 뒤져서 잡는데 기운이 어찌나 센지 한손으로 움켜지기조차 힘들다.

배 어업으로는 바다에 말뚝을 박고 그물을 둘러쳐 썰물에 걸려든 물고기를 잡는 건간망(建干網)으로 잡거나, 삼지창처럼 생긴 전통 어구인 소사리를 이용하여 배 위에서 개펄을 긁어서 잡는단다.

먹장어 등 원구류 같이 내장을 모두 들어내도 죽지 않고 계속 몸을 뒤틀어 댈 정도로 생명력이 끈질기고 강하다. 때문에 남성들 정력에 좋다고 널리 믿을 정도로 지역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하다.

5~10월에 주로 잡히지만 여름에는 쉬 부패해버리기에 봄가을에 잡아 바로 말려서 건어물 상태로 유통한다. 건조방법은 내장을 제거하고 10마리씩 나무막대에 꿰어 빨랫줄이나 건조대 등에 널어 바닷바람에 잘 말린 후 보관한다. 순천지역에서는 그물 건조대에 널어 말리기도 한다.

■포로 만들어 두면 일품 안주·반찬

말리고 두들겨 잘라놓은 대갱이.
이 ‘개소겡’을 갯벌마을 사람들은 ‘대갱이’라 부른다. 주로 말려 두었다가 포로 만들어 무쳐 먹거나 구워 막걸리 안주로 먹는다.

벌교장에 가면 이 대갱이 말린 것을 다발로 묶어 팔고 있다. 방망이로 잘 두드려 불에 구워 먹으면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을 맛볼 수 있다.

한때 그 맛을 알아본 일본인들이 좋아해 일본으로 전량 수출하기도 했다. 그래서 군수나 지체 높은 사람들만이 먹었다고 전해질 정도로 귀한 어족이기도 했거니와 집안의 귀한 손님이 올 때만 내어 놓는 고급 식재료였다고도 한다.

“대갱이는 잘 말린 놈으로다가 탕탕 조사서 노가리처럼 죽죽 찢어 고추장에 찍어묵거나 북어처럼 양념에 조물조물 무쳐서 묵어요. 이놈을 밥반찬으로, 막걸리 안주로 하면 겁나 맛나요.” 벌교장터 ‘동막식당’ 주인장에게서 들은 말이다.

몇몇 지역은 생물을 추어탕처럼 끓여먹거나 찜 솥에 쪄 찜으로 먹기도 한단다. 소여물 끓이던 아궁이에 이 대갱이를 구워 먹던 기억이나 도시락 반찬으로 대갱이무침을 싸가지고 등교를 하던 기억을 가진 중년들에게는 아련한 추억의 음식이기도 하다.

구수한 대갱이포는 훌륭한 술안주다.
술꾼들은 술추렴을 하다가도 대갱이를 먹고 싶으면 주위에 있는 소주병으로 대충 두드려 안주삼아 구워 먹기도 한다. 여름철 밥맛없을 때는 찢어놓은 대갱이를 매콤하게 무쳐서 밥반찬으로 먹기도 하는데, 물에 밥을 말아 이 대갱이무침 한 점 올려 먹으면 잃어버린 입맛이 금세 되돌아오곤 했단다.

한때 벌교장터 ‘동막식당’에 가면 늘 이 대갱이로 무침을 하여 술안주로 먹곤 했었다. 막걸리 안주로는 최고의 음식으로 참 맛있게 먹은 기억이 강렬하다. 순천의 ‘골목집’에는 백반 반찬으로 이 대갱이 무침이 나온다.

“요즘은 대갱이도 잘 안 나오고 찾는 이도 적어서 요리를 잘 하지 않는다”며 “‘대갱이무침’을 별식으로 생각하는 외부 사람들이 호기심으로 맛 좀 보자고 주문해 따로 안주로 내는 정도”라는 골목식당 주인장의 설명이다.

■손질해 줄 사람도 없어진 식재료

대갱이 무침.
얼마 전 벌교장터에서 대갱이를 한 묶음 샀다. 오랜만에 대갱이를 안주로 막걸리 한 잔 마실 요량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이 대갱이를 장만해주는 식당이 없다. 유일하게 대갱이를 무쳐주던 동막식당 할머니가 힘에 부쳐 식당 일에 손을 뗐기 때문이다.

대갱이를 한 두름 사 한 식당에 앉아 직접 두들겨 대갱이를 장만한다. 대갱이를 세로로 세워서 소주병으로 두들긴다. 통통~ 경쾌한 소리와 함께 대갱이 몸통이 자근자근 부서지며 부드러워진다. 그리고 건어물 특유의 콤콤한 냄새가 물씬 풍긴다. 조금 더 두들기니 서서히 살과 뼈가 분리되고 분리된 살은 결대로 부드럽게 찢어진다.

포로 만든 대갱이를 가스레인지에 굽는다. 생선 건어물 특유의 구수한 냄새가 식당 안을 가득 채운다. 구운 대갱이를 쫙쫙 찢어서 막걸리 한 잔에 한 점 입에 넣고 꼭꼭 씹는다. 잘 말린 황태포 같기도 하고 고릿하면서도 감칠맛 좋은 마른 오징어 같기도 하다. 고추장에 꾹 찍어 다시 한 점 먹는다. 고추장의 들큰한 단맛과 알싸한 얼큰함, 그리고 건어물의 짙은 감칠맛이 뒤섞이며 술안주로는 그저 그만이다.

갖은 양념에 무쳐내는 ‘대갱이무침’ 또한 별미이다. 쫙쫙 찢어놓은 대갱이포 위에 진간장, 참기름에 고추장, 마늘, 설탕 등을 넣어 조물조물 무친다. 그리고는 풋고추나 쪽파 등을 넣고 재차 버무린 후 참깨를 뿌려 대갱이무침을 장만한다. 한입 먹는다. 짭조름하면서도 달콤하고 매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꽤나 중독적인 맛이다. 양념장이 밴 대갱이무침을 밥 한 술에 얹어먹으니 최고의 ‘마른 반찬’의 탄생이다.

지금은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 순천만에서만 소량 잡히는 개소겡.

때문에 비영리 국제기구인 ‘슬로푸드’가 운영하고 있는 인류의 전통음식과 문화보존 프로젝트사업인 ‘맛의 방주’에도 등록되어 있을 정도로, 세계적으로도 보호해야 할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우리의 소중한 어족이기도 하다.

시인 · 음식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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