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사회비평가인 저자가 2001년 펴낸 ‘노동의 배신’은 신자유주의 시대 빈곤 문제를 다룬 ‘현대의 고전’으로 불린다.

바버라 에런라이크 ⓒDavid Shankbone

‘최저임금을 받아서 과연 먹고살 수 있는가?’에 관한 의문에서 출발한 책으로, 집 커리어 평판 등 중산층 저널리스트로서의 모든 정체성을 숨긴 저자가 ‘50대 전업주부 출신 이혼 여성’이라는 이력과 함께 저임금 노동자의 세계에 뛰어든 얘기를 다룬다.

실험 결과는 희망적이지 않다. 저자는 ‘가난하면 돈이 더 많이 들고, 일을 더 많이 해야 하며, 빚을 지기 쉽다’는 빈곤의 악순환만 적나라하게 확인한다.

‘노력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 ‘가난은 게으른 탓’이라는 당대 통념을 깨부순 이 책은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며 미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긴다. 예일대를 비롯해 600여 개 대학이 필독서로 선정하고, 당시 미국 내에서 벌어진 ‘생활 임금 운동’부터 2007년 7월 연방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결정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받는다.

저자는 그 후로도 사회의 밑바닥, 약자의 삶에 깊숙이 들어가 ‘그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고발하는 일에 매진해왔다. 이번에 펴낸 ‘지지 않기 위해 쓴다’ 또한 그 연장선이다. 지난 35년간 가디언 뉴욕타임스 허핑턴포스트 등 16개 유력 언론 매체에 기고했던 칼럼을 한데 엮은 것인데,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전부 ‘도덕적 분노에 불을 지폈던’ 글이다.책 1장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에서는 빈곤·불평등 문제를, 2장 ‘몸과 마음을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에서는 건강 열풍의 이면을 파헤친다. 3장 ‘지금 여기, 남성에 대하여’와 4장 ‘여성들이 계속 써야 하는 이유’에서는 페미니스트로서 남성과 여성의 시대적 과제를, 5장 ‘신 과학, 그리고 기쁨’에서는 종교와 과학 이슈를 다룬다. 마지막 장 ‘중산층 몰락 사회의 탄생’은 계층 양극화에 대한 저자의 고찰을 살펴볼 수 있다.

글 곳곳에서 느껴지는 생생한 현장감과 감정선은 ‘행동하는 실천가’ ‘체험형 글쓰기의 대가’라고 불리는 저자의 면모를 여실히 드러낸다.

하나같이 묵직한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특유의 풍자와 유머를 곁들여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는 점 또한 이 책의 매력이다.

민경진 기자 jnm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