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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곳의 詩와 그곳 <18> 김참 시인 ‘바람의 성분’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2021.05.09 09:06
김곳의 詩와 그곳 <18> 김참 시인 ‘바람의 성분’









  바람의 성분*







  김참











 바다에 소금이 녹아 있듯 바람 속엔 소리들이 녹아 있다

 덜 익은 가지를 따 개울 옆을 지나며 돼지감자는 왜 돼지

 감자냐고 묻던 다섯 살 아이의 목소리가 녹아 있고 밭두렁

 따라 집으로 돌아갈 때 밭을 스치던 콩잎 서걱대는 소리도

 녹아 있다 대추나무에서 울던 까마귀 울음도 할머니 등에

 업혀 듣던 자장가도 조개 줍던 바닷가 파도 소리도 여름

 밤 논에서 울던 맹꽁이 소리도 바람 속에 녹아 있다 바람

 이 분다 당신이 가끔 헤어진 옛사랑을 떠올리는 것도 바

람에 녹아 있는 그 사람의 다정한 목소리 때문인지 모른다



  * 허만하, ‘바다의 성분’







  시집 ‘빵집을 비추는 볼록거울’에서







통영 장사도의 분교에 있는 아이들 즐겁게 노는 조형물. 바람 속에는 내 어린날 뛰놀 때 문득 맛본 짭쪼름한 땀 냄새도 있겠지. 국제신문 DB




<내 느낌으로 바라보기>



 허만하 시인의 시 제목 ‘바다의 성분’을 빌려와 ‘바람의 성분’이라 지은 김참 시인의 시의 성분에는 ‘덜 익은 가지를 따’ 들고 ‘개울 옆을 지나’는 ‘다섯 살 아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이는 “왜?” 라는 질문으로 세상을 알아간다. ‘돼지감자는 왜 돼지감자냐고 묻던’ 대목에서는 돼지도 아니고 감자도 아닌, 왜 ‘돼지감자’일까 궁금증이 일어, 이 사랑스러운 아이와 산책이라도 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아이의 목소리가 녹아 있’는 ‘밭두렁’의 ‘콩잎 서걱대는 소리’와 ‘대추나무에서 울던 까마귀 울음’ ‘할머니 등에 업혀 듣던 자장가’ ‘바닷가 파도 소리’ ‘여름밤 논에서 울던 맹꽁이 소리’…. 이 아름다운 기억의 소리는 바람과 함께 문득문득 다가오는 추억의 성분인 것이다.

 천사처럼 예쁜 아이들이지만 피곤하거나 배가고프면 짜증이 는다고 한다. 인간 모두 마찬가지일 것이다. 모든 생명에는 엄마가 있다. 그중 인간이 특별한 것은 심연에 인간만이 가진 그리움이라는 감성이 촛불처럼 흔들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장가’ 소리를 듣게 되면 누구나 마음이 순해지는 이유일 것이다.

 경남 통영시 한산면에 장사도 해상공원이 있다. 장사도는 긴 섬 형상이 누에를 닮아 ‘누에잠 蠶’ 에 ‘실사 絲’를 써서 누에섬 ‘잠사도’로 불렸으나 일제강점기 한 공무원이 누에 잠 ‘蠶’을 잘못 표기하여 장‘長’을 붙이는 바람에 장사도가 되었다고 전한다. 이곳 해안은 기후가 온화하여 난대식물이 무성하고 식물 경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특히 울창한 동백수림의 빼어난 경관은 드라마 촬영지로 알려지고부터 관광객 발길로 붐빈다.

 한때 이곳은 14가구 80여 주민이 살았으며 당시 분교도 남아있다. 지금은 주민이 모두 빠져나간 텅 빈 무인도의 빈집에서 흘러나오는 자장가(‘섬집 아기’) 소리가 바람 타고 섬을 떠돈다. 섬을 안고 있는 ‘바다에 소금이 녹아 있듯’ 섬을 떠도는 바람에도 참 많은 것이 녹아있을 것이다. ‘당신이 가끔 헤어진 옛사랑을 떠올리는 것도’ 바람소리에 녹아있는 ‘그 사람의 다정한 목소리’를 들었기 때문일 것 같다. 그리움이 초록으로 자라나는 오월이 참 싱그럽다.김곳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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