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드라마 정주행> 윤여정 좋아해? 그럼 일단 ‘디어 마이 프렌즈’

출처 tvN ‘디어 마이 프렌드’ 홈페이지.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중에 시청률 흥행이 안 된 작품은 더러 있어도, 재미 없는 작품은 (개인적으로) 없다. 1998년 레전드 불륜 드라마 ‘거짓말’부터 시작된 노희경 앓이는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1999)’ ‘화려한 시절(2001)’ ‘꽃보다 아름다워(2004)’ ‘굿바이 솔로(2006)’ ‘그들이 사는 세상(2008)’ ‘그 겨울, 바람이 분다(2013)’ ‘괜찮아 사랑이야(2014)’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2017)’ ‘라이브(2018)’로 이어졌다. 매회 세 번은 화내고 세 번은 웃고 세 번은 울게 하는 노희경의 드라마 중에서도 최고 작품을 꼽으랄 때 고민 끝에 얘기하는 ‘디어 마이 프렌즈(2016)’.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에 빛나는 윤여정을 비롯해 한국 배우계의 ‘할벤져스’가 총출동하는 귀하디 귀한 작품이다. 김혜자 고두심 나문희 박원숙 신구 주현 김영옥이 한꺼번에 나오는 드라마를 본다니 그 이름만으로도 목욕재계 후 경건한 마음으로 시청해야 지당하다. 여느 드라마라면 독보적인 주연일 고현정과 조인성이 위대한 노배우 군단을 ‘받쳐주는’ 역할인 점도 신선하다.

　‘디어 마이 프렌즈’는 노년에게도 젊음은 있었다, 노년도 인생이다 같은 지루한 멘트를 유발하는 작품이 아니다. 갑작스럽게 남편을 잃은 뒤 치매까지 앓게 된 김혜자, 젊은 예술가들과 어울려보겠다고 벌어놓은 돈 펑펑 쓰고 짝사랑마저 실패하는 독신의 윤여정, 평생 자신을 무시하고 구박하는 남편(신구)과 살면서 그래도 ‘해외여행 약속만 지켜주면 된다’던 마지막 희망까지 좌절당하는 나문희, 남편에게 배신당하고 딸 하나 키우며 아등바등 살았는데 어이 없게 암에 걸려버린 고두심. 이들의 노년은 시청자에게 깊은 슬픔 속으로 끌어들이지만 그 삶이 불행이라고 느끼지는 않는다. 서로의 고통을 쓰다듬고 지지하는 노년의 우정은 따뜻하다. 마지막 회차에 이들이 함께 떠나는 여행에 운전이라도 해 주며 응원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엄마 고두심과 딸 고현정의 아슬아슬한 애증은 공감도 200%. 실컷 울고 싶거나 인생의 진실과 마주하고 싶을 때, 혹은 ‘연기란 이런 것’임을 무한정 느끼고 싶을 때 강추.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