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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며 채팅…넷플릭스선 못해본 수다 삼매경

와치 파티 플랫폼 ‘스크리나’, 온라인 영화제 무료로 개최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 | 2021.03.07 19:49
- 평론가·방장·관객 활기찬 대화
- ‘화양연화’ 배우·소품 등 소통
- 명장면·먹방 얘기도 주고받아

“영화 보며 수다 떨기 어디까지 해봤니?”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기운이 빠진 것은 극장 개봉에 어려움을 겪는 영화계뿐만이 아니다. 평소 극장에서 울고 웃으며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리던 영화팬도 무기력함에 빠졌다. 넷플릭스 등 OTT(Over The Top) 플랫폼을 찾지만 한계가 있다. 누군가와 함께 영화를 보며 얻던 환기 효과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대안으로 요즘 뜨는 새 영화 감상 트렌드가 ‘와치 파티’다. 와치 파티는 온라인으로 다른 이와 영화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을 함께 보며 소통하는 현상으로, 팬데믹 이후 영화 혼자 보기가 늘자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해외에서 줌·텔레파티·시너·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디즈니 훌루 등의 와치 파티 플랫폼이 인기를 끄는데, 국내에서도 무료 와치 파티 영화제가 3일간 열렸다.
국내 와치 파티 플랫폼인 ‘스크리나’ 온라인 영화제서 ‘화양연화’가 상영되고 있다. 오른쪽 대화창으로 얘기를 나누며 영화를 관람한다. 영화제 영상 캡처
■간단한 절차로 접속

영화제 첫날인 지난 5일 오후 8시30분 ‘불금’의 유혹을 뿌리치고 국내 와치 파티 플랫폼인 ‘스크리나’의 온라인 영화제 ‘영화로 쓴 러브레터’ 사이트에 접속했다. 별도의 프로그램 설치 없이 아이디 등 지정 작업을 마치자 한 개의 영화 상영 창과 대화 창이 PC 모니터에 떴다. 영화 상영이 밤 9시에 시작돼 대화창에서는 먼저 온 관객들이 인사를 나눴다. “안녕하세요.” “환영합니다.” 첫 상영작은 1962년 홍콩, 상하이의 이주민이 거주하는 아파트에서 만난 수 리첸(장만옥)과 지역 신문 편집장 초 모완(양조위)의 외로운 삶과 애틋한 사랑을 그린 ‘화양연화’. 상영 창에서는 ‘잠시 후 9시부터 영화가 시작합니다’는 안내 문구가 떴다. 몇 분 뒤 실제 영화관처럼 스크리나에서 개봉 예정인 영화 ‘트랜짓’의 예고 영상이 나왔다.

이후 오동진 영화평론가와 J라는 별칭의 모더레이터가 상영창에 등장해 영화제를 소개했다. 오 평론가가 “영화의 전당에서 왕가위 4K 리마스터링 특별전을 하는 등 옛날 영화 다시 보기가 인기다. 추억을 소환하려는 올드 팬의 관심이 높다”고 말하자 관객들도 “2000년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식 때 화양연화를 봤다”며 맞장구를 쳤다.

■채팅 관람하자 2시간이 ‘순삭’

밤 9시가 되자 영화가 상영됐다. 슈트를 입은 양조위의 그윽한 눈빛에 관객들은 “이 부분 눈 감고도 생각난다” “멜로 눈빛” “사슴 눈” 등의 글을 대화창에 띄웠다. 이후 극 중 장만옥이 완탕국수 도시락통을 들고 거리를 나서자 관객들은 “드디어 명장면이 나왔다”며 환호했다. 영화에 관한 깊은 얘기가 오갔다. 한 관객이 “극중 장만옥의 스타일링이 어떤 모티브에서 왔는지 궁금하다”고 말하자 다른 관객이 “양조위에 대한 사랑이 깊어질수록 치파오 색이 녹색에서 붉은 색으로 바뀐다”고 대답했다. “화양연화에서는 국수, 중경삼림에서는 햄버거랑 감자튀김” 등 왕가위 감독 영화에 ‘먹방’이 자주 등장한다는 말도 나왔다. 상영 내내 관객들은 작품 속 빗소리, 자로 잰 듯한 배우와 소품의 구도, 양조위가 묵은 호텔 객실 번호의 의미 등에 관해 이야기했고, 어느 새 2시간이 흘렀다. 초반에 끊김과 버퍼링이 잦았지만, 관객들은 “채팅하면서 영화를 보니까 2시간이 금방 갔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후 오 평론가와 J가 관객과 대화를 이어갔다. 관객이 “주인공이 다른 나라로 거주지를 자주 바꾼 이유가 궁금하다”고 묻자 오 평론가는 “중국과 영국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홍콩의 입장이 반영됐다. 영화 속 남녀의 외도도 이런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 평론가가 “장만옥이 2010년 이후 출연한 영화가 많지 않다. 전성기 때 이미지를 남기고 싶었던 것 같다”고 말하자 관객들은 “임청하 장만옥 모두 스크린에서 보고 싶다”고 했다. 수다의 여운은 음성 소셜미디어인 ‘클럽하우스’에서도 밤 늦게까지 이어졌다. 관객들은 “영화관에서 떠들면서 볼 수 없는데, 채팅과 영화감상을 동시에 하면서 다양한 사람의 의견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며 새 영화 플랫폼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스크리나는 넷플릭스 등 OTT 외에도 유튜브 비메오 등 영상 플랫폼과 연동해 실시간으로 영상 콘텐츠를 보며 교류할 수 있게 했다. 사용자가 직접 대화방 장이 돼 단체 관람할 영화를 선택하고 와치 파티를 주최할 수 있다. 스크리나 정수민 이사는 “코로나19로 극장 매출이 10분의 1로 떨어졌지만, OTT 플랫폼은 성장세다. 덩달아 와치 파티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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