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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중동에선] 히잡 단속으로 시작된 이란 시위 정권 퇴진으로

20대 여성 의문사 항의로 촉발
외신 강경 진압에 최소 57명 사망
대통령 "시위 참여자 단호히 진압"
시위대 SNS 이용하자 접속 차단
최현진 기자 namu@kookje.co.kr | 2022.09.27 17:24
이란은 지금 ‘히잡 시위’로 뜨겁다. 테헤란에서 20대 쿠르드족 출신 여성인 마흐사 아미니(22)가 히잡을 부적절하게 사용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구금된 후 의문사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 영향으로 연일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경찰이 이를 강경진압하면서 대규모 유혈사태로 번졌다. 외신은 최소 57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시위에 참여한 폭도는 단호히 진압하겠다”고 밝혀 유혈사태는 더 확산될 전망이다.

지난19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 시내에서 ‘히잡 미착용 20대 여성 의문사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경찰 오토바이가 불타고 있다. 이란에서는 최근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된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한 사건을 두고 진상 조사를 촉구하는 시위가 격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란 북부 지역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관공서를 공격했고, 이 과정에서 최소 1000명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모하마드 카리미 마잔다란주(州) 검찰국장은 시위대가 국외 ‘반혁명 분자’의 지령을 받고 움직였다고 주장했다. 마잔다란과 인접한 길란주(州)에서도 시위대 700여 명이 체포됐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26일(현지시간) 낸 성명에서 “미국은 언제나 이란의 안정과 안보를 깨려고 노력해왔다”면서 “이번에도 미국과 유럽은 거짓 선동으로 폭도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미니는 지난 16일 테헤란의 한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도중 갑자기 쓰러졌고,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경찰은 조사과정에서 폭력을 쓴 적이 없다며 심장마비가 사인으로 추정된다고 해명했지만, 유족은 아미니가 평소 심장질환을 앓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슬람 율법에 어긋나는 행동을 단속하는 ‘지도 순찰대’(가쉬테 에르셔드)는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아 조사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이번 시위는 복장 자유 문제를 넘어 지도부의 부패와 정치 탄압, 경제위기의 책임을 묻는 정권 퇴진 운동으로 변모하는 추세다.

보안군과 경찰은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진압봉을 휘둘렀다. 이에 분노한 시위대는 경찰 오토바이들을 불태웠다. 시위대는 “우리는 하나다. (정권은) 두려워하라” “싸워라. 우리는 되찾을 것이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거리를 행진했다. 집회·시위를 엄격히 통제하는 이란에서 대대적인 시위가 10일가량 이어지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이번 시위는 이란에서 ‘테헤하쉬터디’(20대를 일컫는 이란어)로 불리는 젊은이가 주축이 됐다. 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소통하면서 매일 장소를 바꿔가며 결집한다. 한 대학생은 “우리의 친구, 우리 주변의 딸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다는 것에 분노하는 것이다. 시위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보안 당국은 시위대 결집을 막기 위해 지난 20일부터 왓츠앱과 인스타그램 접속을 차단했다. 이란에서 트위터 유튜브 페이스북 텔레그램 등 SNS는 이번 시위 이전에도 사용할 수 없었다. 당국은 시위가 주로 벌어지는 오후 5시부터 자정까지는 휴대전화의 데이터 통신을 모두 차단하고 있다. 시위를 취재한 언론인도 다수 체포됐다. 테헤란기자협회는 성명을 내고 “시위 현장에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언론인이 체포됐다”며 구금된 기자 9명을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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