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노]“공정이 무엇입니까”

이노성 기자 nsl@kookje.co.kr  |  입력 : 2021-03-11 21:51:32
지난 10일 오후 부산 동구 LH 한국토지주택공사 부산울산본부 앞에서 진보당 부산시당이 LH직원 땅 투기 규탄 및 엄정 처벌과 부당이득 몰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 ‘한강’ 6권은 1970년대 부동산 투기를 세밀화처럼 묘사합니다. 쿠데타에 가담한 부패인사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200원 하던 한 평(3.3㎡)을 5만 원에 파는 장면은 압권입니다. 신사동 땅값이 10년 만인 1980년대 초반까지 2000배나 폭등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반세기가 흘러도 우리 국토는 여전히 투기판입니다. 부산지방법원은 최근 부산 해운대구 초고층빌딩 엘시티 이영복(수감중) 회장의 아들 A 씨와 분양대행사 대표 B 씨에게 엘시티 아파트를 불법 분양받은 혐의(주택법 위반)로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매매가가 많게는 10억 원 이상 올랐는데 벌금 1000만 원은 솜방망이 처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옵니다. 현재 부산경찰청은 ‘엘시티 특혜 분양자 명단이 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접수하고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지요. 부산시도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와 가까운 연구개발특구 일대에 대한 투기 조사에 나섰습니다. 앞서 뉴스레터 ‘뭐라노’는 지난 10일 “연구개발특구의 배후 신도시인 부산 강서구 대저1동의 지난 2월 토지거래량이 평소의 3배가 넘는 90건에 달한다”는 소식을 전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정부 합동조사단도 11일 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의 토지거래를 조사해 20명의 투기 의심 사례를 확인했습니다. 1명이 8개 필지를 매입하거나 22명이 1개 필지를 공동매입한 경우도 있었다고 하네요. 이쯤되면 LH를 해체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민심이 악화하자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의원 300명의 부동산 전수조사를 제안했습니다.

공직자와 특권층의 투기는 일반인들에게까지 번져 ‘부동산 불패 신화’를 낳았습니다. 2018년 기준 가구당 순자산 4억1596만 원 가운데 부동산 비중이 4분의 3에 달합니다. 집값에 질린 청년들은 결혼과 출산을 기피합니다. “공정이 뭐냐”고 되묻습니다. 정권의 명운이 아니라 국가의 운명을 걸겠다는 각오가 필요한 때입니다. 이노성 국제신문 디지털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