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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미나리’ 제작 이미지. 국제신문 DB |
우리나라 최초의 어류도감은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 조선시대 김려가 경남에서 유배생활을 하던 1803년 편찬했으니 정약전의 자산어보(玆山魚譜)보다 11년 빠릅니다. 창원시와 마산대는 1일 우해이어보에 등장하는 생선 요리를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메뉴 44개를 공개했습니다. 감성돔 식해(생선을 토막 낸 다음 소금이나 조밥을 넣고 버무려 삭힌 음식)도 재현했다고 하네요.
물고기와 미나리는 환상의 케미를 자랑합니다. 보양식의 으뜸인 민어탕의 개운한 식감은 미나리 덕분입니다. 전라도에선 미나리와 깻잎·풋고추를 듬뿍 넣고 초고추장과 함께 버무린 전어회 무침을 즐기지요. 애주가들은 복국에 곁들인 미나리를 사랑합니다. 미나리는 청열해독(淸熱解毒) 작용이 강하다고 합니다. 동의보감의 복어 편에는 ‘미나리와 같이 끓이면 독이 없어진다’라는 기록도 있다고 하네요. 물론 미나리가 복어독을 해독하는 능력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홍길동’의 저자이자 미식가로 이름 높았던 허균은 미나리를 먹는 게 고역이었나 봅니다. 전라도로 유배를 갔을 때 “밥상 위의 반찬이라곤 썩어 문드러진 뱀장어나 비린 생선에 쇠비름과 (어디서나 잘 자라는) 미나리뿐”이라고 불평했다고 합니다. 주린 배를 달래기 위해 쓴 책이 도문대작(屠門大嚼). ‘푸줏간 앞에서 크게 입맛을 다시다’는 뜻이라니 얼마나 고기를 그리워했는지 짐작이 갑니다.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이 연출한 영화 ‘미나리’가 골든글로브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습니다. 시련에 부딪혀 좌절하면서도 서로의 손을 잡고 다시 뿌리 내리려는 한인 가족의 삶을 따뜻하게 그렸다는 호평이 쏟아졌습니다. 정 감독은 미나리가 무슨 뜻이냐는 외국 기자들의 질문에 “미나리의 질긴 생명력과 적응력이 우리 가족과 닮았다”고 했습니다. 원래 미나리는 물을 뜻하는 옛말 ‘미’와 나물을 뜻하는 ‘나리’가 합쳐진 말이라고 하네요. 주말에 청도 미나리와 삼겹살로 배를 든든히 채운 다음 ‘미나리’ 감상해볼까요? 이노성 국제신문 디지털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