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노]국법(國法)과 가법(家法)의 충돌

이노성 기자 nsl@kookje.co.kr  |  입력 : 2021-02-09 22:02:08
설 연휴를 이틀 앞둔 9일 서울역에서 시민이 고향으로 가는 열차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제공=연합뉴스
“설에 손녀 재롱 보고 싶구나.” 부모님의 호출입니다. 감염 걱정에 한숨이 나옵니다. 그렇다고 불효자 소리는 더욱 듣기 싫습니다. 국법(國法)과 가법(家法)에 대한 고민은 온라인 카페에 넘칩니다. “명절인데 왜 안 오냐며 서운해하실 걸 생각하니 스트레스다. 집안마다 한 명씩만 찾아가도 5인은 넘게 모이게 되지 않냐.” “정부가 집합 금지를 해도 부모님이 오라고 하시면 가야 한다.” “방역수칙 위반하면 과태료 물어야 되다고 했더니 ‘누가 신고라도 하겠냐’고 하시더라.”

상당수 부모도 자식 눈치를 봅니다. 경남에 사는 박모(68) 씨는 아들 삼형제에게 고향에 오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그는 국제신문 취재진에게 “지난 추석에도 손자들을 보지 못했다. 그래도 감염병부터 잡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습니다. 가족이 모이는 문제로 부부 갈등까지 비화된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김모(51) 씨는 “집사람과 며칠째 다투다 결국 아이와 집사람은 모두 빠지고 우리 4형제만 차례를 올리기로 했다. 방역도 좋지만 명절에 가족이 모이지 못한다니 씁쓸하다”고 한숨 쉬었습니다. 연휴 대목을 기다리던 관광지도 울상입니다. 오는 11일 에어부산의 부산발 제주행 항공편 예약률은 78% 수준. 작년 추석 연휴 기간 부산발 제주행 평균 예약률(88%)보다도 낮습니다.

정부는 5인 이상 모임 금지를 위반하면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합니다. 집합금지 위반 대상은 주민등록상 거주지가 같지 않은 가족이 5인 이상 모였을 때입니다. 직계가족이어도 거주지가 다르면 모두 적용됩니다. ‘5인 이상’에는 연령 제한도 없습니다. 영·유아도 1인으로 산정됩니다. 유일한 예외는 돌봄이 필요한 아동·노인·장애인과 임종 가능성이 있어 가족이 모일 때 입니다. 5인 이상 모임을 하다가 확진자가 발생하면 치료비와 방역비에 대한 구상권 청구도 가능합니다.

정부는 비대면 가족상봉 대책도 내놨습니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날 이동통신 3사 CEO와의 온라인 간담회에서 설 연휴인 11∼14일 영상통화를 무료로 제공하는데 합의했습니다. 코로나19가 바꾼 설 풍경입니다. 이노성 국제신문 디지털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