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노]마약왕 ‘바티칸 킹덤’의 몰락

이노성 기자 nsl@kookje.co.kr  |  입력 : 2021-01-07 21:31:41
제공=연합뉴스
암호화된 비밀대화 기능. 메신저 텔레그램이 유명해진 비결입니다. 테러조직 IS도 고객입니다. 국내에서는 텔레그램이 범행 수단으로 변질된 적이 많습니다. 성착취 동영상을 유포한 ‘n번방’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경남경찰청이 7일 구속한 마약공급책 B(26)씨도 텔레그램 아이디 ‘바티칸_킹덤’으로 활동하며 구매자를 물색했습니다. B 씨는 필리핀 유명 마약상인 텔레그램 아이디 ‘마약왕 전세계’ A(41) 씨로부터 마약류를 공급받았습니다. A 씨는 2016년 10월 필리핀에서 한국인 3명을 살해한 이른바 ‘사탕수수밭 살인사건’의 범인이라고 합니다. 그는 필리핀 감옥을 탈옥했다가 지난해 10월 붙잡히기 전까지 B 씨에게 마약류 49억 원 상당을 공급했습니다. 마치 한 편의 범죄영화를 보는 듯 합니다.

 마약 공급조직의 먹잇감은 2030세대입니다. 경찰이 ‘바티칸 킹덤’ 일당으로부터 마약을 매수·투약했거나 유통한 혐의로 조사 중인 90명 가운데 88.9%가 초범입니다. 20·30대 비중은 무려 85.6%입니다. 이 중에는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자와 함께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조사를 받은 지인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국내 마약조직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필리핀에 수감된 ‘마약왕 전세계’의 국내 송환을 추진하는 한편 ‘다크웹 전문수사팀’을 강화한다고 합니다.

 랜덤채팅 앱도 범죄에 자주 이용됩니다. 2015년 랜덤채팅을 통해 조건만남에 동원된 15살 가출 청소년이 성매수 남성에게 모텔에서 살해당했습니다. 지난해 4월 전북 전주와 부산에서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최모(31)씨도 랜덤채팅 앱을 이용해 피해자를 물색하고 유인했습니다. 여성가족부는 “앱이 유해한 것이 아니라 앱에서 이뤄지는 조건만남이 나쁜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하다가 ‘n번방’ 사건이 터지고서야 랜덤채팅 앱을 청소년 유해매체로 지정하는 고시를 냈습니다. 국가가 ‘빅브라더’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디지털범죄를 추적하는 공공의 역할은 갈수록 확대될 것 같습니다. 이노성 국제신문 디지털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