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노]신축년에 다시 읽는 데카메론

이노성 기자 nsl@kookje.co.kr  |  입력 : 2020-12-31 22:05:40
부산의료원에서 의료진들이 코로나19 격리병동에 들어가기전에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
신축년(申丑年) 해돋이 보셨습니까. 하얀 소의 해가 밝았습니다. 소(牛)가 들어간 지명은 국내에서 용·말에 이어 세 번째로 많습니다. 우암동(부산 남구)·우가마을(울산 북구)·우혜마을(경남 거창)…. ‘느릿느릿 걸어도 황소걸음’이라는 속담처럼 소는 묵묵함과 우직함의 상징입니다.

 고대 중국 전설 속의 제왕인 신농(神農)은 반인반수입니다. 몸은 인간이지만 머리는 뿔이 두 개 달린 소입니다. 농업의 신이자 의학의 신인 신농에게 소의 얼굴이 씌워진 이유입니다. 신농이 재림한다면 코로나19를 퇴치할 수 있을까요? 현대판 신농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말대로 개인방역과 마스크일겁니다.

 코로나19 유행기에 관심을 모은 책 중 하나가 ‘데카메론’입니다. 이탈리아 작가 조반니 보카치오가 14세기에 쓴 ‘데카메론’은 흑사병을 피해 피렌체에서 시골로 피신한 여성 7명과 남성 3명이 열흘 동안 주고 받는 100개의 이야기 묶음입니다. 지금의 사회적 거리두기와 흡사합니다. 데카메론은 10명의 집단지성을 통해 중세 교회권력에 대한 비판뿐 아니라 근대의 이념인 인권도 다룹니다. “근대문학의 탄생을 알린 작품”으로 평가받는 이유입니다.

 과거 소설이 이야기의 통로였다면 요즘은 소셜미디어나 OTT가 소통과 위로의 공간입니다. 착한 건물주의 사연이나 개인병원을 통째로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내준 의사 이야기가 랜선을 통해 공유됩니다. 고립되었지만 연결돼 작은 기쁨을 나누고 연대하는 ‘코리아 데카메론’이 쓰이고 있는 중입니다.

 한 사람이라도 감염돼 있으면 안전할 수 없다는 것을 매일 확인합니다. 정은경 청장은 31일 “가족·친구·동료와 함께 나누는 평범한 일상이 꼭 이루어질 수 있도록 더 무거운 책임과 사명감을 가지고 방역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습니다. 혼자 힘으로는 일상을 되찾을 수 없습니다. 연휴 기간 집에 머물러야 역병이 지배했던 경자년에서 신축년이라는 ‘근대’로 나아가는 ‘데카메론’의 첫 장이 열립니다. 이노성 국제신문 디지털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