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노]김진숙의 정년

이노성 기자 nsl@kookje.co.kr  |  입력 : 2020-12-30 22:02:24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30일 ‘김진숙 희망 뚜벅이’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제공=전국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2020년 12월 31일. 조선소 첫 여성 용접공 김진숙(60) 씨가 한진중공업에서 해고되지 않았다면 정년을 맞는 날입니다. 1981년 입사한 김 씨는 1986년 노동조합 집행부의 어용성을 비판하는 유인물을 배포했다는 이유로 해고됩니다. 2011년에는 정리해고 반대 요구를 내걸고 영도조선소 타워크레인에 올라 309일 동안 농성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지난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암 투병 주인 김 씨 복직을 촉구하는 특별 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민주화운동명예보상심의위원회도 두 차례에 걸쳐 ‘해고가 부당하다’며 사측에 복직을 권고했습니다. 한진중공업 측은 복직 대신 재채용과 위로금을 전달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으나 거절당했다고 합니다.

 김 씨는 30일 부산 호포역에서 출발해 청와대까지 걸어가는 ‘희망 뚜벅이’에 들어갔습니다. 그는 트위터에 “잃는 것도 사치라 다시 길 위에 섰다. 연말까지 기다렸지만 답이 없어 청와대까지 가보려구요. 복직 없이 정년 없습니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청와대 분수대 앞에선 김 씨의 복직을 바라는 108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앞에선 산업재해 사망자 유족들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개악’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2400배를 하고 있습니다. 2400은 연간 산재 사망자를 의미합니다. 개정안대로라면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숨진 김용균과 서울 구의역 김 군의 스크린도어 사망사고도 중대재해에서 제외된다고 노동계는 주장합니다.

 청와대·국회 앞에 선 자들의 요구는 단 두 가지. ‘일하다 죽지 않을 권리’와 ‘부당하게 잘리지 않을 권리’입니다. 지난 20일에는 경기도 포천시의 한 숙소용 비닐하우스에서 캄보디아인 근로자가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19∼20일 포천에는 영하 20도에 육박하는 추위가 닥쳤다고 합니다.

 우울한 연말, 실현되지 못할 꿈인 줄 알지만, 경자 씨를 보내며, 새해 소망을 빌어봅니다. “저녁이 있는 노동자의 삶, 어서 빨리 오길!” 이노성 국제신문 디지털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