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노]개금3동의 생애 마지막 전력질주

이노성 기자 nsl@kookje.co.kr  |  입력 : 2020-12-28 21:44:20
지난 2017년 8월 부산 부산진구 개금3동 10통 새마을경로당에서 마을 어르신들과 공동기획팀이 전력질주협동조합 창립총회를 마친 뒤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국제신문 DB


  부산 부산진구 개금3동 8·10통은 비탈진 산동네입니다. 노인 홀로 사는 1인 가구가 많습니다. 가난해도 크게 외롭진 않습니다. 늘 창문을 두드리는 이웃이 있거든요. 지난해 3월로 시간을 되돌려 보겠습니다. 평소 귀가 어두웠던 노인 A 씨. 요양병원 입원을 놓고 자녀와 다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합니다. 집안에서 홀로 죽어가던 그를 살린 건 동네 친구였습니다. 매일 마실을 다니던 A 씨가 보이지 않자 B 씨가 119에 신고한 겁니다. 혈연으로 묶인 전통적 가족 관계 대신 이웃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결합한 ‘사회적 대안가족’이 생명을 구한 셈입니다.

 8·10통 구성원들은 ‘고립되지 않은 삶’을 지향합니다. 직장에서 강제 퇴사당해 술에 찌든 실직자에게 쌀·반찬을 가져다 주거나 기초생활보호 대상자 등록을 돕습니다. 협동조합도 활동 중입니다. 그 중 눈에 띄는 건 ‘전력질주협동조합’입니다. 노인들이 반찬을 만들어 도시락을 나눠주거나 기업·단체에 판매해 수익을 올립니다. 현재 대안가족 등록 구성원은 모두 49명.

 사실 개금3동은 국제신문 취재진이 노인의 가난과 소외라는 사회적 문제의 대안을 찾기 위해 2017년 겨울부터 여름까지 9개월을 머문 동네입니다. 보증금 없는 월세 17만 원짜리 방에서 셋방살이를 하며 어르신들과 ‘동거’를 했습니다. 처음 숨을 헐떡거리며 높고 좁은 계단을 올라 도착한 마을에선 인기척조차 느낄 수 없었습니다. 폐지 줍던 어르신은 이런 말도 했죠. “저 집? 잘 몰라.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수가 없지.”

 함께 폐지 줍고, 밭에 물 주고, 고장 난 선풍기 고치고, 경로당에서 화투 치고, 감자 쪄 먹고, 노래 대결도 했더니 관계가 형성됐습니다. 어르신들도 취재팀에게 ‘기자’ 대신 권 서방, 권 씨, 김 군, 아들, 애 아빠, 아저씨, 총각이라고 불렀죠. 그리고 취재팀은 사회복지법인 우리마을의 도움을 받아 ‘대안가족 공동체 사업’에 뛰어듭니다. 28일에는 올해 성과를 결산하는 자리도 마련됐습니다. 여전히 ‘생애 마지막 전력질주’를 하고 있는 8·10통 어르신들을 응원합니다.  이노성 국제신문 디지털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