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노] 불 꺼진 북갑을 기억해 주세요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  |  입력 : 2026-05-28 09:11:36
북갑 선거에 출마한 하정우(더불어민주당·왼쪽부터) 박민식(국민의힘) 한동훈(무소속) 후보. 김정록 기자
2001년 전국을 강타한 영화 ‘친구’는 많은 명장면을 남겼습니다. 그중 하나가 여고 축제에서 밴드 ‘레인보우’가 ‘연극이 끝난 후’라는 노래를 부른 장면입니다. 혹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면 노래 가사를 보면 금방 알 수 있을 겁니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혼자서 객석에 남아/조명이 꺼진 무대를 본 적이 있나요//음악 소리도 분주히 돌아가던 세트도/이젠 다 멈춘 채 무대 위엔/정적만이 남아 있죠/어둠만이 흐르고 있죠.”

원곡은 1980년 제4회 MBC 대학가요제에서 그룹 ‘샤프’가 불렀고, 은상을 받았습니다.

가사를 하나하나 뜯어보면 많은 것이 와 닿습니다. 특히 팬들의 사랑을 많이 받는 아티스트나 스포츠 스타들이 이 노래에 많이 공감합니다.

한번 상상해 보겠습니다. 콘서트 무대에서 팬들의 열광적인 환호를 받던 가수가 있습니다. 콘서트가 끝나고 팬들이 모두 돌아간 불 꺼진 콘서트장에 혼자 남았다고 생각하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지독한 공허함에 빠져 나쁜 길로 빠진 사례도 간간이 있었습니다.

빌드업이 살짝 길었습니다. ‘연극이 끝난 후’를 먼저 꺼낸 건 북갑 선거를 이야기하기 위해서입니다. ‘연극이 끝난 후’와 북갑 선거가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지난 23일 우연히 구포시장에 갔습니다. 구포시장은 쇼핑의 천국이기 때문에 구경만 해도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지하철에서 내려 지상으로 올라간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하얀색과 빨간색, 파란색 옷을 입은 선거 운동원이 길거리를 가득 메웠고, 건물마다 커다란 현수막이 걸려 있었습니다. 구포시장뿐만 아니라 거리 곳곳에서 선거 운동원이 외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 낯선 장면에 취해 내가 콘서트나 연극을 보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착각까지 했습니다.

북갑은 6·3 지방선거에서 가장 뜨거운 곳입니다. 부산뿐만 아니라 전국을 통틀어서도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언론사들은 매일 북갑을 조명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유튜브와 SNS에는 선거 운동 영상이 넘쳐납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북갑이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은 적이 있었나.’

언젠가부터 부산을 동부산과 서부산으로 갈라치는 일이 흔했습니다. 그러면서 늘 동부산과 서부산을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부산의 중심은 동부산이고, 서부산은 상대적으로 소외받고 낙후된 지역이란 인식이 강했습니다. 북갑은 바로 그 서부산의 핵심 지역이었습니다.

그런 북갑이 현재 전국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무대가 됐습니다. 6·3 지방선거 공식 선거일 이전부터 달아올랐고 현재는 거의 폭발할 지경입니다.

북갑에서 벌어지는 콘서트나 연극은 6월 3일 끝납니다. 그러면 그 뒤에는 어떻게 될까요. 온종일 거리를 달구던 선거 로고송과 구호, 선거 운동원들이 사라진 북갑은 ‘연극이 끝난 후’의 가사처럼 조명이 꺼진 무대가 되고, 정적과 어둠만이 흐르게 될까요.

북갑에 출마한 세 명의 후보들에게 부탁하고 싶습니다. 선거 당락에 상관없이 불 꺼진 북갑을 언제나 기억해 달라고. 선거가 끝난 후에도 북갑을 위해 최선을 다해 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