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노]청와대 정책실장 말의 무게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  |  입력 : 2026-05-14 09:03:19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13일 K-조선 미래비전 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 시절 ‘윤핵관’이란 표현이 유명했습니다. 윤석열 핵심 관계자란 뜻입니다. 처음에는 윤 전 대통령 측의 주요한 취재원 또는 정보원을 의미했는데, 점점 다른 쪽으로 진화(?)했습니다.

일종의 ‘사어(死語)’가 된 윤핵관을 다시 끄집어낸 건 언론 기사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핵심 관계자’ 또는 ‘고위 관계자’란 표현을 설명하기 위해서입니다. 취재원을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려운 경우 정보의 출처를 간접적으로 알리고, 정보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구사합니다. 영문 기사에선 익명의 소식통(unnamed sources 또는 anonymous sources)이란 표현을 사용합니다. 대표적인 익명의 소식통이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워싱턴포스트지의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 기자에게 정보를 제공한 딥 스로트(Deep Throat)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핵심 관계자나 고위 관계자는 누구를 말하는 것일까요. 정답은 없습니다. 그 표현을 쓴 기자의 의중이 크게 작용합니다. 대신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은 있습니다. 그냥 관계자와 핵심 또는 고위 관계자는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핵심 또는 고위 관계자는 말 그대로 관계자가 속한 조직에서 상당한 위치에 있는 사람입니다. 기자가 간접적으로 힌트를 주는 셈입니다. 이런 표현은 취재원과 기자와의 사전 합의에 따른 것입니다.

반대로 고위 관계자가 실명 공개를 허락한다면 그대로 쓰면 됩니다. 대부분 공식적인 기자회견이나 발표 같은 경우 실명을 공개합니다.

새로운 트렌드가 생겼습니다. SNS 활용입니다. SNS는 정치인들의 새로운 무기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이 SNS 활용을 많이 합니다.

지난 12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인공지능(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은 특정 기업만이 끌어낸 결과가 아니다”라며 국민에 환원하기 위한 ‘국민배당금제’를 제안했습니다. 그는 “AI 인프라 공급망에서의 전략적 위치가 구조적 호황을 만들고, 그것이 역대급 초과 세수로 이어진다면, 그 돈을 어떻게 쓸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응당 고민해야 할 문제”라며 “이 과실은 반세기에 걸쳐 전 국민이 함께 쌓은 기반 위에서 나온 것이다. 과실의 일부는 구조적으로 국민에게 환원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실장은 이재명 정부의 정책 컨트롤타워입니다. 앞에서 예를 든 고위 또는 핵심 관계자에 해당합니다.

김 실장의 글은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곧바로 반발했고,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 내부 논의나 검토와는 무관한 개인의 의견”이라고 한 발 물러났습니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이 나서 일부 언론이 음해성 가짜 뉴스를 유포했다고 반박했습니다.

여기선 김 실장의 발언 내용을 논할 생각이 없습니다.

대신 김 실장의 발언 자체를 거론하고 싶습니다. 청와대 정책실장이 어떤 자리인지 설명해 드렸습니다. 개인 김용범과 청와대 정책실장 김용범의 말이 주는 무게는 완전히 다릅니다. 그렇다면 김 실장은 왜 고위 또는 핵심 관계자란 표현 대신 직접 SNS에 등판해 실명을 공개하고 글을 올렸을까요.

개인 의견이었을까요. ‘개인 의견’은 때와 장소, 플랫폼을 구분해야 합니다. 사석에서 발언한 것이 아니고, 실명 대신 고위 또는 핵심 관계자를 쓴 것도 아니고, SNS에 실명으로 쓴 글을 개인 의견으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의 반박처럼 음해성 가짜 뉴스일까요. 이 부분은 발언 당사자인 김 실장의 설명이 필요해 보입니다. 일부에서 김 실장 말을 오독했거나, 편한 대로 해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현재로선 김 실장 글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이번 기회에 말과 글의 무게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