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노]벤치에 앉은 감독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  |  입력 : 2026-06-30 09:09:51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32강 진출에 실패한 한국 축구대표팀의 홍명보 감독이 29일(한국시간) 멕시코 훈련장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축구대표팀의 홍명보 감독이 또다시 물러났습니다.

홍 감독은 29일(한국시간) 멕시코 사포판의 치바스 베르데 바예 훈련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감독직 사퇴를 발표했습니다. 사퇴 이유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여서 별도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여기선 다른 시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이번 월드컵 내내 홍 감독에게 따라붙은 꼬리표 중 하나는 ‘전술 부재’였습니다. 스타플레이어 출신 해설가 등이 앞다퉈 홍 감독의 전술 문제를 꼬집었습니다.

특히 32강 진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조별리그 3차전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 전술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유독 컸습니다. 공통적인 부분을 보면 한국이 후반 0-1로 끌려가는 상황에서 특별한 공격 전술 없이 공만 돌린다고 분개했습니다. 그러면서 선수들이 무기력하게 공만 돌리는 데도 홍 감독은 벤치에 앉아 아무런 지시도 내리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바로 이 부분입니다. 32강 진출을 다투는 중요한 경기에서, 더구나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감독이 벤치에 앉아 있었다는 부분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스포츠 분야를 취재하면서 현장에서 적지 않게 축구 경기를 지켜봤습니다. 프로축구와 국가대표 A 매치뿐만 아니라 국제신문이 매년 대한축구협회장배 전국 축구대회를 개최하기 때문에 중학교와 고교 축구도 많이 취재했습니다. 예전 오전부터 오후까지 고교 축구대회를 보고 저녁에 프로축구를 취재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합니다. 그때는 공만 보면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습니다.

수없이 많은 축구 경기를 취재하면서 예외 없이 목격한 장면이 있습니다. 벤치에 선 감독입니다. 감독은 전반 시작부터 후반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거의 벤치에 앉지 않습니다. 전후반 내내 서서 끝없이 목청을 높입니다. 그 속에는 전술적인 지시가 담겨 있습니다.

최근엔 감독들이 상대적으로 점잖게 고함을 치지만 암울하던 시절엔 고함의 대부분이 욕설이었습니다. 어쨌든 감독은 그런 일을 하는 직업입니다. 프로축구를 취재하던 시절 전지훈련에 동행했다가 감독의 허락을 받고 벤치에 같이 앉았던 적이 있습니다. 전지훈련 기간 치르는 친선경기에서도 감독은 전후반 내내 고함을 치며 선수들을 지도했습니다. 그게 감독의 숙명입니다.

TV로 경기 중계를 보더라도 카메라가 감독 모습을 잡으면 대부분 손을 들고 목에 핏대를 세워 작전 지시하는 모습을 익숙하게 접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꽤 많은 경기를 취재하면서 딱 한 번 예외적인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대한축구협회장배 전국 중학 축구대회에서 겪었던 일입니다. 정확한 시기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경기가 시작되면 곧바로 벤치에서 고함이 들리기 시작하는데, 딱 한 학교는 조용했습니다. 그 중학교는 부산의 축구 명문으로 유명했습니다. 당시 감독도 꽤 유명한 선수 출신이었습니다. 그 감독은 경기 내내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벤치에서 일어나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 감독에게 왜 다른 감독처럼 하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는 “중학 선수들은 축구를 배워가는 단계에 있다. 그들에게 작전을 지시하는 것보다 스스로 그라운드에서 자유롭고 창의적인 플레이를 배우고 경험하는 게 낫다”고 답했습니다.

다시 홍 감독으로 돌아가겠습니다. 그렇다면 홍 감독은 선수들이 자유롭고 창의적인 플레이를 하도록, 월드컵이란 큰 경기를 경험하도록 지켜본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