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태어난 아기가 세상과 소통하는 수단은 울음뿐입니다. 그런 아기가 처음 배우는 말 역시 대개는 ‘엄마’. 입을 닫았다가 열면 자연스레 나오는 발음이어서 그럴 수 있습니다.
자기를 돌봐주는 존재를 가장 먼저 발음하는 건 ‘생존 본능’이라는 주장도 있죠. ‘엄마’와 함께 ‘맘마’를 거의 동시에 배우는 것이 그 근거.
아무튼 엄마는 항상 자식을 울립니다. 아기에게 엄마는 세상 전부나 다름없죠. 유년의 정서에 엄마가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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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해운대구 송정 바닷가 인근에 조성이 추진하는 ‘섬집 아기’ 시비 조감도. 송정동개발위원회 제공 |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노래에 / 팔 베고 스르르 잠이 듭니다’.
그 옛날 엄마들은 가난했습니다. 아기를 돌보는 것뿐 아니라, 생계를 위해 뭐든 해야 했습니다. 물질을 하든, 뭔가를 내다 팔든 해야 가족이 먹고살 수 있었죠.
엄마를 기다리던 섬집 아기는 스르르 잠이 듭니다. 엄마는 십 리 밖에 있어도 아기의 숨결을 느낍니다. 결국 굴 따다 말고 걸음을 재촉합니다.
‘아기는 잠을 곤히 자고 있지만 / 갈매기 울음소리 맘이 설레어 / 다 못 찬 굴 바구니 머리에 이고 / 엄마는 모랫길을 달려옵니다’.
일 나간 엄마 걱정에 훌쩍훌쩍 눈물 흘리는 아이도 있습니다. 기형도 시인의 ‘엄마 걱정’입니다.
‘열무 삼십 단을 이고 / 시장에 간 우리 엄마 /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 엄마 안 오시네, 배춧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 금 간 창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 아주 먼 옛날 /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엄마의 고된 삶이 묻어납니다.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돌아오지 않는 엄마 걱정에 아이는 외롭고 무섭습니다. 어른이 돼도, 그 시절 엄마의 모습은 항상 눈시울을 뜨겁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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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해운대구 송정 바다를 배경으로 창작된 동시 ‘섬집 아기’의 그림동화책. 박상재 작가 제공 |
책은 한인현(1921~1969) 선생이 창작한 동시 ‘섬집 아기’의 탄생 일화를 들려줍니다. 한인현 선생은 어려서 어머니를 여의었습니다.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을 늘 가슴에 품고 살다가, 고향 함경남도 원산의 명사십리 모래밭을 생각하며 송정 바닷가에서 시로 표현했다고 전해집니다. ‘섬집 아기’는 1946년 10월 동시집 ‘문들레(민들레)’에 실려 발표됐습니다. 동요로는 4년 뒤인 1950년 나왔습니다.
이제 곧 송정 바닷가에 가면 ‘섬집 아기’를 볼 수 있습니다. 시비가 세워진다고 하네요. 주민 모임인 ㈔송정동개발위원회 등이 수고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장소는 송정해수욕장 옆 죽도공원 광장, 제막식 날짜는 오는 10월 18일. 민간이 만들어 담당 해운대구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지어집니다.
화강석으로 팔 베고 스르르 잠자는 아기, 굴 바구니 이고 돌아오는 엄마를 조각합니다. 받침대를 빼면 높이 1.6m, 너비 1.38m 크기. 시비 건립을 계기로 ‘섬집 아기 음악제·문학제’ 등 기념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하네요.
다만 건립 예정지가 시유지라 부산시의 관련 심의를 받아야 합니다. 기부 형식이라 해운대구의 심의도 필요하다네요. 모든 행정 절차가 잘 마무리돼 송정 바닷가에서 세상 모든 엄마의 헌신과 희생을 기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