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노]공산주의라는 유령이 미국을 배회하고 있다?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  |  입력 : 2026-07-07 09:10:0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현지시간) 건국 250주년 기념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배회하고 있다. 공산주의라는 이름의 유령이.”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1848년 출간한 ‘공산당 선언’의 첫 문장입니다. 아주 유명합니다.

20세기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대립이 극한으로 치달았습니다. 그러다 1991년 소련(소비에트 사회주의공화국 연방)이 붕괴하면서 사실상 공산주의가 막을 내린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이후 자본주의의 폭주가 전 세계를 휘몰아치고 있습니다.

물론 예외도 가끔 있습니다. 일부 국가의 정치인들이 이념 대결을 부추기려고 의도적으로 좌파, 빨갱이, 사회주의 같은 용어를 구사합니다. 하지만 현재는 21세기입니다. 그런 용어를 국민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자본주의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 그것도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이 큰 대통령 입에서 다시 공산주의가 등장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간) 건국 250주년 기념 연설에서 “미국은 결코 공산주의 국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공산주의 체제는 미국 체제의 정반대이며, 공산주의 체제는 제대로 작동한 적이 없다”며 “우리의 전사들은 전 세계 전장에서 공산주의와 싸웠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그것(공산주의)은 암과 같다. 빨리 잘라내야 한다”며 “우리는 우리나라에 공산주의자들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갑자기 공산주의가 왜 등장했을까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2기 행정부를 출범시킨 후 좌충우돌했습니다.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을 벌였고, 이란과 무력 충돌도 감행했습니다. 1년 6개월 동안 전 세계를 이만큼 흔든 인물은 없습니다.

이란과의 전쟁이 사실상 정리 단계에 들어서자, 갑자기 공산주의를 꺼냈습니다. 그동안의 행보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절대 충동적이지도, 몽상적이지도 않습니다. 철저하게 계산해서, 이익을 위해 움직입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로 눈을 돌린 것으로 분석합니다. 그동안 미국 외부의 적과 싸웠다면 지금부터는 내부의 상대와 맞서야 한다는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염두에 두는 것은 집권 후반기 의회 지형을 결정할 11월 중간선거로 보입니다. 자신의 반대 진영을 미국의 적인 공산주의자로 규정해, 지지층 결집을 유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그가 직접적으로 겨냥하는 것은 ‘민주사회주의’(DSA)로 보입니다. 민주사회주의는 자본주의와 선거 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정부의 역할 확대와 복지 강화를 통해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자는 정치 이념입니다. 시장경제와 다당제 민주주의를 존중한다는 점에서 공산주의와는 구별됩니다.

민주사회주의를 표방한 정치인으로는 대통령 후보 경선에도 나섰던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과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민주·뉴욕) 연방 하원의원,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등이 유명합니다. 여기에 최근 민주당 예비 선거에서 민주사회주의를 내세운 후보들의 선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전 국민 건강보험 도입과 최저임금 인상 등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우며 젊은 층을 중심으로 지지세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하려면 민주사회주의를 내세운 후보들을 제압해야 합니다. 그래서 꺼낸 것이 공산주의입니다. 즉, 민주사회주의를 공산주의와 동일시하며 이념 프레임을 부각하는 것입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독립기념일 연휴 러시모어산 연설에서 민주사회주의 정치인들을 ‘공산주의자’로 규정하고 공격했습니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는 공화당과 보수 진영 인사들이 기존 ‘사회주의자’로 규정했던 민주당 진보세력을 ‘공산주의자’로 부르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이젠 갑자기 미국에서 공산주의자들이 급증한 이유가 짐작이 됩니까. 미국은 1940~50년대 ‘매카시즘’으로 홍역을 치렀습니다. 당시 미국에 내재된 ‘레드 컴플렉스’가 고스란히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2026년입니다. 21세기에도 공산주의가 미국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공산주의가 되살아난다면 ‘공산당 선언’의 첫 문장을 21세기식으로 변경할 수 있을 듯합니다.

“하나의 유령이 미국을 배회하고 있다. 공산주의라는 이름의 유령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