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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해운대 조형물 앞에서 단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제신문DB |
2000년대 후반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취재하러 중구 남포동 일대를 다녔습니다. 기자는 BIFF 행사를 구경하던 관객들에게 물었습니다. “BIFF를 보러 부산에 오셨습니까?” 기자는 “그렇다”는 답을 들으려고 질문했습니다. 그래야 애초 계획했던 기사를 쓸 수 있었으니까요.
돌아온 답은 의외였습니다. 대략 10명 중 7명은 다른 답을 내놨습니다. 가령 이렇습니다. “가족들과 부산에 놀러 왔다가 BIFF 행사를 하길래 보고 있습니다.”
약간 충격을 받았습니다. 곰곰이 생각하다 시각을 달리하자 새로운 세계가 보였습니다. 부산은 애초 관광도시였습니다. 외국인 관광객보다 국내 관광객에게 최고의 관광지였습니다. 부산 시민에게 익숙한 풍경과 먹거리 등이 외지인에겐 명물이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부산은 최고의 관광자원을 보유했습니다. 대한민국의 근현대가 중구와 영도, 동구 등 원도심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해운대와 광안리로 대표되는 바다는 최고의 자연 풍경입니다. 여기에 일일이 열거하기 힘든 먹거리를 접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모든 것을 하나로 꿰는 편리한 대중교통과 숙박시설을 갖췄습니다. 이 정도면 국내 최고 관광지로 손색이 없지 않습니까.
시간이 흘러 2026년입니다. 유튜브나 SNS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용어가 있습니다. 바로 ‘부산병’입니다. 네이버로 검색해 보니 “부산 여행의 경험(사람·정 문화·바다·시장 등)에 매료된 상태를 ‘부산병’으로 표현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부산병’에 걸린 사람은 외국인 관광객입니다. 의학적으로 진짜 병은 아니니 오해는 마시길 바랍니다.
부산병과 관련해 흥미로운 기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지난달 부산의 주요 관광지 인근 편의점 가운데 전년 동월 대비 외국인 매출이 2배 이상 늘어난 사례가 잇따랐습니다. 광안리가 있는 수영구 CU 매장의 외국인 매출은 전년 동월보다 189.9% 늘었고 해운대구는 120.7% 증가했습니다. GS25에서는 광안리 관광지 인근 매장의 알리페이·위챗페이 결제액이 264.8% 뛰었습니다.
올해 상반기(1∼6월)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242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부산시의 올해 연간 유치 목표인 400만 명의 60.5%에 해당합니다. 부산은 지난해 역대 외국인 관광객 최다인 364만 명을 기록했습니다. 그래서 목표를 400만 명으로 정했습니다.
물론 상반기에 외국인 관광객이 몰린 것은 지난 6월 열린 ‘BTS 월드투어 아리랑 IN 부산’의 영향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최근 부산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급속도로 증가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 사고를 한 단계 더 확장했습니다. 그동안 부산이 보유한 최고의 관광 자원이 국내 여행객에게만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습니다. 오산이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이란 점이 통계로 드러납니다. 즉 부산이 보유한 관광 자원은 국내외 관광객을 가리지 않고 흡입력을 가진다는 뜻입니다.
‘부산병’의 시초는 외국인 관광객이 아닙니다. 예전부터 부산에서 즐거움을 찾은 국내 관광객이 먼저였습니다. 부산병은 국내 관광객에서 외국인 관광객에게 유익하게 전염(?)됐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