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서울 서초구 대법원. 연합뉴스 |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4월 인천지검 부천지청이 담당한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일용직 노동자 퇴직금 미지급 사건 처리 과정에 윗선으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내리라는 압박이 있었다는 ‘쿠팡 불기소 외압 의혹 사건’을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있는 것을 없는 것으로 덮고, 없는 것을 있는 것으로 조작한 검사가 있다면 모조리 찾아내 법 왜곡죄로 처벌해야 한다”며 “적용할 법을 잘못 적용해 없는 죄를 있는 죄로, 있는 죄를 없는 죄로 판결한 사례가 있다면 판사들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죠.
법 왜곡죄는 법을 잘못 적용하거나 해석한 판검사를 징계·처벌할 수 있게 하는 형법 개정안입니다. 민주당은 지난해 법 왜곡죄 적용 대상을 검사로 제한해 발의했다가 지난 5월 대법원이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파기환송한 이후 판사까지 포함했죠. 민주당은 지난 3일 ‘사법불신 극복·사법행정 정상회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고요. 이달 중 국회 법사위 공청회 등을 중심으로 법 왜곡죄, 재판소원을 포함한 사법개혁 ‘7대 의제’도 추진할 방침입니다.
대법원은 법 왜곡죄가 “사법부 장악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국회에 전달했습니다. 대법원은 크게 세 가지 이유를 들며 법 왜곡죄가 사법부 독립을 해치고, 정권이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요. 우선 “법 왜곡죄는 역사적으로 신권과 왕권을 수호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다”고 했습니다. 법 왜곡죄를 도입했던 독일이나 러시아도 히틀러와 스탈린 독재하에서는 무력할 뿐이었다고 짚었죠. 과거 독재 정권이 정적을 제거하거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사법부를 압박하는 도구로 이와 유사한 법을 사용했던 것을 상기시킨 겁니다.
법관의 법적 판단 독립성이 침해될 수 있다고도 했는데요. 판사는 ‘법률 분쟁 해결’이 역할이므로 무조건 하나의 결론을 도출하게 되는데,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독립이 약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판사는 판결을 내릴 때마다 ‘이번 판결로 나중에 기소당하지 않을까’라며 자기검열을 하게 되고요. 특히 정치적으로 민감하거나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 사건일수록 소신 있는 판결 대신 ‘안전한 판결’을 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대법원은 “단순한 판단상 과오나 소수적 견해까지도 수사나 형사처벌 대상이 될 소지가 있다”며 “직무 수행을 지나치게 위축해 새로운 시대상이나 당시의 건전한 상식과 경험을 반영한 전향적 판결, 소수자에 대한 인권 보호 등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법 왜곡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됩니다. 대법원은 ‘형사법이나 국민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법률에 있어서는 불명확한 내용의 법률용어가 허용될 수 없다’는 헌법재판소 결정례를 인용하며 “‘왜곡’은 그 용어의 명확성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헌법상 명확성 원칙에 반할 우려가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특히 헌법 103조 등은 법관의 재판상·직무상 독립을 규정하는 만큼 법 해석·적용에 재량이 폭넓게 인정된다”며 “법관의 재량과 법 왜곡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 어렵다”고 덧붙였죠.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법 왜곡죄를 도입하지 않더라도 현행법으로 제어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법을 잘못 적용하거나 해석하는 판검사는 현행 직권남용·직무유기 등의 처벌 조항으로 포섭할 수 있고, 법관의 공정성이 의심될 때에 대비해 제척·기피·회피나 재배당 등 제도적 시정 절차가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