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다리가 일어서면!

작의

영도다리 아래에는 수많은 피난민들이 잃어버린 가족을 찾기 위해 모여들었다. 그리고 그들 중 일부는 애태워가며 찾아다니던 가족을 다시 만났고, 또 일부는 영영 가족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인연이라는 것은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 모르는 것이다. 가족을 잃고 헤매던 그 순간에도 그들은 누군가와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또 관계를 만들어가며 살아갔다.

분명히 비극이라 불릴 순간이었지만, 어째서인지 내 머릿속에는 그 순간 누구보다 더 활발하게 시장 통을 뛰어다니던 아이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제 그 아이들이 만드는 소중한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한다.

등장인물

최영도10세. 엄마랑 헤어지고 낯선 부산에 홀로 떨어진다. 순수한 성격으로 사람을 잘 믿는다. 언젠가 반드시 엄마가 자신을 찾아올 거라는 확고한 믿음을 지니고 있다.

강순탄13세. 전쟁고아. 부산에 피난을 오던 도중 부모를 잃고 혼자 남았다. 고아 패거리들과 동냥을 하는 대신에 점바치 거리의 점쟁이들의 일을 도와주며 돈을 번다. 영도에게 호의를 보인다.

이미숙35세. 영도의 엄마로, 흥남철수 당시 억지로 영도를 배에 태운다. 자신은 부산으로 걸어서라도 갈 테니, 영도에게 꼭 기다리라 말한 그녀. 과연 그녀가 부산에 무사히 도착할지는 의문이다.

김을주48세. 점바치 거리에서 유명한 점쟁이로 피난민들의 가족들이 언제 도착할지에 대한 점괘를 봐주는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순탄에 의해 그 모든 점괘가 사기였다는 것이 드러나고, 오히려 피난민들에게 화를 입는다.

노파70대. 점바치 거리에 늘 나와 앉아있는 거지노파. 하지만 을주와 영도, 순탄의 일을 목격하고, 영도에게 엄마에 대한 점괘를 알려준다. 점괘는 영도다리가 47번 일어서면 영도의 엄마가 찾아올 것이라 나온다.

씬1. 흥남부두 ? 밤

어두운 밤, 부둣가에 정박 중인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모습이 보인다.

배에 타지 못한 군인들, 애써 웃음을 보이며 배에 탄 피난민들을 바라본다.

선장정말 괜찮겠소?

장교우리는 어떻게든 남하하겠으니, 부디 저 사람들을 지켜주시오.

선장, 결연한 표정의 군인들의 얼굴을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때, 어린 영도를 안고 멀리서 달려오는 미숙의 모습.

미숙잠시 만요!

선장과 군인들 미숙을 돌아보다, 어린 영도를 발견하고 곤란한 표정이다.

미숙(다가 와)제발 우리 아이만이라도 태워주세요.

선장죄송하지만, 더 이상의 인원은…….

노인(배에서 내려) 그럼 내가 내릴 테니, 저 아이를 태워주게.

미숙(노인에게)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선장(고민스러운 표정으로 보면)

영도엄마? 나 혼자 가기 싫어. 같이 가.

미숙(영도를 보며) 걱정하지 마. 먼저 내려가 있으면, 엄마가 꼭 데리러 갈 테니까. (새끼손가락을 내밀며) 약속? 우리 영도 착하지?

선장, 영도의 몸을 두 손으로 번쩍 들어올린다.

영도, 선장의 품안에서 발버둥을 치지만, 빠져나오지 못한다.

영도엄마! 엄마!!!

미숙괜찮아. 영도야, 괜찮을 거야…….

영도를 데리고 배 안으로 들어서는 선장.

배,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면, 미숙 참았던 눈물을 흘리며 배를 바라본다.

안쓰러운 표정으로 미숙을 바라보는 군인들.

씬2. 갑판 위 - 밤

갑판 위에서 부둣가를 바라보며 소리를 지르는 영도.

영도(멀어지는 미숙의 모습을 보며) 엄마!!!!

선장, 뒤에서 영도의 몸을 꽉 붙잡고 있다.

선장sorry. boy.

멀어지는 배 위,

흥남부두로 폭격이 시작되는 것이 보인다.

씬3. 타이틀.

암전과 함께, 제목 떠오른다.

-굳세어라! 영도야!

씬4. 부산 항구 ? 낮

부산항에 정박 중인 수많은 배들의 모습.

사람이 터질 듯이 가득 찬 메러디스 빅토리호가 항구로 들어온다.

배의 문이 열리자마자, 밖으로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

수많은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사라지고, 영도 마지막으로 혼자서 걸어 나온다.

씬5. 갑판 위 ? 낮

갑판 위에서 안쓰러운 표정으로 영도를 바라보는 선장.

어린 영도, 어찌할 줄 모르고 주위를 둘러보고 있다.

선원그렇게 신경이 쓰이셨으면 도와주시지 않고요.

선장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만일세. 남은 건 저 아이의 몫이겠지.

선장, 영도를 잠시간 바라보다 미련 없이 몸을 돌린다.

선원, 영도가 궁금한 듯 배 아래를 내려다보면, 이미 영도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암전.

씬6. 시장, 순댓국집 앞 ? 낮

<한 달 뒤>

소란스러운 시장 안, 가판에 앉아 순댓국을 먹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손님1나라꼴이 어떻게 되려고, 조금만 더 있다가는 여기 부산까지 북한 놈들이 들이닥치게 생겼다는구먼.

손님2이거 빨리 일본으로 향하는 배편이라도 알아봐야 하는 거 아닌가?

손님1이 사람아. 죽어도 조국에서 죽어야지. 가긴 어디를 간다고 그러나?

손님1, 손님2의 뒤에서 자신들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아이를 발견한다.

아이 얼굴, 드러나면 그 사이 꾀죄죄하게 변한 영도다.

손님1(영도에게) 배가 고픈 게냐?

영도(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인다)

손님1(동전을 하나 던져준다) 그걸로 뭐든 요기라도 해라.

손님2(영도를 보고 인상을 찌푸리며) 자네, 돈이 썩어나나?

손님1누가 돈이 썩어나서 이러나. 아이가 굶주리고 있으니 그러는 게지.

손님2요즘 부산 바닥에 저렇게 정처 없이 떠도는 아이가 한 둘이 아닌데, 그 아이들을 자네가 다 먹여 살리기라도 할 셈인가?

손님1(피식 웃고) 뭐, 그것도 나쁘지 않겠네. 어차피 나라가 망하면 이 돈이란 놈도 그냥 종이가 아닌가?

기가 찬 표정으로 손님1을 바라보는 손님2.

영도, 자신의 눈앞에 떨어진 돈을 한참이나 바라보다 조심스럽게 줍는다.

멀리서 그 모습을 바라본 꼬마아이, 급히 어디론가 달려가기 시작한다.

씬7. 시장, 거지패 아지트 -낮

돈을 줍는 영도를 발견한 꼬마아이, 시장 골목 사이를 뛰어 어딘가에 들어서면,

허름한 행색의 아이들이 무리를 짓고 앉아 깡통 같은 곳에 담긴 밥을 먹고 있다.

꼬마 아이, 그 중 가장 덩치가 커다란 아이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한다.

덩이뭐? 어떤 자식이 감히 이 덩이님의 구역에서 허락도 안 받고 동냥질을 한단 말이냐?

덩이의 말에 아이들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한다.

덩이(꼬마에게) 너 어디인지는 확실히 봐 놨지?

꼬마(고개를 끄덕이면)

덩이앞장서라! 이런 걸 그냥 내버려두면 우리 밥 다 뺏기고 말기다.

덩이의 말에 아이들 우르르 일어선다.

씬8. 시장, 뻥튀기 집 앞 ? 낮.

뻥튀기 기계 앞에 앉아 뻥튀기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는 순탄.

순탄아저씨, 많이 좀 담아줘요.

뻥튀기아, 누군 땅 파서 장사하나? 가격만큼만 주는 기지.

순탄(능글맞게) 에이, 장사 하루이틀하나? 아무리 전쟁 통이라도 사람 사는데 정이라는 것도 있고 그런 긴데, 그리고 우리가 하루 이틀 봐요? 어제도, 그리고 그제도 내가 여서 사간 뻥튀기가 얼만데? 이 정도면 한번은 공짜로 주고 그래놔야, 손님이 몰리지. 이 아저씨가 몰라도 뭘 한참 모르시네.

뻥튀기(기가 찬 표정으로) 말이나 못하면. 알았다. 좀 더 넣어줄 테니, 어디 가서 소문이나 내지 말거라.

순탄그야 당연하지.

마침, 순탄의 뒤로 우르르 몰려가는 덩이네 아이들.

순탄(돌아보며) 저것들은 또 뭔 일이고?

뻥튀기뻥이요!!

뻥튀기 기계 뻥! 소리를 내고 터지면,

앞에 앉아있던 순탄의 모습이 사라지고 없다.

뻥튀기(사라진 순탄을 보고) 허어?

씬9. 시장, 순댓국 집 앞-낮

어딘가를 손으로 가리키는 꼬마,

덩이 꼬마의 손끝을 바라보면 국밥을 허겁지겁 먹고 있는 영도의 모습이 보인다.

덩이저게? 남의 구역에서 동냥하는 것도 모자라서 팔자 좋게 뜨신 밥을 먹어?

꼬마대장, 어떻게 할 거야?

덩이어떻게 하긴, 뜨겁고도 매운 맛을 보여줘야지.

덩이, 영도의 뒷모습을 보며 이를 뿌득 간다.

씬10. 시장 안, 골목 ? 낮

낮인데도 그림자가 지는 어두운 골목.

배가 부른지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가는 영도.

영도, 갑자기 하늘을 보다 또 울기 시작한다.

영도엄마.

덩이(영도의 앞에 나타나) 이게, 어디서 잘 얻어 먹어놓고 울고 지랄이고?

영도(깜짝 놀라 보면, 덩이다)

덩이얘들아!

덩이의 말에 골목의 앞뒤로 잔뜩 나타나는 거지꼴의 아이들.

영도, 영문을 몰라 앞뒤를 번갈아본다.

덩이아무리 배가 고프다고, 남의 것을 탐하면 쓰나? 어? 어디 족보도 없는 자식이 남의 구역에 와가지고는 동냥질이야?

영도나, 동냥질 안했어.

덩이안했어? 너 말이 꽤 짧다?

영도진짜야. 난 동냥 안 했어. 그냥 그 아저씨가 밥 먹으라고 준 거…….

덩이(웃고는) 그게 동냥이야, 거렁뱅이 자식아!

덩이의 말에 영도의 얼굴이 굳어진다.

씬11. 시장 안, 순댓국집 앞 ? 낮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뛰어다니는 순탄.

순탄아, 이 자식들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거야? 어?

순탄, 다시 주위를 둘러보다 시장 안을 뛰기 시작한다.

씬12. 시장 안, 골목 -낮

바닥에 털썩 넘어지는 영도.

덩이, 힘을 쓴 걸 자랑하듯 손을 탁탁 소리 내 턴다.

덩이한주먹거리도 안 되는 놈이!

영도왜, 왜 이래?

덩이 (영도에게 다가가) 잘 들어. 여기서 전쟁고아가 살아남는 방법은 딱 하나밖에 없어. 나처럼 강한 사람 밑에 붙는 거.

영도(얼굴을 붉히며) 나 고아 아냐!

덩이뭐? (영도를 아래위로 훑어보다) 푸하하, 그럼 네가 뭐 어느 대갓집 도련님이라도 되냐?

영도(아이들이 덩이를 따라 웃자) 진짜야! 우리 엄마가 나 찾으러 온다고 했어.

덩이(웃음을 멈추고) 여기 반 이상이 그런 애들이야. 하지만 우리 중 한명도 엄마나 아빠가 돌아오지 않았지.

영도,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아이들을 바라본다.

덩이(피식 웃고) 그러니까 힘 센 내 밑으로 들어와. 잘만 하면 배불리는 못 먹어도 굶어죽지는 않을 테니까.

꼬마(다급히) 대, 대장!!!

덩이, 뒤를 돌아보면,

멀리서 달려와 점프를 하는 순탄의 모습이 보인다.

퍽, 소리와 함께 암전!

씬13. 점바치 거리 ? 낮

점쟁이들이 늘어서 앉아있는 점바치 거리 안,

빼빼마른 을주, 신경질적으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을주순탄이 이 녀석은 뻥튀기를 어디 미국에서 만들어오나? 왜 이렇게 안와? 손님 몰릴 시간이 한참 지났구먼.

을주, 주위를 둘러보면 점을 보고 있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인다.

씬14. 시장 안, 골목 ? 낮

바닥에 풀썩 꼬꾸라지는 덩이.

꼬마대장!!

아이들, 쓰러진 덩이에게 몰려들기 시작한다.

순탄(웃으며) 힘이 세긴 누가? 비실비실해가지고 맨날 얻어터지는 자식이?

덩이(일어나) 으으! 강순탄! 왜 또 시비야?

순탄시비는? 니가 애꿎은 애 괴롭히니까 그런 거 아냐?

덩이여기는 여기만의 법이 있어!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니라고!

순탄법 좋아하시네. 이런 말 모르냐? 법보다 주먹이 더 가깝다고! 어디, 한 대 더 맞아 볼래?

순탄의 말에 움찔하며 물러나는 덩이.

덩이(민망함을 애써 감추며) 얘들아, 이만하면 됐다. 가자!

꼬마(실망한 표정으로) 대장?

덩이가자니까!!

덩이의 말에 아이들, 우르르 몰려 사라진다.

순탄(멍한 표정의 영도를 보고) 괜찮냐?

영도,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순탄이 근처에 저런 놈들 많아. 그래도 덩이 저 녀석 네는 얌전한 편이지만, 진짜 위험한 놈들도 있거든. (웃고) 아무튼 조심해서 다녀라.

순탄, 몸을 돌리면, 영도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씬15. 시장 안 ? 낮

사람들 사이로 빠르게 걸어가는 순탄.

순탄, 뭔가 낌새가 이상해서 뒤를 돌아보면 아무도 없다.

고개를 갸웃하고 다시 걸어가던 순탄, 순식간에 뒤를 돌아보지만, 또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순탄, 이상하다 생각하고 다시 걸어가기 시작하면,

나무 상자 뒤에서 슬쩍 나오는 영도.

영도 천천히 순탄의 뒤를 쫓기 시작한다.

씬16. 시장 안, 거지 패 아지트- 낮

아지트로 돌아온 덩이, 분한 표정으로 괜한 깡통을 걷어찬다.

큰 소리에 깜짝 놀라는 꼬마.

아이1대장, 왜 그래? 아까 걔가 누군데?

덩이강순탄. 너희들도 그 놈 얼굴 잘 기억해도.

아이2왜?

덩이점바치 거리에서 굴러먹는 놈인데, 이 근방에서 그 자식 만나면 상대하지 말고 그냥 지나치는 게 상책이야.

아이1그놈이 그리 세?

덩이날렵하고 힘도 좋지만, 더 무서운 건 성깔이지. 한 번 물었다 하면 안 놓거든. 예전에 그놈아랑 진짜 깡패랑 시비가 붙었는데, 깡패가 제발 그만하자고 할 정도였지.

덩이의 말에 감탄하는 아이들.

덩이나니까 상대하지, 이 바닥에서 그 놈 상대할 수 있는 놈 아무도 없어. (떨고 있는 꼬마를 보고) 근데 쟨 왜 저래?

아이2(깡통을 보고) 쟤, 엄마가 포탄에 맞아 죽었대. 그래서 큰 소리만 나면 저래.

덩이(답답한) 하여간, 이 놈이나. 저 놈이나!

씬17. 시장 안, 뻥튀기 가게 ? 낮.

뻥튀기 가게로 다가오는 순탄.

멀리 순탄의 뒤를 따라오는 영도의 모습이 보인다.

순탄아저씨, 많이 담아 놨죠?

뻥튀기갑자기 말도 없이 어딜 갔다 와?

순탄뭐, 그냥 좀 일이 있어서…….(뻥튀기를 보고) 에게, 겨우 이거에요?

뻥튀기(버럭)그 정도면 많이 준 거지. 나도 남는 거 하나 없구먼.

순탄자고로 장사꾼이 남는 거 없단 말은 믿지 말라고 했어요. 울 어머니가.

기가 찬다는 표정으로 순탄을 바라보는 뻥튀기 장수.

그런 순탄을 멀리서 지켜보는 영도.

씬18. 부둣가 ? 낮

뻥튀기 봉지를 들고 부둣가를 걸어가는 순탄.

순탄, 뒤에서 다시 이상한 기척을 느끼고,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순탄의 뒤를 쫓던 영도, 속도를 맞춰 천천히 걷는다.

순탄(휙 돌며) 누고?

영도(깜짝 놀라) 힉! 딸꾹.

순탄에? 뭐야? 너구나. 그런데 왜?

영도나, 형 따라가면 안 돼?

순탄(곤란한) 미안한데, 나 혼자도 살기 힘들어서…….정말 미안하지만 다른데 가서 알아 봐.

순탄, 영도의 손을 뿌리치고 돌아서지만, 마음이 편치 않다.

아무 말 없이 다시 순탄의 뒤를 따라 걸어가는 영도.

씬19. 점바치 거리 ? 낮

뻥튀기 봉지를 들고 나타나는 순탄.

을주, 벌떡 일어나 순탄에게 달려간다.

을주넌 심부름 보낸 지가 언젠데, 이제야 오냐? 다른데 손님들 꽉 찬 거 안보여?

순탄(둘러보고) 뭐 어디가 꽉 찼어요?

을주말이 그렇다는 거지, 말이. (순탄의 뒤에 영도를 발견하고) 엥? 저 꼬마는 누구냐?

순탄(슬쩍, 영도를 돌아보다) 아니요. 저도 몰라요.

을주(심드렁히) 그러냐? 하여간 이 근처에 거지 꼬맹이들을 다 잡아 어디 가둬놓든가 해야지. (뻥튀기 봉지를 가로채며) 일할 시간이다. 빨리 일이나 해.

순탄예, 예, 갑니다. 가요.

순탄, 입을 삐쭉 내밀고 사람들 사이로 사라진다.

뻥튀기를 먹는 을주와 순탄을 번갈아보다 순탄을 따라 뛰기 시작하는 영도.

을주하여간, 꼭 지 같은 것만 달고 다녀요.

씬20. 영도다리 ? 저녁

노을이 지고 있는 영도다리.

피난민들, 가족을 찾기 위해 다리에 자리를 깔고 앉아 있다.

피난민들 사이를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순탄.

순탄(피난민 하나를 잡고) 아, 선생님 혹시 가족을 찾고 계시죠? 맞죠? 이거 전쟁 통에 헤어진 가족들 안부가 얼마나 걱정이 되십니까? 선생님은 딱 보아하니, 진짜 우리 도사님 도움이 필요하겠어. 우리 도사님이 그런 거 진짜 잘 맞추거든요. 우리 도사님이 며칟날 돌아온다! 하면 신기하게도 그날 죽은 줄 알았던 사람도 척척 돌아온다니까요? 그렇다고, 복비가 비싸냐? 비싸지도 않아. 그냥 성의 표시만 하는 거지.

피난민됐어.

순탄에이, 그러지 마시고. 마음만 받는다니까요? 저기 점바치 거리로 들어가면 세 번째 앉은 도인이 우리 도사님이에요.

영도, 그런 순탄을 말없이 바라본다.

씬21. 점바치 거리 ? 밤.

어두워져 사람들이 빠져나간 점바치 거리.

순탄, 돗자리를 접는 을주에게 다가가 손을 턱 내민다.

을주(순탄의 손에 동전을 건네며) 자, 누가 떼어 먹는 다더냐?

순탄(급히 동전을 세고) 어라? 왜 이것밖에 안돼요?

을주너, 오늘 하루 종일 싸돌아 다녔잖아. 그것도 많이 준 거지.

순탄내가 끌어온 손님이 얼만데? 이런 식으로 나오면 나도 다 생각이 있어요.

을주쳇, 알았다. 알았어. (동전 두 개를 더 내밀며) 됐지?

순탄(웃으며) 이제야 셈이 좀 맞네.

을주, 멀리 떨어져서 순탄을 바라보고 있는 영도를 발견한다.

을주저건 왜 계속 달고 다녀?

순탄몰라요. 지치면 지도 가겠지.

을주괜히 마음 약해져가지고 쓸데없는 짓 말아라. 너도 누구 도울 형편은 못되니까.

순탄내가 누군지 잊었어요? 나 강순탄이요.

을주그래, 하긴. 네 놈이 그럴 리가 없지.

순탄, 슬쩍 영도를 돌아보다, 어두운 길로 사라진다.

씬22. 40계단 판자촌, 순탄의 집 앞? 밤

순탄 판자 집들이 늘어선 40계단을 끝까지 따라오는 영도가 상당히 신경 쓰인다.

하지만, 아무 말도 없이 계속 계단을 올라가는 순탄.

계단 끝자락 즈음,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낡은 판자 집이 보인다.

순탄(문을 열고, 영도를 본다) 그래도 소용없어. 난 누굴 도울 만큼 여유롭지 못해.

영도, 아무 말 없이 순탄을 바라보면,

순탄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문을 닫고 집 안으로 들어간다.

하는 수 없이 바닥에 주저앉는 영도.

씬23. 순탄의 판자 집 안 ? 밤

낡은 판자 집 안,

순탄 안으로 들어와 바닥 장판을 들어내고 을주에게 받은 돈을 집어넣는다.

장판 아래 꽤 싸여있는 동전들의 모습이 보인다.

순탄(문 쪽을 돌아보고) 날도 추운데, 저러다 얼어 죽는 거 아냐?

순탄, 밖에서 떨고 있는 영도가 걱정되는 표정이다.

씬24. 개울가 ? 낮 (과거)

즐겁게 물고기를 잡고 있는 순탄의 모습.

개울가 근처에 앉아 있는 순탄의 어머니, 배가 잔뜩 불러있다.

순탄모(깊이 들어가는 순탄을 보고) 너무 깊게 들어가면 안 돼!

순탄(어머니를 돌아보며) 괜찮아요!

순탄, 몇 번 물장구를 치고 물속으로 잠수하더니, 팔뚝만한 고기를 잡아 올린다.

순탄, 물고기를 들고 엄마를 향해 웃어 보인다.

시간경과,

자신의 옆에 앉아 물기를 터는 순탄을 보며 웃는 순탄모.

순탄모순탄아.

순탄네?

순탄모(부른 배를 바라보며)앞으로 동생이 나오면 잘 해주어야 한다.

순탄,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씬25. 판자 촌, 순탄의 집 앞 ? 밤 (현재)

추위에 떨면서도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는 영도.

끼익 소리가 들리고, 영도 돌아보면,

순탄의 집 문이 열리고 순탄 얼굴을 내민다.

순탄(앉아 있는 영도를 보고) 오늘만이야!

영도,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씬26. 점바치 거리 ? 낮

점쟁이들 사이에서 돗자리를 깔고 있는 을주.

멀리 다가오는 순탄과 영도가 보인다.

을주(영도를 보고) 뭐냐?

순탄뭐가요?

을주꼬맹이는 왜 달고 왔어?

순탄그냥 쫓아다니는데 어떻게 해요?

을주하여튼 애들은 질색이라니까. 괜히 일 제대로 안하고 그러면 돈 못준다.

순탄어련하시겠어요.

을주이놈이! 잔소리하지 말고, 썩 가서 손님이나 잡아와!

순탄(입을 내밀고) 잔소리는 누가 하는데.

을주(화가 나) 아, 안 갈 거야?

순탄, 어구적 거리며 멀리 보이는 영도다리로 걸어간다.

눈치를 살피다 순탄의 뒤를 쫓는 영도.

을주 뭐가 그리 마음에 안 드는 지, 연신 쳇쳇 거린다.

씬27. 영도다리 ? 낮

순탄, 영도다리 근처에 자리를 잡은 피난민들을 관찰한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무작정 순탄을 따라하는 영도.

순탄, 목표를 정하고 다리 난간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앉아 있는 아줌마에게 다가간다.

순탄저기요. 전쟁 통에 가족이랑 헤어지신 거죠?

아줌마아, 그래. 너도니?

순탄(살짝 표정이 굳었다, 억지로 웃으며) 아, 예. 뭐 여기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다 그렇죠. 뭐.

아줌마아직 어린데, 힘들겠구나. 우리 아들도 딱 네 나이……. (눈물을 흘린다)

순탄아주머니.

아줌마(보며) 왜?

순탄혹시 아들이 살아있는 지라도 알고 싶지 않으세요?

아줌마(영문을 몰라) 그걸 어떻게 안다니?

순탄저기 가면 우리 도사님이 있는데, 우리 도사님은 안 봐도 딱 누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맞춰내요. 벌써 우리 도사님 때문에 다시 가족을 만난 사람들이 한둘이 아닌걸요?

아줌마그게 정말이니?

순탄에이, 속고만 사셨나? 이런 어린애가 거짓말을 하겠어요?

아줌마, 혹 하는 표정으로 순탄을 바라보면, 그때 순탄의 뒤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온다.

순탄, 돌아보면 영도에게 화를 내고 있는 아저씨의 모습이 보인다.

아저씨뭐? 점을 보라고? 이 꼬마 녀석이 불 난 집에 부채질을 하나? 여기 점쟁이가 어디 있어? 순 피난민들 등쳐먹는 사기꾼들뿐이지! 내가 그 점만 믿고 며칠을 여기서 기다린 지 알아?

골치가 아픈 표정으로 영도를 보다, 급히 달려가 말리는 순탄.

씬28. 점바치 거리 ? 낮

코가 간지러운지, 콧구멍을 벌렁대다 결국 기침을 하는 을주.

을주(귀를 후비며) 누가 내 이야기를 하나? 왜 멀쩡하던 콧구녕이랑 귓구녕이 이리 가려워?

을주, 궁시렁 거리는 사이,

깡통 하나를 들고 을주의 앞으로 다가오는 거지노파.

을주(노파를 보고) 먹고 죽으려도 돈 없시다.

거지 노파, 을주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다시 옆에 있는 점쟁이들에게 동냥을 하러 간다.

을주(노파의 뒷모습을 보며) 쳇, 동냥으로 먹고 살 수 있으면 누가 이 짓거리를 해?

점쟁이들에게 거절을 당하면서도 계속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노파의 모습.

씬29. 영도다리 - 낮

순탄, 눈 한쪽에 생긴 멍 자국을 매만진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순탄을 바라보는 영도.

순탄하여튼, 너 때문에 내가 죽겠다. 죽겠어.

영도(울먹이며) 미안해, 형.

순탄형? (영도를 보고 피식 웃고는) 잘 봐. 이것도 다 방법이 있는 거다. 아무나 붙잡고 점 보러 가자 그런다고 따라오는 게 아니지. 자세히 보면 이 사람이 점을 보러 올지, 아닐지 알 수가 있다니까.

순탄, 아직도 분이 안 풀린 듯 씩씩 거리는 아저씨를 바라본다.

순탄저기, 저 아저씨 보이지? 그래 나 때린 그 아저씨. 이건 이 바닥 생활 조금만 해 보면 알 수 있는 건데, 저렇게 짐도 별로 없으면서 가끔 멍하니 생각을 하는 사람은 피난 온지 오래된 사람이야. 당연히 오래전에 점바치들한테 점이란 걸 봤을 거고, 또 그 점이 안 맞을지도 모른다는 걸 잘 알고 있는 사람이지. 그러니까 저런 사람들한테는 이야기를 꺼냈다가는 본전도 못 찾아.

영도, 순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영도가 귀엽다는 표정으로 웃는 순탄.

순탄, 아까 자신의 말에 혹 했던 아줌마를 바라본다.

순탄저기, 저 아줌마 보여? 아까 그 소동만 아니었어도 분명 데리고 갈 수 있었는데 말이야. (아까운 표정으로 보다) 아무튼 저 아줌마처럼 짐이 무척 많고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리는 사람은 이곳에 온지 얼마 안됐다는 말이야. 그러니 점바치 이야기를 하면 쉽게 잘 넘어오는 거지. 알겠어?

영도응.

순탄(영도의 머리를 쓰다듬고) 뭐, 그러니까 형 말은 아무나 붙잡고 막 점 보러 가자고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이것도 다 나름 기술이 필요한 거라 이거지.

순탄, 괜히 어깨에 힘을 주며 영도를 바라본다.

씬30. 점바치 거리 ? 낮

황당한 표정으로 어딘가를 바라보는 순탄,

보면, 을주 역시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영도를 황당한 표정으로 보고 있다.

영도, 처음 보는 사내의 손을 잡고 을주를 올려다본다.

사내아, 이 꼬마가, 여기가 그렇게 점을 잘 본다고 그래서요.

을주물론이네만…….(영도를 보다, 순탄을 보면)

순탄(입모양으로) 부모님.

을주그래, 무슨 일로 왔는가? 보자, (괜히 손가락을 까닥이다) 그래, 오는 길에 부모님과 헤어졌구먼?

사내(놀라) 아이고, 도사님

순탄에게 다가와 씩 웃는 영도.

순탄, 괜히 영도가 대단해 보인다.

씬31. 점바치 거리 ? 밤

돗자리를 말기 시작하는 을주.

순탄과 영도, 근처에서 을주가 하는 일을 바라보고 서 있다.

을주, 정리를 마치고 순탄과 영도에게 다가온다.

을주 (순탄에게 동전을 내밀며) 여기.

순탄(동전을 헤아리고) 왜 이것밖에 안돼요?

을주무슨 소리냐? 네가 데려온 손님 세 명 분 딱 맞잖아?

순탄아니, (영도를 가리키며) 그럼 얘 몫은요?

을주(기가 찬) 뭐?

순탄얘도 일을 했으니 당연히 대가를 받아야 맞지요.

을주무슨 소리냐? 나는 그런 약속 한 적 없는데?

순탄그래요? (들으란 듯) 그럼 내일부터는 다른 점쟁이를 알아볼 수밖에.

을주뭐?

순탄그렇잖아요? 여기 차고 넘치는 게 점쟁인데. 어제도 저 옆에 아줌마가 같이 일하자며 얼마나 꼬드겼는데.

을주그 뚱땡이가? (이를 갈고) 알았다. 알았어. 주면 될 것 아니냐.

을주, 주머니에서 동전 몇 개를 더 꺼내 순탄에게 건넨다.

을주가 내민 동전을 빤히 바라보는 영도.

순탄, 을주가 내민 동전을 받아 영도에게 건넨다.

순탄자. 네 몫이다.

을주독한 놈.

순탄(무시하고) 우리 맛있는 거나 먹으러 갈까?

영도, 순탄을 바라보다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씬32. 자갈치 시장 ? 밤

시장 안을 돌아다니는 순탄과 영도.

시장안의 신기한 가게들의 모습이 보인다.

영도,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어딘가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순탄, 돌아보면 뻥튀기 장수다.

순탄먹고 싶나?

영도응.

순탄가자!

순탄, 영도의 손을 끌고 뻥튀기 장수에게 뛰어간다.

씬33. 부둣가 ? 밤

밤바다를 바라보며 열심히 뻥튀기를 뜯어먹는 영도.

순탄, 그런 영도를 흐뭇하게 바라본다.

순탄맞네. 내 아직 니 이름도 모르고 있었네.

영도영도.

순탄영도? 그게 니 이름이가? 재미있네. 저 다리 이름도 영돈데.

영도정말?

순탄그래. 저게 영도다리다. 아까 너도 봤지 신기하게도 배가 지나가면 다리가 일어서는 거.

영도응. 형은 이름이 뭐야?

순탄내는 강순탄이다. 울 엄마가 순탄하게 살라고 지어준 이름인데, 이렇게 살줄은 몰랐지.

영도순탄이 형.

순탄그래, 순탄이 형이다. (바다를 보다) 영도야, 니는 꿈이 뭐고?

영도꿈?

순탄그래, 니가 진짜로 바라는 거 말이다.

영도나는, 나는 엄마 만나는 거.

순탄(영도를 보고 웃다가) 그래, 엄마랑 헤어졌다고 했지? 그럼 잘된 기다. 부산으로 온 피난민들이 가장 먼저 들리는 거이 저 영도다리다. 저게 벌떡 일어서는 거 보면 멀리서도 보이니까, 사람들이 잘 찾지 않을까 싶어 그런 거지. 분명 느그 어머니도 여기 오면 저리로 올 끼다.

영도, 순탄의 말에 기분 좋게 웃는다.

영도형은?

순탄내?

영도순탄이 형은 꿈이 뭔데?

순탄내는 그냥 돈 많이 벌어가, 남부럽지 않게 살 거다. 공부도 하고, 결혼도 하고, 그리고 훌륭한 사람이 되 가, 전쟁 없는 나라를 만들 끼다.

순탄, 웃으며 먼 바다를 바라본다.

그런 순탄의 옆얼굴을 웃으며 바라보는 영도.

순탄춥다. 가자!

순탄을 따라 자리에서 일어난 영도,

그때, 깡통을 든 거지노파, 순탄과 영도를 향해 다가온다.

순탄할머니, 죄송해요. 저희 돈 없어요.

순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깡통에 동전을 넣는 영도.

순탄야!

영도(순진한 표정으로) 왜?

순탄(한숨을 내쉬고) 아니야, 됐어.

거지노파, 순탄과 영도에게 몇 번이고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씬34. 영도다리 ? 낮.

피난민들에게 말을 걸고 있는 영도와 순탄.

순탄그러니까, 속는 셈 치고 점 한 번 봐 보시라니까요?

할아버지예끼, 이놈아. 누가 점을 속는다고 생각하고 보냐?

순탄아니, 말이 그렇다는 거죠.

그때, 다리 위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린다.

순탄 돌아보면, 웬 사내가 영도를 보고 달려와 껴안는다.

사내(영도를 붙잡고) 고맙다. 고마워.

순탄(사내에게) 누구세요?

사내기억 안나니? 며칠 전에.

사내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는 순탄.

ins 씬 30

영도, 처음 보는 사내의 손을 잡고 을주를 올려다본다.

사내아, 이 꼬마가, 여기가 그렇게 점을 잘 본다고 들어서요.

순탄, 사내의 얼굴을 알아차린다.

순탄아, 그런데 왜요?

사내너희 덕분에 아저씨가 가족을 만났다.

순탄(놀라) 네? 정말요?

사내뭘 그리 놀라? 그리 용한 도사님을 모시면서! 그때, 본 도사님이 우리 어머니를 곧 만날 수 있다고 하더니, 진짜로 만났지 뭐냐!

순탄(놀란 걸 애써 감추며) 다행이네요. 거봐요. 우리 도사님이 거짓말은 안한다니까.

사내그래, 그렇고말고. 도사님도 감사하지만, 난 도사님에게 나를 데리고 간 너희가 더 고맙구나. 특히 (영도를 보고) 꼬마야. 고맙다.

영도, 사내의 얼굴을 바라보다 환하게 웃는다.

주위의 피난민들, 멀뚱멀뚱 영도와 순탄을 바라본다.

씬35. 점바치 거리 ? 낮.

돗자리를 펴고 앉아있는 을주.

멀리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자, 을주 고개를 돌린다.

을주엥? 이게 뭔 소리 다냐?

을주를 향해 우르르 몰려오는 사람들.

을주헉! 이게 뭔 일이야?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을주, 놀라서 도망치려 하면, 재빨리 뛰어온 순탄이 을주의 손목을 잡는다.

순탄어디가요?

을주엥? 놔라, 이거! 저기 사람들이 날 잡으러 온단 말이다!

순탄잡으러 오긴? 손님 몰고 온 거 안 보여요?

을주엥? 손님?

을주에게 몰려온 사람들, 기대가 가득한 눈으로 을주를 바라본다.

피난민1아이고, 도사님. 우리 아들 살아 있는 지나 알려주십쇼.

피난민2이봐요! 줄 서요. 내가 먼저 왔으니까!

을주, 얼이 빠진 표정으로 몰려온 사람들을 바라본다.

씬36. 점바치 거리 ? 밤.

사람들이 빠져나간 점바치 거리.

을주, 자리도 접지 않고 수북이 쌓인 동전들을 헤아리고 있다.

을주보자, 이게 다 얼마냐. 흐흐흐.

순탄그러게요. 흐흐흐.

을주, 순탄을 보자 웃음이 뚝 멈춘다.

을주오늘도 평소처럼 다 받을 거냐?

순탄당연하지요. 오히려 더 받을까 하는데?

을주됐다! 주마! 평소대로! (동전을 보며) 으으, 아깝다. 아까워!

을주, 동전을 한주먹 움켜쥐고 순탄에게 내민다.

순탄안 세 봐요?

을주내가 이 생활만 몇 년인데. 딱 쥐어보면 얼만지 안다.

순탄(세보고)또 동전 두 개가 부족한데?

을주어린놈이 셈만 빨라가지고.

을주, 기분 나쁜 표정으로 동전 두 개를 순탄에게 내민다.

순탄, 자신이 받은 동전의 반을 딱 나눠 영도에게 건넨다.

순탄오늘은 뭘 먹을까? 영도야!

순탄과 영도, 손을 잡고 걸어가면,

을주, 그런 둘의 뒷모습을 보며 입맛을 다신다.

을주아깝다. 아까워. 저 돈도 내 돈인데.

씬37. 순탄의 판자 집 안 ? 밤

장판을 들어내고 그 안에 동전을 집어넣는 순탄.

영도, 순탄을 바라보면,

순탄, 그 옆에 다른 장판을 들어내기 시작한다.

순탄이 들어낸 다른 장판 아래, 영도의 몫으로 쌓아둔 동전들이 보인다.

영도(동전을 넣고 웃으며) 형. 고마워.

순탄뭐가? 다 네가 잘해서 번 돈인데. 근데 저번처럼 아무한테나 막 주지 말고 잘 모아놔야 해.

영도(잠시 고민하다) 응.

점프 컷,

바닥에 누워 구멍이 숭숭 뚫린 천장을 바라보는 영도와 순탄.

순탄영도야. 너는 저 돈 모아서 뭐 할 끼고?

영도글쎄.

순탄(웃으며) 진짜 엄한데 쓰지 말고 꼭 잘 모아 놔라. 너희 어머니 오시면, 그 돈으로 네가 맛난 것도 사드리고 그래야지.

영도응. 형.

영도, 가만히 하늘을 바라보다, 오늘 낮에 일이 생각난다.

ins 씬 34 (소리만)

사내뭘 그리 놀라? 그리 용한 도사님을 모시면서! 그때, 본 도사님이 우리 어머니를 곧 만날 수 있다고 하더니, 진짜로 만났지 뭐냐!

영도, 옆에 누워있는 순탄을 보다 서서히 눈이 감긴다.

씬38. 점바치 거리 ? 낮

평소처럼 돗자리를 깔고 있는 을주.

을주, 인기척을 느끼고 돌아보면 영도다.

을주뭐냐? 순탄이는 어쩌고 너 혼자야?

영도나도 점 봐줘요. 도사님.

을주점? (웃으며) 순탄이가 말 안하든?

영도네?

을주아니지. 뭐 일단 점이라는 걸 보려면 어찌됐건 복비를 내야하는데…….

영도, 주머니를 뒤져 두 손 가득 동전을 꺼내든다.

영도의 동전을 바라보고 눈빛이 변하는 을주.

씬39. 순탄의 판자 집 안 ? 낮

구멍 뚫린 천장으로 들어온 햇볕이 누워있는 순탄의 눈가를 비친다.

순탄(벌떡 일어나 기지개를 펴고) 으, 잘 잤다. 영도야, 일어나.

순탄, 주위를 둘러보지만, 영도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순탄얘가 어디를 간 거야?

순탄, 방 한쪽 장판이 들려 있는 것을 발견하고, 급히 장판을 열어본다.

영도가 모아둔 동전이 몽땅 사라진 장판 아래.

순탄설마? (순탄, 자신의 돈이 무사한 것을 확인한다) 혼자 떠난 거야? 인사도 없이?

순탄, 장판아래 가득 쌓인 자신의 돈을 보면서도 표정이 어둡기만 하다.

씬40. 점바치 거리 ? 낮

손에 든 동전을 헤아리고 있는 을주.

을주, 동전을 세다 잠시 생각에 빠진다.

을주이거, 순탄이 자식 또 난리치는 거 아니야? (고개를 흔들고) 아니지, 지가 뭐 걔 부모라도 돼? 그리고 난 정당하게 점을 친 대가를 받은 것뿐이야! 암! 그렇고말고.

을주의 얼굴위로 그림자가 드리운다.

을주, 고개를 들어 보면 전에 본 거지노파가 깡통을 내밀고 있다.

을주아, 글쎄 난 돈 없다니까?

노파, 을주의 손 위에 있는 동전들을 바라보다 꾸벅 인사를 하고 몸을 돌린다.

을주하여튼 그저 돈 냄새만 났다하면 귀신같이 알아요. 내가 점쟁이가 아니라, 저 할망구가 진짜 점쟁이야.

을주, 다시 웃으며 손에 든 동전을 세기 시작한다.

씬41. 40계단 판자촌? 낮

기운 없는 표정으로 계단을 내려오는 순탄.

순탄, 울면서 계단을 올라오는 영도를 발견하고 뛰어간다.

순탄영도야!!

영도(울며) 형! 순탄이 형!

순탄너 아침부터 어딜 갔다 온 거야? 어? 그리고, 돈은 또 어디 있어.

영도우리 엄마가 죽었대.

순탄뭐? 누가 그래?

영도도사님이.

순탄 무슨 도사? 제대로 좀 말해 봐!(잠깐 생각하다 을주를 떠올린다)

순탄, 울고 있는 영도를 보며 무슨 일인지를 짐작하고 눈빛이 변한다.

씬42. 점바치 거리 ? 낮

씩씩거리며 영도의 손을 잡고 걸어오는 순탄.

을주, 뻔뻔한 표정으로 순탄을 바라본다.

을주어제 돈 좀 벌었다고 벌써 게으름이냐? 그리 살다가는 부자가 못된다.

순탄내놔요!

을주뭘?

순탄(크게) 내 놓으라고요!

을주(기가 질려) 그러니까 뭘?

순탄영도 돈 내놔요. 좋은 말로 할 때.

을주그걸 내가 왜 내 놓냐? 아닌 말로다가 내가 뭐 뺏기를 했냐? 아니면 훔치기를 했냐? 지발로 와서 점을 봐 달라기에 봐주고, 복비로 받은 것인데.

순탄웃기시네!!!

순탄의 목소리가 커지자, 근처에 있던 사람들 슬슬 모이기 시작한다.

을주이게 어디서 소리를 질러? 사람들이 다 쳐다 보잖냐?

순탄쳐다보면 뭐요? 켕기는 거 있어요?

을주너! (순탄의 입을 막고) 조용히 안 해? 어? (순탄, 을주의 손을 깨물면) 으악!!

씩씩거리며 을주를 바라보는 순탄.

씬43. 영도다리 ?낮

멀리서 들려오는 을주의 비명소리.

피난민들, 을주의 비명소리에 고개를 돌린다.

피난민1무슨 일이야?

피난민2(뛰어와) 지금 점바치거리에서 점쟁이랑 꼬맹이랑 싸움이 났다는데?

피난민들, 서로를 바라보다, 점바치 거리로 하나, 둘 내려가기 시작한다.

씬44. 점바치 거리 ? 낮.

빨갛게 이빨자국이 난 손을 붙잡고 인상을 쓰고 있는 을주.

순탄, 을주를 노려보며 꼿꼿하게 서 있다.

을주이게 오냐오냐 했더니만!

순탄돈 내놓으라고!!

을주이젠 반말까지? 내가 말했지 그건 복비라고! 복비! 복비 안내면 있던 운도 달아나고, 좋은 운세도 꼬인다. 그걸 알기는 아냐?

순탄하? 운세가 꼬여? 웃기시네! 순 사기꾼 주제에!

을주(당황하며) 사, 사기꾼?

사기꾼이라는 말에 주위에 모인 사람들 술렁이기 시작한다.

을주, 눈알을 굴려 주위를 둘러보고는 급히 가식적으로 웃어 보인다.

을주(웃으며) 순탄아. 우리 조용히 따로 얘기 좀 하자.

순탄얘기? 돈 달라는 데 무슨 말이 필요해. 아님 여기서 하던가! 뭐, 다 까발려질까봐 겁이라도 나나보지?

을주(눈치를 주며) 그게 무슨 소리냐, 응??

순탄내 기가 막혀서, 뭐 복비를 안내면 인생이 꼬여? 애한테 엄마가 죽었다고 뻥까지 쳐놓고 거기서 뭐가 더 꼬일게 남았다고.

을주너 진짜 이럴 거냐!

순탄이럴 거요! 왜? 더는 못할까봐? 이봐요! 다들 들어봐요. 이 인간은 도사고 나발이고 아무것도 아니어요. 그냥 사기꾼이지. 우리들한테 들은 이야기로 그럴싸한 말이나 늘어놓는 순 뻥쟁이에요.

을주이, 이 녀석이!!

을주, 달려들어 순탄의 얼굴을 때린다.

순탄, 을주의 주먹에 맞고 쓰러지면서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순탄내 동생 돈 내놓으란 말이야!!!

을주(쓰러진 순탄에게 발길질을 하며) 동생 좋아하네. 저게 왜 니 동생이야?

순탄내 동생이야!!!

을주의 뒤통수로 정확히 날아오는 돌멩이 하나.

딱 소리와 함께, 을주 몸이 살짝 기운다.

을주아!!!(인상을 찌푸리며 뒤를 돌아본다)

영도우리 형 때리지 마!! (을주에게 달려든다)

을주이것들이 미쳤나!! (영도를 발로 걷어찬다)

영도, 을주의 발에 맞고 뒤로 몇 바퀴 굴러 나동그라진다.

순탄영도야!!!

을주(순탄이 영도에게 달려가자) 너희 아주 어른이 우습지? 어? 돈푼이나 벌어보려고 잘 대해줬더니만.

을주, 뒤에 다가온 누군가 때문에 천천히 몸을 돌리면,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커다란 사내가 험악한 얼굴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다.

을주누구…….

사내도사라며? 맞춰봐!

을주아니 그게…….

사내이 자식이!! 어제 너한테 점 본 사람이다!!

을주히익!!

을주, 슬슬 뒷걸음질 치면, 사내의 뒤로 을주에게 점을 본 피난민들이 몰려온다.

을주아니, 그러니까 말로 하자고요! 말로!!!

씬45. 시장 안, 거지패 아지트 ?낮

옷은 뜯겨지고 얼굴은 상처투성이가 된 을주,

시장 골목을 뛰어가다 급히 나무상자 뒤로 몸을 숨긴다.

덩치가 커다란 사내와 사람들, 을주가 온 곳으로 따라와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사내이 자식이 또 어디로 숨은 거야? 어?

사내,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나무 상자 뒤에서 사내를 훔쳐보며 어쩔 줄 몰라 하는 을주.

그때, 을주의 뒤로 덩이가 얼굴을 쑥 내민다.

덩이아저씨, 여기서 뭐해요?

을주(입 모양으로) 가! 가!

덩이여기가 내 구역인데, 가긴 어딜 가?

덩이의 목소리에 돌아보는 덩치가 커다란 사내.

사내, 상자 옆으로 삐져나온 을주의 옷소매를 발견하고 씩 웃는다.

덩이(다가오는 사내를 보고) 와, 엄청 큰 아저씨네?

을주, 슬쩍 고개를 돌리면, 거대한 덩치의 사내가 웃으며 을주를 내려다본다.

사내찾았다! 요놈.

을주(놀란 표정으로) 딸꾹! 히익! 딸국!

사내의 뒤로 화가 난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씬46. 점바치 거리 ? 낮

쓰러져있는 영도를 끌어안고 울고 있는 순탄.

영도(웃으며) 형, 괜찮아?

순탄의 뒤로 거지노파가 다가온다.

노파얘들아, 괜찮니?

영도네. 할머니.

순탄(경계하는 눈으로 노파를 바라본다)

노파(순탄을 보고 웃으며) 그리 볼 것 없다. 그냥 걱정이 돼서 물어보는 것이니까.

(영도를 보다) 엄마 일은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꼭 돌아 오실거야.

영도정말요?

노파그럼. (영도다리를 보며) 아마, 저 다리가 앞으로 마흔하고도 일곱 번을 더 일어서면 분명 네 엄마를 만날 수 있을게야.

영도마흔 하고도, 일곱 번.

순탄(못 믿겠다는 눈으로 노파를 바라본다) 무슨 소리예요?

노파(웃으며) 너무 그렇게 보지 말거라. 그저 전에 도와준 것이 고마워서 일러주는 것뿐이니까. 이 할미가 한 말이 참인지 거짓인지는 그때가 되어보면 알 것 아니겠느냐.

순탄, 꺼림칙한 표정으로 노파를 향해 고개를 끄덕인다.

씬47. 순탄의 판자 집 안 ? 밤

장판 아래에 다시 동전을 넣는 영도.

영도, 순탄을 바라보다 피식 웃는다.

영도형, 진짜로 다리가 마흔 하고……. (손가락으로 셈을 한다)

순탄마흔 하고도 일곱 번.

영도응, 일곱 번 일어나면 우리 엄마가 올까?

순탄, 영도의 얼굴을 보며 복잡한 표정이다.

씬48. 점바치 거리 ? 낮 (과거)

거지노파, 자신을 경계하고 있는 순탄을 바라보며 웃어 보인다.

노파그리고 (순탄을 보며) 아이야. 너는 벌써 가족을 잃었다지만, 너무 슬퍼하지 말거라. 하늘에서 정해준 인연이야 끊어졌어도, 땅에서 생기는 새로운 인연이 만들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더 이상 혼자가 된다는 것을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단다.

순탄, 노파를 놀랜 표정으로 바라본다.

씬49. 피난길 ? 낮 (과거)

불타버린 숲이 처참하게 보이는 피난길.

순탄,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엄마를 부둥켜안고 울고 있다.

순탄엄마!! 엄마!!

순탄의 부름에도 미동도 하지 않는 순탄모.

씬50. 순탄의 판자 집 안 ? 밤 (현재)

순탄, 슬픈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다가,

자신을 보며 웃고 있는 영도를 마주보고 웃는다.

순탄그럼, 꼭 돌아 오실거야.

영도, 순탄의 말에 더 환하게 웃음 짓는다.

씬51. 영도다리 ? 낮

영도다리 위에 멀뚱히 서 있는 순탄과 영도.

이제 막 영도다리로 도착한 피난민, 사람들을 붙잡고 뭔가를 물어보고 있다.

순탄, 조금 다리를 절며 피난민을 발견하고 다가간다.

순탄혹시 누구 찾으세요?

피난민 응. 혹시 여기 얼굴에 큰 점이 있는 아저씨를 본 적 없니?

순탄얼굴에 큰 점? 이름이 어떻게 되죠?

피난민이름? (의아해 하면서도) 김 득수라 하는 분인데…….

순탄(수첩을 꺼내) 김, 득수. 김, 득수. 아! 찾았다.

피난민(보면)

순탄저기 서울에서 내려오신 분 맞죠?

피난민(놀라) 그래!

순탄(웃으며)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저씨는 저녁때 즈음 여기로 나오시니까, 그때까지 기다리시면 만날 수 있어요.

피난민정말이니?

순탄네. 아저씨가 자기를 찾는 사람이 있으면 그렇게 전해달라고 저한테 부탁하셨는걸요?

피난민고맙구나! 고마워.

순탄, 웃으며 피난민을 바라본다.

그때 순탄의 뒤에서 종소리가 들리고 영도다리가 천천히 일어서기 시작한다.

영도형!!!

순탄응? 그래. 보자. (수첩을 넘기면, 바를 정자로 획수가 42개가 그어져 있다. 순탄, 하나를 더 채운다.) 이제 딱 네 번 남았구나!

영도정말?

순탄그럼.

순탄, 영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도 뭔가 아쉬운 표정이다.

씬52. 영도다리 ? 저녁

피난민과 함께 다리 위에 멀뚱히 서 있는 영도와 순탄.

멀리서 득수라는 남자가 다가온다.

득수, 피난민을 알아보고 한달음에 달려와 부둥켜 앉는다.

득수잘 도착했구려. 잘 도착했어.

피난민다행이에요. 이 아이들이 저녁이면 당신이 온다고 해서…….

득수(영도와 순탄을 보고) 고맙다.

순탄(웃으며)고맙기는요. 다 돈 받고 하는 일인데요.

득수아니, 그래도. 누가 동전 한 닢에 몇날 며칠을 여기서 대신 기다려준다니? (동전 하나를 꺼내며) 자, 여기 있다.

동전을 받아 웃고 있는 순탄과 영도의 뒤로, 다시 종소리와 함께 다리가 일어선다.

영도형!!

순탄영도야! 이제 딱 한 번 남았다! 오늘은 다리가 더 안 들리니, 내일은 분명히 네 엄마가 오실거야.

순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영도.

씬53. 순탄의 판자 집 안 ? 밤.

판잣집 안, 평소와 달리 여러 음식들이 가득하다.

군침을 삼키며 음식을 바라보고 있는 영도.

영도형, 이거 다 먹을 거야?

순탄(웃으며) 그럼. 내일은 분명 좋은날이 될 테니까! 미리 축하하는 거야.

영도축하?

순탄그래! 생일이나, 기쁜 날에는 원래 먹고 싶은 건 전부 원 없이 먹는 거다.

영도우와!

순탄자, 먹자!

순탄과 영도, 앞에 차려진 음식들을 맛있게 먹는다.

씬54. 영도다리- 낮

종소리와 함께 일어서는 영도다리를 바라보는 순탄과 영도.

영도(실망한) 형, 분명 다 채운거지?

순탄응. 이제 마흔 하고도 일곱 번이 됐지.

영도근데 왜 우리 엄마는 안 와?

순탄(애써 웃으며) 바보야. 아직 모르지! 다리가 일어서면 없던 엄마가 뿅하고 나타난다니? 다음에 다시 일어서기 전까지는 기다려 봐야 되는 거야!

영도그럴까…….

순탄, 슬쩍 고개를 돌려 보면,

멀리서 군 장교와 함께 영도를 찾아다니는 미숙의 모습이 보인다.

미숙(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혹시 영도라고, 아홉 살 남짓 되는 남자 아이 본 적 없으세요? (다른 사람에게) 저 실례합니다. 저기 이름은 최영도고…….

영도, 순탄을 따라 고개를 돌리고, 멀리서 자신을 찾고 있는 미숙을 발견한다.

영도어, 엄마…….

순탄(놀라서 영도와 미숙을 번갈아본다) 엄마야? 확실해?

영도(고개를 끄덕이고) 엄마!!!

영도, 미숙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한다.

미숙, 영도를 발견하고 다리에 힘이 풀려 자리에 주저앉는다.

자신의 품에 달려와 안기는 영도를 꽉 끌어 앉는 미숙.

미숙의 옆에 서 있는 장교, 영도를 안고 있는 미숙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순탄, 미숙과 영도를 바라보며 힘없이 웃는다.

순탄잘됐구나! 잘됐어…….

순탄 웃으며 엄마를 바라보는 영도를 보다, 몸을 돌려 절뚝이는 다리로 천천히 걸어간다.

영도형!!! (다시) 순탄이 형!!

순탄, 놀라서 뒤를 돌아보면, 멀리서 영도가 순탄을 바라보고 있다.

순탄, 웃으며 영도를 향해 손으로 인사를 하고 돌아서면,

영도, 엄마의 품에서 빠져나와 순탄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미숙(갑자기 뛰어가는 영도의 모습에 놀라) 영도야!!

영도(순탄에게 달려가며) 형! 순탄이 형!

순탄, 뒤에서 들리는 영도의 목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자신에게 달려오는 영도의 모습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순탄의 얼굴에서,

화면 암전.

씬55. 영도다리 ? 낮

<47년 후>

영도다리가 일어서는 것을 보기위해 몰려든 수많은 관광객들 사이로,

노년의 영도, 새롭게 달라진 영도다리를 바라보고 있다.

관광객우와, 일어선다. 일어서!

관광객의 말대로 천천히 일어서는 영도다리.

영도, 다시 일어서는 영도다리를 바라보며 힘없이 웃어 보인다.

영도그래, 죽기 전에 내, 저 모습을 꼭 한 번 다시 보고 싶었지.

영도, 자신의 지갑 안, 사진을 바라보면,

청년이 된 영도와 순탄, 그리고 미숙이 함께 찍었던 오래된 가족사진이 들어있다.

가족사진 속, 영도와 순탄 서로를 마주 보고 씩 웃어 보이고,

천천히 크레디트 오른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