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바퀴 속의 왕릉

할아버지 귓속에는

왕릉만한 소리의 무덤이 있을 거다

육이오 포탄소리가

평생의 소리를 묻어버렸다

무덤에 누워있는 미이라처럼

할아버지의 귀는 조용하다

수화를 모르는 나는 손짓과 발짓으로 말하고

할머니는 매일 전쟁터처럼 소리 지르신다

두 노부부의 재회는 아직도 미스테리이다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찬 영도다리 위에서

서로의 목소리가 아닌 냄새를 더듬어 찾았을 것이다

봉분으로 잘 다져진 그 귀가 뻥 터지면

갇혀있는 평생의 소리가 부장품처럼 쏟아져나올까

수년을 발목 잡던 청동발찌 같은 소리

뒤통수에서 휘두르던 녹슨 쇠칼 소리

어린 손주인 내가 웃던 백도자기 조각 소리

소리는 왕릉만큼 부풀었어도

할아버지 귀는 고요하기만 하다

어머니의 귀가

구름집이 터졌다

밥이 허리가운데 턱 걸렸을 때에

내 피 속을 요리조리 유영하던

가늘고 서늘한 바늘 끝자락들은 침묵을 모른 채

바닥을 향해 직선으로 꽂힌다

창문 너머로 빗물에 젖은 가로등과

끝이 보이지 않는 영도다리가 눈을 쿡쿡 찌른다

달리는 자동차타이어와 빗방울 사이로 들리는

어머니의 희미한 목소리를 좇아본다

부슬부슬 뿌연 비가 원망스러워

뻥 뚫린 허공을 힘껏 노려본다

바늘의 미운 얼굴을

그 비난들을 힘껏 온몸으로 받을

아슬아슬한 우리 어머니의 걸음이 두려워

현관문 앞에 버려진

녹물이 비죽 나온 검은 우산도

지친 나와 함께 괴로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