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

출근한 남편과 등교한 아이가 남겨 놓은 집 안의 어수선한 흔적들을 정돈하며 하루를 시작하게 되는 23년차 주부의 하루는 날마다 날마다 같은 사이클로 돌아가는 것이 다람쥐 쳇바퀴를 방불케 한다. 매일 매일 쓸고 닦는데도 다음 날이 되면 거짓말처럼 늘어져 또 다시 쓸고 닦고를 반복해야하는 집안 청소를 마치기가 무섭게 바로 아침 설거지 시작과 함께 돌려놓은 세탁기의 세탁 마침 알림 소리가 울려댄다. 주부를 위한 문명의 최고의 혜택이 세탁기라 여기며 세탁조 하나가득인 빨래들을 꺼내며 탈탈 털어 널어놓고는, 고슬고슬하게 말라주시려면 아무래도 바람결을 타셔야한다는 생각으로 쌀쌀한 날씨지만 베란다 창문까지 빠끔히 열어주면서 마술처럼 말끔해진 집안에 만족해하며 새로 내려놓은 커피 향과 함께 상쾌한 아침을 느껴보려고 리모컨의 티브이 전원을 켜는데, ‘문자 왔숑! 문자 왔숑!’ 핸드폰이 소란하다. 문자 확인 제때 안하는 엄마를 위해 딸아이가 바꾸어준 문자 확인 알림 음이 요란해 열어보니 서너 해전에 시작한 봉사단체에서 세탁 봉사에 참여해 달라는 메시지의 내용이 간절하다. '백수가 과로사 한다는 말' 누가 지었는지 정말 기막힌 표현이다 싶은 마음은 살짝 접고, 티브이 화면에 떠 있을 시간을 확인하려는 데, 대교가 들려있는 사진과 함께 ?추억의 영도대교 오늘 '재개통'...47년 만에 다시 도개교로?라는 뉴스가 보도되고 있다.

영. 도. 대. 교.......

‘그게 영도다리였구나. 진짜였구나. 영도다리가......'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듣기엔 내 심장이 너무 크게 뛰었기 때문에 자막을 보며 내 몸은 얼음처럼 아니, 석고처럼 그대로 굳어져 버렸는데도 내 얼굴엔 뜨끈한 무언가가 흘러내려 턱 벌어진 내 입술 안으로 타고 들어와 입맛이 짰다.

"이게 뭐야? 킹콩 영화 한 장면?"

"아니. 부산에 있다는 다리야"

"다리가 들려있는데? 그런 다리가 어딨어? 다리가 어떻게 들려?!"

"부산에. 부산에 있대. 난 크면 울 아부지 만나러 꼭 여기 갈꺼야."

"니네 아부지가 너 만나기 싫어 그짓말하셨나 부다. 다리가 어떻게 들려?"

"아니야, 진짜 있대. 부산에 가면......"

우리 아버지는 내가 열 살 때 돌아가셨다. 서른여섯에 늦둥이 막내딸을 보신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 했었기에, 갑작스런 사고로 마흔 일곱에 미망인이 된 엄마였지만 아버지의 그 유난스런 딸 사랑을 익히 알고 있었던 주변에서는 엄마 보다는,

"저 어린 것, 저거 그리 이뻐하드만 어뜨케 눈을 감았을까?"

"저거 두고 눈 감는 게 한스러워 날이 이래 추운갑다" 그랬었다. 죽음이 무언지도 모를 열 살짜리 꼬마 나는, 그 말을 무슨 덕담처럼 하도 자주 들었기 때문에 아버지도 없이 남겨진 나나 아까운 나이에 남편 없는 과부가 되어 버린 우리 엄마 보다 고인이 되신 우리 아버지가 더 불쌍하다 생각이 될 정도였다.

아버지 생전에 내 자리는 항상 아버지 무릎이었던 기억만이 있을 만큼 난 아버지 귀염을 독차지한 막내딸이었다. 평소엔 워낙에 말수가 적으셨던 아버지였지만, 날 무릎에 앉히시면 아버지는 참 많은 얘기들을 자분자분 해주셨었다. 너무 어린 나이에 아버지가 돌아가셨기에 아버지가 내 귀에 남겨 주신 이야기들이 기억에 남은 게 많지는 않지만 '영도다리' 얘기만큼은 귀전에 항상 맴돌곤 했던 것이, 어린 나이에도 아버지 얘기가 참 슬프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6.25 때 북에서 피난을 나오신 아버지는 친가의 땅이며 재산 정리가 안 돼 외가를 따라 우선 피난을 나오셨단다. 마땅히 만남의 장소를 정할 수가 없어 입소문으로 남쪽의 부산에 번쩍 들리는 다리가 있다는 것을 들으셨고, 전쟁 난리 중이라 딱히 제대로 준비나 계획도 없이 온 피난이었기에 무턱대고 무조건 그 다리에서 만나자는 막연한 약속 아닌 약속으로 피난을 나오셨단다. 하지만 아버지가 타신 배가 마지막 피난선이었기에 친가는 더 이상 피난을 내려오시질 못한 기막힌 사연으로 이산가족이 되어버리셨다 시면서 꼭 통일이 되면 제일 먼저 부산의 그 다리에 가실꺼라고 하셨었다. 4대 독자 외아들은 무조건 살려야 한다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일념 때문에 갖 결혼한 새 색시 엄마랑 배에 올랐던 아버지는 그렇게 터무니없는 생이별을 하셨기 때문에 약주를 거나하게 드신 날이면 그 다리 이야기를 또 하시고, 또 하시면서 우리 딸도 혹시라도 아부지 잃어버리면 무조건 그 다리를 찾아오라고, 우리 딸이 그 다리로 올 때 까지 아부지는 한 발자욱도 안 움직이고 기다리마 약속하시면서 그 까끌한 수염을 한 없이 부비시던 그 따끔한 느낌이 내 얼굴엔 그대로 남아 있다.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셨기에 어느 날 갑자기 닥친 아버지의 부재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던 나는 한 번도 가 본 적도 없었던, 하지만 번쩍 들어 올려진다는 그 다리에서 아버지가 날 기다리시고 계시는 행복한 꿈을 꾸다가 깨곤 했었다. 그래서 왠지 그 다리에 가면 아버지가 기적처럼 살아서 날 기다리고 서 계실꺼라는 착각마저 들어서 이다음에 커서 돈이 생겨 부산엘 혼자 갈 수 있게 되면 꼭 그 다리에 찾아 가 보리라 다짐에 다짐을 하곤 했었다.

그렇게 아버지를 하냥 그리워하던 10살 꼬마가 초등학교 상급생인 6학년이 되었고, 반공 포스터를 그리는 어느 미술 시간에 난, 통일이 되어 우리 아버지랑 할아버지, 할머니 고모들이랑 모두 번쩍 들어 올려 진다는 그 다리에서 만나는 장면을 그렸다. 그런데 내 말을 믿지 못한 친구가 그런 다리가 어디 있냐면서 울 아버지가 거짓말 한 거라며 농 섞인 어조로 날 놀렸고, 친구의 농에 남자 아이들까지 더불어 순식간에 웃음꺼리가 되어버린 내가 분함을 참지 못해 손을 번쩍 들어 선생님께,

“선생님, 부산에 가면 배들이 지나가라고 번쩍 들어 올려지는 그런 다리가 있지요?”라고 여쭈었다.

그런데, 그때의 기억만으로도 아직도 머리끝이 뾰족하게 서는 서늘한 느낌이 드는 선생님의 대답은, 그런 다리는 부산이 아니라 세계어디에서도 없을꺼라시며 내가 책을 하도 많이 읽어서 상상력이 지나쳐졌다는 단호한 부정의 대답이었다. 친구들은 책상까지 치면서 깔깔대고 웃었고, 나는 그 다리의 존재 보다, “니네 아부지가 너 만나기 싫어서 그짓말 하셨나 부다!” 했던 친구의 그 말이 칼처럼 가슴에 꽂혔다.

난 정말 아버지가 그리웠었다. 사고사였기에 아버지의 부재에 대한 준비가 전혀 없었던 터라 아버지는 늘 내게 그리움 그 자체였다. 그래서 꿈속에서라도 아버지를 만나고 싶어서 해만 떨어지기를 기다리다 잠을 청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에서조차 아버지가 나타나지 않으시면 엄마가 학교 가라고 깨우고 깨우셔도 일부러 못들은 척 이불 속에 있었던 기억도 있는 그런 아버지인데, 혹 길을 잃어 아버지를 잃으면 꼭 부산에 있다는 번쩍 들어 올려지는 그 다리에서 꼼짝 않고 기다리시겠다던 아버지의 약속은 아버지와 내 기억의 첫머리에부터 있는데, 그런 다리는 없단다. 선생님이.....

'그럼. 울 아버지는......'

선생님 말씀처럼 책을 하도 많이 읽어 상상력이 풍부했던 나였기 때문이었을까? 아버지의 죽음을 안타까워하시던 어른들이 흘리셨던 "저 어린 것, 저거 그리 이뻐하드만 어뜨케 눈을 감았을까?"란 말처럼, 죽음이란 건 이뻐하는 어린것이 있으면 눈을 감을 수 없는 것 정도로 이해가 되었고, 울 아버지가 눈을 감을 수 있었던 것은 내 친구 말처럼 날 만나고 싶지 않을 정도였기에 아버지는 쉽사리 눈을 감아 돌아가실 수 있었던 비약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날이후 난 아버지 기억을 잊기 위해 이를 악물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가 너무 그리우면 가슴 한구석에서 목젖까지 차오르는 굵고, 뭉클한 덩어리를 삼키며, “거짓말 장이야. 거짓말 장인데 뭐!” 했던 그 기억이 아직도 난 아프다.

그런데, 그런데, 그런 다리가 정말 있단다. 그리고 그 다리가 다시 들어 올려진단다.

“아. 부. 지.......”

아버지를 가슴에 묻고 또 묻으면서, 한 남자의 아내로 그리고 두 아이의 엄마로 그렇게 37년이란 세월을 입고 살아오며 열 살 꼬마는 이미 대학생이 된 아들을 둔 엄마가 되었기에 내 입에서 흘러나온 ‘아부지’는 열두 살 꼬마가 느꼈던 그 배신감에 묻어 있던 그 사랑과 그리움에 절어 있지는 않았지만, 이른 아침 자욱하게 끼인 안개처럼 그렇게 내 가슴속을 싸하게 채우면서 힘없이 흘러나왔고, 어린 나이에 당한 아버지의 부재로 인해 남들보다 두 배는 긴장하며 살아야했기에 눈물까지도 말랐나 보다 생각했었는데 뜨거운 물줄기가 입술에 고여 입술마저 뜨끈했다.

‘울아부지. 울 아부지가 나 만나기 싫어 지어낸 말 아니었구나. 울 아부지 나 두고 어찌 눈감으셨을까.’ 기억조차 가물가물해 기억인지 환상인지 조차 헷갈릴 만큼 아버지가 내 귀에 속삭이셨던 영도다리 이야기가 내 귓속에서 살아나며, 옆 사람도 귀 기울이지 않으면 들리지 않을 듯 낮은 목소리로 내 귓가에 대고 말씀하시던 아버지의 향내, 포마드 냄새가 코끝에서 살아났다. 그리고 까칠한 수염이 내 얼굴을 부비는 듯 따가웠다. 그리고 그 따가움은 아버지도 한 없이 염려되고 그리우셨을 북에 남겨진 할아버지, 할머니에 대한 아버지의 마음 한 결 한 결일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더 해져 따가움이 쓰라려졌다.

지금처럼 인터넷이라도 있었다면 뒤져서라도 찾아냈을 텐데, 선생님은 모를 것이 하나도 없는 분이라고 믿고 있었기에 선생님의 대답이 어린 내겐 진리 그 자체였었기에 의심조차 하지 않았었다. 아니, 또 다른 사람의 입에서 나올 그 다리의 존재에 대한 부정의 대답이 너무나 두려워 난 선생님의 대답을 그냥 믿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날의 그 기억을 들추자니 고스란히 살아나 이리 쓰린 기억인데도 아버지의 부재로 일찍 철이 들어 버린 나였기에, 아버지 몫까지 감당하시며 힘드실 엄마가 안쓰러워 난 혼자 그 아픔을 가슴에 묻고 번쩍 들어 올려진다는 부산의 그 다리 이야기를 그 어느 누구에게도 더 이상은 묻지도 하지도 않았었다. 다만, 울산에서 근무하셨던 열여섯 살 터울의 아버지 같은 존재, 큰오빠가 부산 구경을 시켜주셨을 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리가 들려지는 대교가 있나 혼자 가슴조이며 버스 차창 밖을 내다보았을 뿐이었다.

뉴스가 다른 소식으로 넘어가고, 눈물도 멈추고, 내 심장 소리도 작아졌다는 인식이 드는 정신이 들자마자 나는 컴퓨터를 켜서 ‘영도다리’를 쳐보았다. 내가 태어나던 해 66년에 폐쇄가 되었다는 영도다리, 교통 통신의 발달이 한참이나 떨어졌던 70년대에 더구나 인천의 항구 끝 작은 초등학교 선생님인 우리 선생님이 폐쇄가 된지 10년도 넘은 그것도 인천항과는 정반대 쪽에 있는 부산의 다리 얘기를 알 리가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랑 만나기로 한 영도 다리 부근에서 여러 해 동안 피난 생활을 하시다가 휴전이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자 통일만 되면 제일 먼저 배타고 북에 가시려고 인천항에 자리를 잡게 되셨다는, 통일 돼서 빨리 북에 가려면 땅 같은 게 있으면 미련 있어서 못 가게 되니까 절대로 땅은 절대 안 된 다시며 땅 사자는 엄마 말씀 뒤로 하고 굳이 고집에 고집을 부려 버스를 사 시작한 운수 사업만 아니었으면 네 아버지 그리 빨리 돌아가시지 않으셨으리라 는 엄마의 그 한 서린 이야기가 물안개처럼 슬프게 가슴을 채웠다. 그 날 그 하루를 어찌 보냈는지도 모를 만큼 나는 그 하루 내내 혼 빠진 사람처럼 머릿속이 복잡해져서 너무 오래 전 기억에 묻어 버렸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으로 자욱한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뼛속까지 슬픔으로 채워졌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인 지난 12월 24일 아버지 기일에 우리 아버지가 37년간 기다리고 계셨을 '영도다리'를 남편과 바라만 봐도 든든하게 잘자라준 두 아이와 함께 찾았다. 남편도 아이들도 “뜬금없이 웬 부산!”이냐 했지만, 난 37년간 가슴에 묻어 두었던 우리 아버지와 나만의 '영도다리' 얘기를 잊힌 지난 이야기 들추듯 그렇게 가볍게 들추고 싶지가 않아 그대로 가슴에 묻었다. 그리고 우리 아버지가 내게 말씀 하셨던 대로 “부산에 번쩍 들어 올려진다는 다리가 있다하더라고, 그 다리가 보고 싶어서 라고......”만 말했다.

정오의 사이렌 소리가 멈추자, 침묵했던 입을 크게 벌리듯 ‘영도대교'가 철컥 들렸다. 구경꾼들은 사진들을 찍고 난리들이었지만 난, 대교가 올리는 그 순간부터 들어 올려져 멈춰져 있던 십여 분 동안 한 없이 우리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마음을 누르고 눌렀던 지난 37년이 되살아나 가슴이 저려 꼼짝도 할 수가 없었고, 내 다리의 기운이 풀려 주저앉을 듯해 난 대교의 입 벌림을 그대로 하염없이 바라보고만 있어야했다. '아부지, 미안, 아부지, 고마워, 아부지......' 잊었다는 말은 거짓말이었던 냥 고동색 카디건 호주머니 속에 감추어둔 미제 초콜릿을 내 입에 넣어주며 영도다리 얘기를 해주시던 우리 아버지와 내 시간을 기억해내며 나는 그렇게 우리 아버지와 37년만의 재회를 했다. ‘철컥!’ 대교는 다시 내려졌고,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달리는 자동차들로 분주한 대교 위였지만 영도 대교의 제 자리는 내겐 오랜 시간 입을 앙다물었던 침묵으로 느껴졌다.

아버지는 내게 다리의 이름이나, 그 다리가 폐쇄 되었다는 사실은 말씀하지 않으셨다. 우리 아버지는 부산에 가면 번쩍 들어 올려지는 그런 다리가 있다고, 그리고 아부지를 잃어버리면 꼬옥 그 다리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아부지는 한 발자욱도 안 움직이고 기다리고 있을꺼라는 말씀만 하셨었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지킬 수 없었던 그 한스러운 약속이 한이 되셨기에 약속 아닌 약속을 내게 거듭하셨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한 채, 우리 아버지가 한 발자국도 안 움직이고 기다려주겠다고 했던 그 약속만이 든든해서 집 정도는 잃어버려도 아무 문제가 안 되겠다는 안도감으로 유년을 보냈던 그 기억 속 끝자락의 아버지를 37년 만에 그렇게 재회 했고 화해했다. 그랬기에 어떤 의미와 어떤 필요로 대교가 47년 만에 재개통이 된 것인 지와는 무관하게 진짜로, 정말로 우리 아버지가 한 발자국도 안 움직이고 날 기다려주신듯 여겨졌기에 다리가 들려 있던 그 순간은 아버지와의 약속을 잊지 않고 찾아와준 반가운 웃음의 입 벌림으로, 철컥 다리가 내려진 그 모습은 37년간의 짧지 않은 시간 속의 이야기들은 모두 세월에 묻고 용서하자는 침묵의 앙다문 입술로 여겨졌다. 그래서 날 너무나 아프게 했던, 아직도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있던 내 초등학교 6학년 미술 시간의 기억들과 이름들이 전혀 원망스럽지 않았다. 다만 우리 아버지가 고향에 계신 부모님과의 생이별이 너무 쓰려서 그 부모님과 만나기로 했던 다리, ‘영도다리’가 폐쇄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으셨는지도 모르겠다는, 그래서 이미 폐쇄가 된 지 10년도 넘었던 그 다리를 현존하는 다리인 냥 날 무릎에 앉혀 놓으시고 하신 말씀을 하시고 또 하셨는지도 모르겠다는, 우리 아버지의 마음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셨던 그 나이 마흔 아홉에야 겨우 읽어 드리게 되었다.

‘울 아부지 여기서 할아버지랑 할머니도 만나셨으려나......’

철컥, 들어 올려진 대교가 보고픈 얼굴 다 보셨다는 우리 아버지의 큰 웃음으로 다가온 것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보다 더 진하게 아프고 그리웠을 우리 아버지 이별의 슬픔이 고스란히 느껴져 명치끝이 저린 가슴을 큰 호흡으로 달랬다. 그리고, 그리운 사람 다 만날 수 있고, 가슴 아픈 사연들은 다 회복이 되는 영도 대교만의 이야기가 곳곳에서 아름다운 사연으로 쌓이길 바라는 바람으로 빛바랜 저린 기억들을 겨우 추억으로 돌리며 대교를 벗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