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초보의 투자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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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세 기자는 주식의 ‘주’자도 모른다. 그런데 최근 2030세대의 주식 열풍이 심상치 않다는 소리가 연일 들려온다. ‘주변에선 못 봤는데 과장 아닐까?’ 같은 세대 지인 5명에게 주식 경험을 묻자 4명이나 주식을 해봤거나 하고 있다고 했다. 기자가 느낀 충격을 남자친구에게 토로하자 “나도 얼마 전에 시작했다. 최근 주식으로 ‘재미’ 보는 친구들이 많아져서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됐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아뿔사. 나빼고 다 있었다 주식’

‘주생아’ 도전기

기자도 처질 수 없었다. 주린이(주식과 어린이의 합성어, 주식 초보자를 이르는 말)도 아닌 주생아(주식과 신생아의 합성어, 주식 입문자를 이르는 말) 수준이지만 일주일간 주식에 발을 담근 경험을 주생아들에게 공유하기로 했다. 우선 주식 거래를 하려고 하니 증권사와 주식 계좌가 필요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증권사를 고르는 기준은 크게 2가지 정도다. 양질의 분석 자료와 저렴한 주식 거래 수수료. 분석 자료와 수수료는 증권사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어 꼼꼼히 비교한 뒤 직장과 가까운 BNK 투자증권을 골랐다. 주식 계좌는 은행이나 증권사 영업점에서 직접 개설하거나 모바일 앱에서 비대면 계좌를 개설하면 된다. 대부분 비대면 계좌를 개설하는 추세지만 기본적인 설명을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지난 1일 증권사를 찾아 계좌를 만들었다.

지난 1일 부산진구 BNK투자증권 사무실에서 본지 김민정 기자가 주식 전문가로부터 주식계좌 개설과 투자 방법에 대해 듣고 있다.

소심한 마음에 30만 원만 투자하기로 하고 계좌에 돈을 입금했다. 다운받은 MTS(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 앱의 주식 잔고란에 30만 원이 표시됐다. 다음에는 투자하고 싶은 종목, 즉 기업을 골라야 했다. 기본적으로 종목을 고르기 위해선 향후 유망한 산업군을 살펴보고 그중에서 관심 있는 기업의 능력, 주력 상품, 재무제표 등을 확인해야 한다. 주생아에게 너무 어렵게 느껴져 주위에 방법을 묻자 “요즘은 유튜브 본다”는 답변이 쏟아졌다. 특정 종목을 직접 지정해주는 영상은 꺼림칙했다. 대신 경제 전망과 주식 시장의 거시적인 흐름을 알기 쉽게 설명해 유망한 산업군이 어디인지 알려주는 유명 유튜버의 말을 참고했다. 첫 거래이니 탄탄한 우량주이자 반도체 시장의 호황에 힘입어 안정적 성장이 기대되는 삼성전자를 선택했다.

다음 날 주식 주문창에서 삼성전자를 입력하자 위쪽은 파란색, 아래쪽은 빨간색인 차트가 등장했다. 파란색 차트는 매도하고자 하는 이들이 내놓은 가격이며 빨간색 가격은 매수하고자 하는 이들이 원하는 가격이었다. 매수하면 가장 낮은 매도가에 체결이 된다. 당시 삼성전자의 가격은 6만9600원으로 30만 원 한도 내에서 4주를 살 수 있었다. 매수창에 수량을 넣고 현금매수를 눌렀다. 이제 남은 것은 기다리는 일뿐.

이틀 뒤 코스피 지수가 2700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종가 역시 최초로 7만 원대를 넘었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올라가는 가격 덕에 7일 오전 9시에 열릴 주식 장이 기대됐다. 장이 열리고 30분 후 삼성전자는 7만3200원을 기록했다. 당시 총 평가액은 31만4068원으로 그대로 매도한다면 평가 손익은 +1만4068원, 손익률은 +5.05%였다. 몇 달씩 돈을 넣어도 이자 몇 푼 붙지 않는 예금에 비하면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올라갈 만큼 올라갔으니 내려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당장 현금화하고 싶었지만 주식은 장기 투자라는 말에 참았다. 증권사 관계자가 마침 필요한 조언을 해줬다. “주식은 장기 투자하겠다는 첫 마음을 잊지 말고 도박처럼 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제대로 된 분석을 했다면 분석을 믿고 목표가까지 기다려라.”

7일 삼성전자 현재가 창(왼쪽)과 기자의 일주일간 투자 결과

청년세대 주식 열풍

여윳돈으로 주식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과거 주식 시장은 경제적 여유가 있는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자와 같은 연령대의 청년들이 대거 주식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국회의원이 금융감독원에게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를 살펴보면 올해 1~8월 사이 신규 증권계좌를 가장 많이 개설한 연령대는 30대(317만6282개)였다. 이어 ▷20대(287만3326개) ▷40대(261만2727개) ▷50대(143만6436개) ▷60대(39만9408개)가 뒤를 이었다. 지난해 30대가 신규 개설한 증권 계좌는 129만3567개, 20대가 개설한 계좌는 144만478개로 9개월 만에 각각 145%, 99.4% 증가했다.

빚을 내서 투자하는 청년도 급증했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연령대별 신용융자 잔고 추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조6000억 원이던 만 30세 미만 청년층의 신용융자 잔고는 올해 9월 15일 기준 4조2000억 원으로 162.5% 증가했다. 다만 신용융자 규모는 중장년층에 비해 미미한 상황으로 전체의 2.4% 밖에 차지 하지 않는다.

왜 주식에 빠졌나

주식은 언제부터 청년층의 일상적 경제 생활이 됐을까. 궁금하던 차에 유튜브 채널 ‘조승연의 탐구생활’에서 답을 찾았다. 해당 채널에 출연한 핀테크 스타트업 파운트 김영빈 대표는 청년 세대가 과거보다 빨리 돈에 대해 틔인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금융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돈이 돈을 벌지 않으면 노후에 굶어 죽는 시대다. 내 생존이 위협받는 데 대한 본능적 반응”이라고 답했다. 수명은 늘면서 필요한 돈은 더 많아졌는데 일하는 시간과 소득은 늘지 않았고, 초저금리 시대에 예금에만 기대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부동산 규제, 코로나19 이후 주식 반등, 공모주 열풍 등을 경험한 2030세대가 주식 시장으로 급격히 몰렸다. BNK 투자증권 김준규 과장은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거래량이 구분되는데, 코로나가 심각했던 3~4개월간 거래량이 작년 1년치 거래량 넘어설 정도로 거래가 늘었다. 금리는 낮고 시중에 돈은 많은데 부동산 규제가 심하니 결국 증시로 돈이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는 SK바이오팜, 빅히트 등 화제가 된 공모주가 유독 많아 언론을 통해 소식을 접한 청년층이 주식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글 :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 / 사진 : 전민철 기자 / 그래픽 : 이영실, 정채영 / 영상편집 : 정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