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의 그늘 코로나19 폐업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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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후 부산진구 서면(부전동·전포동) 중앙대로 일대. 지역 최대 상권을 대표하는 대로변임에도 불구하고 ‘폐업’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을 커다랗게 붙여 놓은 가게가 자주 눈에 띄었다. 한 3층짜리 빌딩에 위치한 1층 카페와 음식점은 나란히 문을 닫고 ‘임대’ 광고만 커다랗게 붙여 놨다. ‘만남의 장소’로 여겨질 만큼 인지도 있던 화장품 전문점 브랜드도 점포정리점에 자리를 내줬다. 전포카페거리 일대 역시 마찬가지. 골목마다 들어선 가게를 찾아온 손님들로 붐비던 곳이었지만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2,3층에 위치한 상가 가운데 임대를 알리는 곳이 다수 있었고 1층 가게도 폐업한 곳이 종종 있었다.

부산 부산진구 서면 중심가 대로변에 위치한 한 상가건물에 임대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부산 부산진구 서면의 한 상가건물 1층 전체에 임대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올해 초 처음 코로나가 터졌을 때는 매출이 평소 대비 80%까지 떨어졌어요. 손님들 발길이 정말 뚝 끊겼습니다. 한 달 동안 가게 문을 닫고 직원들은 휴무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어요. 재확산으로 더 힘들어졌고요. 수익을 기대하기보다는 버틴야 한다는 생각으로 겨우 유지했어요.” 서면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상인 A 씨는 이같이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5년 전 개업한 A 씨의 가게는 입소문을 타면서 확장까지했지만 올해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또다시 코로나19가 재확산 되면 가게의 앞날은 장담하기 어렵다. 일대 상인 가운데 A 씨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이들은 한둘이 아니다. 코로나19로 인파 자체가 없어지면서 수익에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10월부터 거리두기 1단계가 시행된 이후 행인이 조금씩 느는 추세지만 팬데믹 전의 수익을 회복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전포카페거리 문정호 상인회장은 “1차 확산 당시 입은 피해가 복구되기도 전에 재확산 돼 회생 불가능한 수준이다. 같은 서면이라도 조금씩 다르지만 전포카페거리의 경우 평일 매출이 기존의 20~30%밖에 되지 않고 주말 역시 핼러윈데이 같은 특수가 있어야 80% 정도다. 확산세가 약해졌다고 하지만 시민들이 여전히 경계심을 갖고 가게로 오지 않는다. 저녁 8시만 되면 사람이 없어 적막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임대료는 그대로고 권리금만 30% 정도 떨어졌다. 나가고 싶어도 남은 계약기간이 있어 울며 겨자 먹기로 하는 곳이 많다. 내년부터 폐업 상가가 더욱 급증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코로나 장기화에 신음하는 상권들

코로나19가 할퀴고간 흉터가 점점 짙어지고 있다. 부산 최대 상권인 서면을 포함해 지역 전체 상권이 타격을 받았다. 한국감정원 상업용부동산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지역 주요 상권의 중대형상가 공실율은 지난해 4분기 11.3%이었으나 올해 3분기에는 13.2%로 1.9%포인트 높아졌다. 공실률이 급증한 곳은 광안리로 지난해 3분기 9.6%에서 17.6%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인근 부동산 중개소 관계자는 “마스크 착용 의무화 때문에 해변 방문객이 급감했고 조기 폐장까지 하지 않았나. 거기다 부산국제영화제(BIFF), 부산불꽃축제 같은 특수까지 사라졌으나 힘들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광안리에 이어 공실율이 증가한 곳은 ▷현대백화점 주변(7.4%포인트) ▷온천장(4.9%포인트) ▷남포동(2.9%포인트) ▷남항동(2.8%포인트) ▷서면(2.3%포인트)으로 나타났다. 감정원 조사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지역 대학가는 그 어느 상권보다 큰 타격을 받았다. 원격 강의가 일상화 되면서 부산대, 동아대, 부경대·경성대 등 대학 인근은 현재 폐업 상가가 넘쳐나 유령도시를 방불케하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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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폐업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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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10월 사이 폐업 상가 수가 가장 많은 곳은 ▷해운대구(1746개) ▷부산진구(1428개) ▷사하구(1059개) 순이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에 나타난 부산 폐업 상가 1만2471개를 분석한 결과다. ▷금정구(1050개) ▷동래구(960개) ▷남구(798개) ▷북구(739개) ▷수영구(714개) ▷기장군(674개) ▷사상구(663개) ▷연제구(614개) ▷강서구(581개) ▷중구(519개) ▷동구(371개) ▷서구(312개) ▷영도구(243개)가 뒤를 이었다. 지난해와 비교해 폐업 상가가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사하구와 수영구로 나타났다. 사하구의 지난해 한 달 평균 폐업 상가 수는 92.25개였으나 올해는 105.9개로 늘어났다. 수영구는 70.33개에서 71.4개로 늘어났다.

부산 16개 구군 폐업 그래프
행정안전부 인허가 데이터 자료 191개 업종 분석한 결과 올해 1~10월 사이 부산 16개 구군에서 1만2471개 업체 폐업. 한달 평균 1247개

총 191개 업종 가운에 폐업 수가 가장 많은 업종은 ▷즉석에서 음식을 제조 및 가공하여 판매하는 즉석판매제조가공업(2348개) ▷음식류를 조리·판매하며 음주행위가 허용되는 일반음식점(2189개) ▷TV홈쇼핑·인터넷 등의 방법으로 판매하는 통신판매업(1512개) ▷다과 등을 조리·판매하는 휴게음식점(913개) ▷건강기능식품을 직접 판매하는 건강기능식품일반판매점업(731개) 순이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한 달 평균 폐업 상가수의 증감을 살펴보면 코로나19에 더욱 큰 타격을 받은 업종을 확인할 수 있다. 한달 평균 폐업 상가 수 증가한 곳은 ▷통신판매업(46.8개 증가) ▷방문판매업(16.2개 증가) ▷단란주점(3.5개 증가) ▷집단급식소(3.2개 증가) ▷인터넷컴퓨터게임(2.6개 증가)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판매업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이 대면 업종이어서 코로나19 취약 업종의 특징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부산 지난해 대비 한달 평균 폐업 수가 증가한 업종
지난해 대비 한달 평균 폐업 수가 증가한 업종

집행률 떨어지는 이자 지원책

부산시가 코로나19로 피해 입은 소상인을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긴 했지만 대출 이자 지원 형식이 많은 데다 집행률까지 떨어져 지역 자영업자들이 체감하는 효과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4000억 원 규모의 대출을 금융기관에서 해주면 시가 이자 일부를 보전해주는 ‘소상공인특별자금·임대료특별자금’는 책정된 예산 95억 원 가운데 44%(41억6000만 원) 밖에 집행되지 않았다. 정부 정책금융에 비해 이자 보전율이 낮은 데다 중복 수혜 금지 방침에 따라 정부 지원책 쪽으로 수요가 몰린 탓이다.

반대로 현금 지원은 빠른 속도로 동이 났다. 지난 4월부터 영세 소상공인과 업체 20만을 대상으로 100만 원씩 총 2000억 원을 지원한 ‘긴급민생지원금’은 두 달 만에 신청이 완료됐다. 월세를 10% 이상 인하해주는 임대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착한 임대인 재산세 지원’(4억3000만 원 규모), 관광업계위기극복지원금(3억 원 규모) 역시 마찬가지다.

중소상공인살리기 협회 이정식 회장은 “불경기가 이어지고 피해가 장기화 되다 보니 감당 가능한 부채는 이미 한계에 달했다. 그런데 또 대출을 받으라는 것은 절벽으로 내모는 것과 같다”며 “유지비 일부 보전 등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정책과 지금 당장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에 예산 책정이 필요하다. 온라인 마케팅 지원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는 나중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올해 초 같은 수준의 상황이 생기면 재난기금이나 예비비를 쓸 수 도 있겠지만 현재 같은 상황에서는 국비 지원 없이 지자체 혼자 현금 지원책을 진행하기 어렵다”며 “집행률이 떨어지는 소상공인특별자금은 일부를 다른 상품으로 전환하는 등 재구조화해 중복 수혜와 맞춤형 핀셋지원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글 :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 / 사진 : 전민철, 김종진 기자 / 그래픽 : 이영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