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 빌게 제일란 감독의 '윈터 슬립'.

1982년 세계 최고 권위의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주인공은 터키 일마즈 귀니 감독의 '욜'이었다. 세계 영화계의 변방이었던 터키 영화가 최고 영화로 뽑히자 탄식과 환호가 교차했다. '욜'의 황금종려상 수상 이후 터키 영화는 급격히 발전했다. 그리고 지난 5월 칸영화제는 올해 최고의 영화로 터키 누리 빌게 제일란 감독의 '윈터 슬립'을 선택했다. 터키 영화는 이제 세계 영화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주류 영화로 편입했다.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선 터키 영화의 발전상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윈터 슬립'과 베를린영화제 파노라마 스페셜에 선보인 쿠툴룩 아타만 감독의 '희생양',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에 오른 파티 아킨 감독의 '더 컷' 등 올해 세계가 주목한 터키 영화 3편을 '월드 시네마' 섹션에서 만날 수 있다.

'윈터 슬립'은 주인공이 운영하는 작은 호텔을 배경으로, 폭설 탓에 호텔에 꼼짝없이 갇히게 된 이들의 미묘한 이야기를 다룬다.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터키 설경을 배경으로 뛰어난 영상미를 자랑한다. '희생양'은 소년의 순수한 동심과 아름다운 풍경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더 컷'은 1915년 터키 아나톨리아 아르메니아인 대학살 사건 이후 홀로 살아남은 나자렛이 두 딸의 생존 소식을 듣고 그들을 찾기 위해 긴 여정에 오르는 내용이다.

이와 함께 특별기획 프로그램 '뉴 터키 시네마-21세기의 얼굴들' 섹션에서 1990년대 중반 등장한 터키 뉴웨이브 감독들의 최신작 7편을 소개한다. 알리 아이딘 감독의 '쿠프', 아멧 보야치오글루 감독의 '블랙 앤 화이트' 등 독특하고 영상미가 뛰어난 작품이 눈길을 끈다.

BIFF 이수원 프로그래머는 "세계 영화계가 형식의 미학과 영상미가 빼어난 터키 영화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3년 새 터키가 영화산업에 많은 투자를 했는데, 터키 영화 100주년을 맞은 올해 그 결과물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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