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의 작품성·신선함 다 맛볼까

한국영화의 오늘

파노라마 12편·비전 7편 소개

주목받는 감독들 신작 `골고루`

박창희 기자 chpark@kookje.co.kr
| 입력 : 2007-09-14 19:20:32

올해 한국영화 섹션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파노라마 '와 '비전' 두 부문이다. 두 부문을 통해 한국영화의 제작방식과 경향을 엿볼 수 있다. 파노라마' 부문에는 총 12편의 작품이 올랐다. 오랜만에 영화 작업을 한 이창동의 '밀양'을 비롯, 국내외에서 주목 받는 감독들의 새로운 영화가 고루 포함되어 있다.

저예산 혹은 독립적으로 제작된 영화를 조명하는 '비전' 부문은 실험성 짙은 7편의 영화가 소개된다. 제 64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전수일의 '검은 땅의 소녀와', 장률의 '경계', 김동현의 '처음 만난 사람들'은 이미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소개된 감독들의 신작이다.

파노라마

★극락도 살인사건(김한민)

열일곱 명의 주민이 사는 작은 섬 극락도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죽은 이들과 함께 화투 판에 있었던 덕수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지만 행방이 묘연하다. 서로를 의심하는 가운데 거대한 음모가 밝혀지게 된다.

김선희 감독의 '도화지'

★도화지(김선희)

여주인공 상원은 실업계고등학교에 들어가 '매그놀리아'라는 학교 밴드의 일원이 된다. 매그놀리아 팀원들은 남자고등학교의 밴드와 연습을 하면서 연적이 되기도 한다. '스윙걸즈'의 한국판이라 할수 있는 성장영화다.

이창동 감독의 '밀양'

★밀양(이창동)

신애는 사별한 남편의 고향에서 살기로 결심한다. 외도를 했던 남편의 과거를 묻어 둔 채 밀양에서 시작한 그녀의 삶은 허영과 기만을 보여준다. 그러던 중 외아들 준이의 유괴와 죽음이 이어지면서 그녀의 새로운 선택은 또 다른 실존의 파국을 불러온다.

★수(최양일)

해결사 수로 불리는 태수의 목표는 쌍둥이 동생을 만나는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이 만나기 직전에 태진은 동생의 암살을 목격한다. 경찰이었던 동생의 신분으로 위장한 수는 암살의 배후인물 구양원을 추적한다.

★숨(김기덕)

죽음이 얼마 남지 않은 사형수 장진은 날카로운 송곳으로 자신의 목을 찔러 자살을 시도한다. 남편의 외도로 괴로워하던 연은 TV 뉴스에서 사형수 장진을 본 후 교도소로 향한다. 교도소장의 관찰 아래 둘의 관계는 깊어지기 시작하고, 연은 장진에게 사계절을 선물로 전한다. 김기덕 감독의 스타일이 뚜렷한 작품이다.

★스페어(이성한)

명수에게 사채를 쓴 광태는 8000만 원을 갚기 위해 친구 길도에게 장기 매매를 부탁한다. 그러나 길도가 농간을 부리자 광태는 야쿠자 사토오와 함께 해결책을 찾아 나선다. 액션 연출과 김영철 촬영감독의 솜씨가 돋보인다.

임상수 감독의 '오래된 정원'

★오래된 정원(임상수)

황석영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옮겼다. 정치적으로 암울한 80년대를 보낸 현우는 과거의 연인 윤희를 떠올리게 된다. 영화는 현우의 회상을 따라 도피적인 사랑을 나눴던 시골의 정경과 서울 생활을 대비시킨다.

★우아한 세계(한재림)

강인구는 바쁜 하루를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가장이다. 그런데 조폭이라는 직분 때문에 딸로부터 냉대를 받고, 조직 내에서는 노상무와 갈등을 벌인다. 조직과 가족의 엇갈린 삶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가장의 모습을 그렸다.

★좋지 아니한가(정윤철)

몽상가 여고생 영선의 가족은 모두 새로운 상황에 돌입한다. 집안 일을 포기하기 시작한 엄마 희경, 사랑에 빠진 오빠 용태, 실연을 당한 무협작가 이모 미경…. 이들의 삶은 흡사 우리의 일상을 보는 것 같다.

★황진이(장윤현)

기녀 황진이. 그녀는 춘향이와 더불어 시대가 바뀔 때마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새롭게 조명되어 왔다. 감독은 북한 작가 홍석중의 원작을 빌려와 새로운 시대를 꿈꾸는 여성으로서의 황진이를 묘사하고 있다.

비전

★검은 땅의 소녀와(전수일)

영림의 가족은 탄광촌에서 불안한 삶을 영위한다. 살고 있는 집은 철거촌으로 지정되어 있고, 진폐증에 걸린 아버지는 생계를 꾸려나가기가 어렵다. 시적인 영화를 일궈온 전수일 감독의 또 다른 행보가 돋보인다.

장률 감독의 '경계'

★경계(장률)

몽골의 초원을 지키는 사내와 탈북한 미망인 과 그 미망인의 아들이 벌이는 은유의 영화다. 초원은 점점 더 죽어가고 인물들은 부질없는 희망을 기다린다. 올해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 상영작.

★도다리(박준범)

부산판 세 친구 이야기. 세 명의 친구들은 서로에게 돈을 빌려주는 과정에서 오해를 만들기도 하고, 상처를 받기도 한다. 부산의 정서가 물씬 풍겨나는 여러 공간이 눈길을 끈다.

★여기보다 어딘가에(이승영)

음악 유학을 가고픈 수연은 집을 나오기로 결심한다. 그녀는 뮤지션 '현'과의 어설픈 사랑을 경험하기도 하고, 동거를 하게 된 남자 친구 동호와 밴드를 결성하여 음악경연대회에 참석하게 된다.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양해훈)

고등학교 때 표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제휘. 졸업 후 가급적 밖에 나가는 걸 자제하며 살고 있다. 외톨이로 지내던 제휘는 장희를 만나 마음을 열게 된다. 그런데 고등학교 때부터 제휘를 괴롭혀 온 동창 표와 그의 연인 로미가 다시 나타나 제휘의 삶을 동요시킨다. 고통과 상실이야말로 성장의 본성이라고 말하는 영화다.

★처음 만난 사람들(김동현)

하나원에서 교육을 마치고 나온 탈북자 진욱은 첫날부터 길을 잃는다. 얼마 뒤 부산에 거주하는 탈북자 동기를 만나러 가던 진욱은 베트남 출신의 불법체류자 팅윤을 만나 부안까지 따라가게 된다.

★WRITTEN(김병우)

등장인물 A는 신장 한쪽을 강탈당한 채 욕조 안에서 깨어난다. 신장을 찾는 과정에서 A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온 작가를 만나, 머지않아 배우와 대면할 것이라는 말을 듣는다. 이야기의 결말에는 등장인물, 작가, 감독이 겹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