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건네고 물건을 사는 이유는 가지가지다. 생활에 필요하거나 필요는 없지만 마음이 끌리거나 혹은 엉겁결에 충동구매를 하기도 한다. 그 가운데 그냥 끼워주는 덤에 혹해 일을 저지를 때도 적지 않다.

해운대에 와서 달랑 영화만 보고 집으로 돌아간다면 먼 걸음이 아쉽다. 해운대는 누구나 아는 부산 제일의 관광지. 덤으로 해운대 명소를 한번 둘러보자.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영화제 못지않은 알찬 하루를 보낼 수 있다.


해운대의 상징 동백섬

해운대해수욕장 끄트머리에 붙은 동백섬은 해운대의 아이콘이 된 지 오래. 오랜 퇴적작용으로 인해 육지화된 섬으로 부산기념물 46호로 지정되어 있다. 울창한 동백나무와 해송들이 천혜 절경과 어우러져 한 폭의 풍경화를 그려낸다. 1㎞ 조금 안 되는 순환 산책로를 통해 해운대 전경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어 가족이나 연인의 방문이 끝이질 않는다.

안쪽으로 누리마루 APEC하우스와 14만㎡의 동백공원이 자리 잡고 있다. 동백공원 정상에는 신라의 대학자 고운 최치원 선생의 동상과 비문, 갯바위에는 황옥공주의 전설이 담긴 인어상을 만날 수 있다.

해운대 해수욕장 한가운데 위치한 부산아쿠아리움도 해운대의 빠트릴 수 없는 명소. 전 세계 바다에서 공수해 온 해양생물 250여 종 3만 5000마리가 초대형 수족관 안에서 유영한다. 규모나 시설 면에서 전국 최고의 해양테마파크이다. 내부를 몰디브 오키나와 하와이 제주도 독도 등으로 꾸며 놓은 '환상의 섬나라 대탐험'전이 11월 말까지 열린다. 파라다이스 호텔 옆 실내관광사격장에서 실탄 사격으로 찌든 스트레스를 터트려도 좋다.

'한국의 지중해' 미포~달맞이길

해수욕장의 백사장이 끝나는 지점인 미포. 동해남부선 철길 건널목에서 내려다보이는 바다 풍경은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수채화 같다. 탁월한 풍광으로 영화의 단골 촬영지로 자리매김했다. 미포 안쪽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고 해운대 해수욕장~광안대교~오륙도~이기대 등 부산의 비경을 두루 만끽할 수 있다.

미포 입구에서 와우산을 넘어 송정까지 넘어가는 고갯길인 달맞이길. 넘어 가는 길이 15번이나 휘어 15곡도(曲道)라는 별칭을 가진 부산 최고의 데이트·나들이 코스다. 바다를 조망하도록 길 중간 중간 전망대와 휴식처가 마련돼 있다. 고갯마루의 해월정(海月亭)에서 굽어보는 밤 풍경이 단연 압권이다. 국내에 하나뿐인 추리문학 전문도서관인 '김성종추리문학관'이나 통유리를 통해 바다를 보며 찜질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베스트온천은 이미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탔다.

달맞이길 중간에서 아래로 빠지면 그림 같은 작은 어촌마을인 청사포(靑沙浦)가 나타난다. '푸른 뱀(靑蛇)이 사는 곳'이라는 원래 의미에서 '푸른 모래 포구'로 바뀌었다. 고기잡이 나간 지아비를 기다리던 여인의 애틋한 전설을 품은 높이 15m의 300년 된 소나무가 마을의 수호신처럼 서 있다.

호젓한 아름다움 송정

달맞이길을 지나면 만날 수 있는 송정해수욕장은 언제 와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안식처 같은 곳이다. 해운대나 광안리보다사람의 손때가 덜 타 아직 부산 바다의 원형질을 느낄 수 있다. 시원스럽게 쪽빛 물살을 가르는 윈다서퍼와 새우깡에 떼거리로 달려드는 갈매기들이 더없이 정겹다. 해수욕장 입구에 있는 죽도공원도 아담한 크기만큼 조용하고 호젓한 사색을 즐기기엔 제격.

해수욕장과 마주 붙은 송정역도 영화제로 들뜬 마음을 내려놓기에 좋다. 동해남부선의 작은 역사로 정동진역 다음으로 바다에 가깝게 붙어 있다. 1940년대의 단아한 간이역의 풍경을 고스란히 품어 문화재청으로부터 근대문화재로 지정됐다. 하루 이용객은 손으로 꼽을 만큼 적어도 사진작가와 젊은 연인들에게 꽤 인기를 누리고 있다.

수상법당 해동 용궁사

송정에서 기장 방향으로 차로 5분 정도 가면 나오는 '바다 위의 절' 해동용궁사. 국내 3대 관음성지 가운데 한 곳으로 동해와 남해의 바닷물이 교차하는 지점에 놓여 있다. 고려말 공민왕의 왕사였던 나옹 화상이 보문사로 창건, 임진왜란 때 소실된 사찰을 1930년대 중창하고나서 1974년 현재 주지인 정암 스님이 해동용궁사로 개명했다. 기암 위에 아슬아슬하게 놓인 전각과 석탑은 절로 감탄사를 터트리게 한다. 바다 위로 걸쳐 놓인 돌다리, 득남에 효과가 좋다는 굴법당과 번뇌가 사라지는 백팔계단, 중생의 병고를 치유해 준다는 약사여래불 등 여느 산사들보다 볼거리가 널려 있다. 만경창파 위로 솟아오르는 해돋이를 보러 이른 새벽에도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용궁사에서 20㎞쯤 떨어진 신라 문무왕 시절 원효대사가 창건한 천년고찰 장안사도 들러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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