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커런츠 상` 말레이시아 ` 사랑은 이긴다` & 중국 `빈랑`

신선한 영화언어· 영상미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입력 : 2006-10-20 21:52:17
| 본지 14면

'빈랑'의 양헝 감독(중국)과 '사랑은 이긴다'의 탄 취무이(말레이시아) 감독이 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PIFF) 최우수 아시아 신인작가상(뉴커런츠상)을 공동수상했다.

20일 오전 부산 해운대 PIFF 파빌리온에서 열린 영화제 결산 기자회견 및 시상식에서 이스트반 자보 뉴커런츠 부문 심사위원장은 "모든 작품이 경합을 벌였으나 우리는 새로운 영화적 언어와 아름다움을 각각 선보인 '빈랑'과 '사랑은 이긴다' 두 작품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사랑은 이긴다'의 탄 취무이 감독은 국제영화평론가협회(FIPRESCI)상도 수상했다. 뉴커런츠상은 PIFF의 유일한 경쟁 부문으로 아시아 신인 감독들의 극영화 가운데 가장 우수한 작품을 선정해 수여하는 상으로 상금은 3만 달러다.

'한국영화의 오늘' 부문과 '뉴커런츠' 부문에 출품된 한국영화 가운데 최우수 작품에 주는 NETPAC상(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은 '마지막 밥상'의 노경태 감독에게 돌아갔으며 상금 1만 달러의 KNN 관객상은 '하얀 아오자이'를 출품한 후인 루(베트남) 감독이 수상했다.

또 최우수 한국 단편영화에 수여하는 선재상은 이진우 감독의 '바람이 분다'와 윤성호 감독의 '졸업영화'가 공동수상했으며 최영준 감독의 '메리 크리스마스'는 특별언급됐다. 최우수 다큐멘터리 부문 상인 운파상은 김덕철 감독의 '강을 건너는 사람들', 김명준 감독의 '우리 학교'가 공동수상했다. 이 부문 특별언급은 '불타는 필름의 연대기'에게 주어졌다.

이와 함께 한국영화공로상은 마샬 크나벨(프리부르그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데라와키 겐(전 일본문화청 문화부장)이 수상했다. 한편 CJ엔터테인먼트가 판권을 구매해 국내에 개봉하는 CJ컬렉션에는 '크레이지 스톤'(닝하오 감독·중국), '울 100%'(도미나가 마이·일본), '일루전'(엘렌 라모스·파올로 비야루나·필리핀), '여우비'(호유항·말레이시아), '엄마는 벨리댄서'(웡칭포·리컹록·홍콩)가 선정됐다.

# 탄 취무이 감독

- "신인 감독상 수상 영화인 삶에 큰힘"

"너무 기뻐서 아직도 실감이 안나요.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아직 모르겠어요."

제11회 PIFF 뉴커런츠상 공동수상자인 탄 취무이(여·28·말레이시아) 감독은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그녀는 '사랑은 이긴다'라는 작품으로 이번 영화제에서 뉴커런츠상과 국제영화평론가협회상(FIPRESCI) 등 2개의 상을 거머쥐어 기쁨도 배.

"PIFF의 뉴커런츠상을 받았다는 것은 굉장히 영광스럽고도 중요한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아시아 최고 영화제에서 주는 신인감독상이니까요. 앞으로 제게 많은 힘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탄 감독은 "'사랑은 이긴다'는 후버트 발스 기금을 지원받아 완성한 나의 장편 데뷔작이어서 더욱 기쁘다"고 덧붙였다.

심사위원장 이스트반 사보 감독은 "아주 아름다운 영화이다. 대도시로 떠나는 한 시골소녀가 현실과 도덕성 사이에서 겪게 되는 일들을 영화적 언어로 잘 담아냈다"고 평가했다. 또 FIPRESCI상 심사위원들은 "대담한 문장 구조와 음향 및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조합한 점이 돋보였다"고 상을 준 이유를 밝혔다.

탄 감독은 "쿠알라룸푸르에서 다후앙픽처스라는 작은 그룹에 속해 있는데 여기서 제작과 연출을 꾸준히 해온 것도 내 영화언어를 가다듬는 데 도움이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녀는 지역신문과 잡지에서 칼럼니스트로 일하다 말레이시아 독립영화계에 뛰어들어 단편 5편을 찍었다. 이 가운데 '탄중말림의 나무 한 그루'는 제51회 오버하우젠단편영화제에서 작품상을 받았다.

# 양헝 감독

- " 작가주의 영화 제작 든든한 버팀목 될것"

"매우 기쁩니다. 이번 상이 제가 앞으로 꾸준히 영화를 찍는 데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올해 PIFF의 뉴커런츠상 공동수상자인 '빈랑'의 양헝 감독(중국)은 "이렇게 중요한 상을 타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의 출품작 '빈랑'은 뉴커런츠 심사위원들에게서 "새로운 영화적 가치를 보여줬으며 모든 배우들의 연기력이 뛰어났고 영상미 또한 압도적이었다. 특히 아름다움마저 느껴지는 고요의 순간을 잘 담아낸 수작"이라는 평을 받았다.

"빈랑은 중국 후난 지방에서 나는 식물의 씨로 만든 껌 같은 것인데 씹으면 취기가 느껴진다. 영화의 주인공들인 17~18세 청소년들의 우정과 방황을 나타내고자 제목으로 잡았다"고 양헝 감독은 말했다. 영화 '빈랑'은 무기력하고 미래가 없는 젊은이들의 초상을 통해 청춘의 순간을 그려낸 독특한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그는 "첫날에는 마이크가 고장났고 둘째날에는 마이크가 말썽을 부렸고 며칠 뒤에는 주연배우가 헤어스타일을 자기 마음대로 바꿔버렸다"며 중국에서 독립적인 방식으로 작가주의 영화를 찍는 어려움을 표현했다. 2001년 베이징영화학교 촬영과를 졸업한 후 독립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면서 단편영화를 찍어온 그에게 '빈랑'은 장편 데뷔작이다. 양 감독은 "특별히 향후 계획이라고 말할 만한 것은 아직 없고 이대로 나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들을 꾸준히 찍고 싶다"고 담담하게 수상 소감을 밝혔다. 무뚝뚝해 보이는 그의 표정 뒤에서는 영화를 향한 결기 같은 것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