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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숲길] 울주세계산악영화제와 같이 꾸는 꿈 /정일근

  • 정일근 시인·경남대석좌교수
  •  |   입력 : 2021-04-06 19:26:29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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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금 ‘영화의 산’을 단독 산행으로 오르고 있습니다. 지난 2일부터 11일까지 열리는 ‘제6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UMFF)에 ‘즐거운 관객’으로 참가하고 있습니다. 영화제는 간월산 아래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를 중심으로 ‘늘 푸른 산’을 주제 아래 43개국 146편의 영화가 상영됩니다. 저는 일찍이 이 지면을 통해 울주세계산악영화제를 ‘영화의 산’으로 비유했습니다. 이제 꽃 피는 봄으로 자리를 옮긴 영화제는, 코로나19 이후 중단된 문화예술 향유에 대한 갈증을 오래 겪다보니 ‘4월의 영화제’로 신생하는 울주세계산악영화제는 마치 겨울을 이기고 봄으로 가는 꽃 피고 새 우는 비상구 같았습니다. 좋은 기회라 여러 날 간월산 아래 자리를 잡고 영화의 산을 오릅니다. 아마 이건 축복일거라 생각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의 바다’라는 이름으로 부릅니다. 여기 울주세계산악영화제에는 높고 낮은 다양한 영화의 산들이 영남알프스 산군들과 높이를 견주며 솟아올라 있습니다. 이런 영화의 산을 오르는 즐거움을 영화제 현장에 참석하지 않는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합니다. 산을 오르지 않는 사람들이 산의 열락을 알지 못하듯, 스스로 영화의 산을 오르지 않는 사람은 대자연이 배경이 되는 산악영화의 묘미를 알지 못합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지켜본 울주세계산악영화제는 튼튼하게 뿌리를 내린 것 같습니다. 태풍과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두 해를 이어 개최하지만 유연하게 대처하는 시스템이 보기 좋습니다. 영화의 산을 오르는 관객의 입장은 누구든 편안합니다. 그건 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영화제는 개막작이 산행의 이정표처럼 중요한 것 같습니다. 지난 2일 상영된 개막작은 ‘K2:미션 임파서블’입니다. 스와보미르 바트라 감독의 다큐멘터리로 K2 정상에 올라 세계 최초로 스키로 하강한 안제이 바르길의 감동 스토리였습니다. 히말라야 산맥에서 에베레스트 다음으로 높은 해발 8611m의 K2는 전문 산악인들도 오르기 힘든 산입니다. 무산소, 단독 산행으로 정상에 선 안제이 바르길은 그 험한 산을, 자칫 잘못하면 생명을 잃는 하산 코스를 스키를 타고 내려와 세계인의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 산악영화제의 큰 주제는 ‘대자연’과 ‘도전’입니다. 산악 다큐멘터리가 보여주는 ‘파이팅’이 관객을 집중하게 합니다. 우리에게 절망하지 않고 도전하게 만드는 용기를 선물합니다.

울주세계산악영화제는 일반 상영관을 중심으로 온라인상영관, 별빛야영장 등 다양하게 운영됩니다. 또한 언양읍의 서울주문화센터와 범서읍의 울주중부청소년수련관까지 공간을 확대해 어디서든 마음에 드는 영화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런 방법으로 공간의 다양화를 꾀한다면 울주 전체가 영화상영관으로 변할 수 있을 것으로 상상해 봅니다. 울주세계산악영화제는 그동안 ‘울주세계산악문화상’을 제정해 세계적인 산악인과의 만남을 주선해왔습니다. 그동안 ‘지구의 아들’ 릭 리지웨이, ‘최초의 프로 산악인’ 크리스 보닝턴 경, ‘8000m의 카메라맨’ 쿠르트 딤베르거 등을 선정해 국내 산악인들의 고산 등반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 왔습니다.

올해는 세계적인 여성 클라이머 카트린 데스티벨의 도전을 기록한 ‘비욘드 더 서밋’을 상영했습니다. 다큐를 넘어 등정을 통해 산이 주는 자유와 열정, 정상에 도달했을 때 유대와 기쁨을 생생하게 전달했습니다. 또한 영화가 끝난 뒤 프랑스 현지와의 영상통화로 관객과 대화했습니다. 영남알프스 영상체험관 1층에 그녀의 전시관이 마련돼 있어 도움이 됩니다.

저는 이번에 영화제 집행위원장 배창호 감독이 추천한 티베트 극영화 ‘진파’를 보았습니다. 해발 5000m의 고원, 사람이 살지 못하는 무인지대인 거칠고 황막한 ‘커커시리(可可西里)’를 배경으로 단순하고 거칠게 진행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만약 내가 당신에게 나의 꿈을 이야기 하면 아마도 당신은 그것을 잊을 것입니다. 만약 내가 당신을 나의 꿈으로 끌어들이면 같은 꿈을 꾸게 될 것이다’는 티베트 속담을 주제로 했습니다.

저도 영화제의 꿈 속에서 이 영화제와 하나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울주세계산악영화제에서 당신을 만난다면 당신과 같은 꿈을 꾸고 싶습니다.

시인·경남대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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