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을 이용한 범죄행위가 갈수록 기승이다. 드론의 항공법 위반 사례는 부산에서만 최근 4년간 39건이고 전국에선 185건에 이른다. 몰래카메라 촬영, 국가 중요시설 불법 비행 등 유형도 다양하다. 국내 사례는 아직 없지만 테러에 악용되는 일도 외국에선 심심찮게 등장한다. 그러나 이들을 쫓는 법은 몇발짝 늦고 단속 인력도 부족하다.

사람들이 겪는 드론 피해 중 가장 일반적인 것은 사생활 침해다. 공공장소는 물론이고 심지어 주거공간까지 노출되는 일이 심심찮게 벌어진다. 며칠전 부산 수영구에서 고층아파트 입주민들의 은밀한 사생활까지 촬영한 사람들이 붙잡혔다. 범행에 사용된 드론이 추락하는 바람에 덜미가 잡혔지만 대부분의 경우 처벌이 쉽지 않은 게 이런 범죄의 특징이다. 고의성 입증이 어려워서다. 처벌 수위도 약하다. 원자력발전소나 군부대 같은 비행금지구역 촬영이 과태료 수준이다. 드론은 적발했으나 조종자를 못 찾는 일도 흔하다.

범죄에 사용되는 드론이 대부분 눈에 잘 안 띄는 소형임을 감안하면 단순히 크기가 작거나 레저용이라는 이유로 그냥 둬서는 안된다. 우리도 내년부터는 신고의무 중량을 현재 12㎏에서 2㎏으로 낮출 계획이긴 하다. 그러나 프랑스는 800g, 일본은 200g인데 비하면 이조차 너무 느슨하다. 당초 하한을 250g으로 하려 했으나 드론 산업 발전에 저해될 우려가 있다는 불만을 받아들인 결과라고 한다.

드론은 택배 방역 측량 순찰 등 장점이 많다. 정부가 드론 산업 성장을 위해 지나친 규제는 피하려는 입장임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새로운 문명의 이기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이 늘어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지금 우리 머리 위에는 정식 등록된 것만 1만2000여대, 소형까지 합하면 10만여대가 떠다닌다. 드론 소지자에 대한 증명을 보다 강화하는 한편 단속 전담인력 구축, 법 체계와 처벌 수위 정비 등을 서둘러야 더 큰 문제를 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