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대부분 오랫동안 젊고 건강하게 살기를 바란다. 또 누구나 한 번쯤은 늙거나 죽지 않는 영생을 꿈꾸기도 했을 것이다. 이전 진시황은 불로초, 한무제는 연단술을 통해 불로장생을 염원했다. 현대 들어 일부 영화나 드라마의 주제 역시 우리 마음 한편에 자리 잡은 노화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잘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어느 누가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는 이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 있겠는가? 최근 삶의 질이 향상되면서 무작정 오래 사는 것보다는 사는 동안 얼마나 젊음을 유지하며 건강하고 즐겁게 사느냐, 즉 양보다 질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노화를 지연시키는 항노화(Anti-aging)라는 사회적 이슈를 자연스럽게 등장시켰다. 이러한 항노화는 사회적 흐름인 고령화라는 글로벌 메가트랜드와 만나 인근 산업과 융합되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되었다. 이를 항노화 산업이라 하는데 고령화 사회를 이끌어갈 융·복합 산업으로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신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우리 부산은 고령화 사회를 지나 머지않은 2021년에는 초고령화 사회(노인 인구 비율이 20.1%) 진입을 앞두고 있으며 이런 사회적 현상은 복지, 의료, 경제, 노동 등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렇듯 고령화라는 사회적 흐름에 따라 노화를 지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이 시도된다.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의약품을 비롯한 건강보조식품의 섭취와 식이요법(영양 관리), 모발·피부·외모(화장)·수면관리, 운동과 힐링 등을 들 수 있다. 그중 가장 원초적이며 많은 연구결과로 효과가 검증된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운동이다.

그렇다면 운동은 어떻게 노화를 지연시킬 수 있을까? 노화의 몇몇 가설에 따라 기전도 차이가 있겠으나 최근 대중매체에 보도된 이슈는 규칙적인 운동이 세포 내의 에너지(ATP)를 만들어내는 발전소에 맞춰져 있다. 즉,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을 원활하게 유지하도록 도와 노화를 지연시키며 심혈관계질환 및 당뇨병 등의 대사적 질환까지도 억제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중강도(땀이 촉촉이 나고 숨이 찰 정도) 이상의 운동보다 고강도 인터벌 운동(HITT, high intensity interval training) 높은 강도의 운동과 짧은 휴식 또는 저강도 운동을 번갈아 반복하는 트레이닝이 고령자의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더욱 활성화한다는 흥미로운 연구도 최근 생명과학 분야의 유명 국제학술지인 '셀 메타볼리즘'에 소개된 바 있다.

하지만 단지 신체적인 면만이 노화를 지연시키는 최선의 방법은 아니며 정작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은 바로 정신적인 면일 것이다. 최근 정신질환은 날로 증가하는 추세이며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는데 이는 과다한 업무나 대인관계에 따른 스트레스, 마음의 상처, 불안, 우울증세 등 바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지친 우리의 마음과 정신 상태를 잘 대변하고 있다.

그런데 운동은 이와 같은 정신적인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음이 입증되고 있다. 규칙적 운동은 육체적인 면 인체의 노화를 지연하는 항산화 물질(SOD, GPX)과 항노화 호르몬(GH, DHEA) 분비를 활성화할 뿐만 아니라 뇌의 노화를 방지하고 새로운 신경세포를 생성하는 데 도움을 주는 물질(BDNF)을 증가시킨다. 게다가 정신적인 면 행복과 안정감을 주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라토닌(5-HT)의 생성을 두루 제공하니 종합선물세트와 같다.

이에 필자는 노화를 지연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규칙적인 운동이라 주장한다. 요즘처럼 운동하기 좋은 계절이 되면 작고하신 은사님의 말씀이 가끔 뇌리를 스친다. "김 선생아, 자네의 두 다리가 의사다!"

영산대 태권도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