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청약률 100 대 1 육박
- 아파트값 상승 7% 넘어
- 전매율은 26% 서울의 4배
- 8년 만에 재지정 논의 대상

- 부동산 안정 도움되지만
- 지역경제 급랭 우려
- 정부는 속도조절 고민
- "지역별 맞춤대책 내겠다"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정부가 과열 양상을 보이는 주택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한 카드로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부산도 지정 대상이 될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 특히 부산의 부동산 시장은 수도권 외 지역 중 가장 활황을 보여 정부가 실제로 지정을 강행할 경우 8~9년 만에 대상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업계에서는 투기과열지구가 지정되고 분양권 전매 제한 등의 조치가 취해지면 부동산 가격이 안정될 수 있다는 것과 지역 부동산 시장의 급속한 냉각을 우려하는 시선이 공존하고 있다.
■최고 청약·인상·전매율

투기과열지구는 주택 월매매 상승률이 전국 물가상승률을 현저히 웃도는 지역을 대상으로 한다. 구체적으로는 ▷주택공급이 있었던 직전 2개월간 해당 지역 청약경쟁률이 5 대 1을 넘거나 국민주택 규모(85㎡) 이하 주택의 청약률이 10 대 1을 넘는 곳 ▷주택 분양 계획이 전월보다 30% 이상 감소한 곳 ▷주택 건설 사업계획 승인이나 건축 허가 실적이 급격하게 감소한 곳 ▷주택 공급량이 1순위 청약자보다 크게 적은 곳 등이다. 부산은 특히 청약경쟁률이 높다. 최근 523 대 1을 기록한 명륜자이를 비롯해 마린시티자이(450 대 1), 대연 자이(330 대 1) 등 올해 전국에서 분양한 아파트 청약경쟁률 1~5위는 모두 부산지역 아파트였다.

분양권 전매 비율도 전국을 웃돌고 있다. 영산대 주택·도시연구소가 올해 1~8월 한국감정원의 '아파트 월별 거래원인별 거래 자료'를 바탕으로 분양권 전매 실적을 분석한 결과 부산의 분양권 전매 비율이 2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전국 평균(15.3%)을 웃도는 수준이며, 서울(6.3%)의 4배가 넘는다. 영산대 서정렬 교수는 "이는 실수요자보다는 분양권 전매를 통한 투기적 수요가 여전히 많다는 의미"라며 "분양권 전매 제한 등 선별적인 제한조치가 지역에 맞게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양권 전매는 결국 아파트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분양가 인상과 기존 아파트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올해 1월 1일을 기준으로 지난 14일 현재 부산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7.09%로, 전국 평균(3.14%)을 훨씬 웃돌았다. 특히 13.11% 상승한 해운대구와 10.97% 오른 수영구가 견인차 역할을 했다. 해운대구 일부 아파트는 30% 이상 오르기도 했다.

■부산 2003~2008년 지정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주택시장 안정 등 순기능도 있지만 지역 경제 침체 등 부작용도 불러올 수 있다. 부산은 2003년 10월 해운대구와 수영구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데 이어 11월 전 지역이 과열지구에 포함됐으며, 2007년 말~2008년 초 잇따라 해제된 바 있다.

이영래 부동산서베이 대표는 "부산은 올해 신규 아파트 물량이 1만2000세대로 금융위기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라 공급이 부족했고, 저금리에 서울 집값 상승 영향으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어 지정 요건은 충분하다"며 "만약 정부가 추진한다면 서울 강남을 우선 지정한 후 부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동의대 강정규 교수도 "묻지 마 투자자가 너무 많은 상황이라 시장에 경고음을 울린다는 측면에선 투기과열지구 지정이 필요하다"면서도 "단지 지역 경제가 위축될 위험성도 안고 있는 점은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도 신중한 접근

기획재정부 이찬우 차관보는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개최한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일부 지역의 부동산 과열 조짐과 관련해 "정부는 '서지컬(외과수술 방식)'한 맞춤형 대책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서울에서 강남과 강동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재건축 주택 가격이 많이 상승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게 부동산 시장 전반의 문제인지는 판단해볼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차관보의 발언은 부동산 시장 규제 정책 도입 속도를 조절하고, 지역별로도 차별화된 대책을 펼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정현 하송이 기자songy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