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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방호정의 우리동네 록스타 <5> 지니어스(GENIUS)

이들의 목표는 세계적인 록스타, 어쩐지 웃어넘길 수 없네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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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5-07-05 18:4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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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밴드 지니어스. 사진=임소영
어쩔 수 없는 '중구 천재', 곱고 맑은 영혼 김일두의 솔로 활동이 워낙 두드러지는 바람에, 어쩌면 그를 투박하지만 따스하고 서정적인 발라드를 부르는 싱어 송 라이터로만 아는 이도 많겠지만, 김일두는 태생이 록커다. 그가 불러 온 노래 가사 속에도 분명 '당신이 진심으로 원한다면 담배뿐 아니라 록앤롤도 끊겠어요'라고 록커로서의 정체성을 밝힌 바 있다(로큰롤도 끊겠다는 가사는 뭐, 말이 그렇다는 뜻으로 짐작된다. 포장하자면 시적 허용 그런 거다). 드럼을 치는 미국인 케이시 멕키버(한국 이름 리청목)와 베이스를 연주하는 대만계 미국인 스티브 C가 함께하는 다국적 로큰롤 연맹 밴드 지니어스의 핵심 목표는 바로 세계적인 록스타가 되는 것이라고 겸손하게 밝히고 있다. 부산을 기반으로 국내는 물론, 틈나는 대로 대만, 일본, 미국까지 국경을 넘나들며 로큰롤 한류 열풍을 일으키려는 시도를 거듭하는 그들의 행보는 엄청난 부와 명예만 제외하면 이미 로큰롤 스타와 다를 바 없다. 전 곡 가사를 영어로 만든 것 역시 내수용이 아닌 로큰롤 한류, 해외진출 외화벌이의 원대한 야망이 읽히는 부분이다. 귀 기울여 들어보면 대부분 해석이 되는 욕설+중학교 수준의 영어는 아마도 다양한 청자들의 수준을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 자비로 미국 투어…해외진출 꿈

2013년 7월. 밴드 지니어스는 누구도 불러주지 않았지만, 각자 직장을 그만두고 자비로 미국 투어를 감행했다. 투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묻자, 김일두는 멤버이자 친구들인 스티브와 케이시의 가족을 만난 것이라고 했다. 언뜻 당연한 얘기지만, 친구의 가족이 하나같이 친구와 닮아 있는 게 새삼 신기했다고 한다. 서울에서 만났던 미국인 친구가 미국 투어 공연장에 예고 없이 나타나 재회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세계가 생각보다 좁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언젠가 스티브에게 김일두는 어떤 친구냐고 묻자 엄지를 치켜세우며 "좋은 쓰레기"라고 대답했다. 아직 한국말이 서투른 스티브의 대답 진의는 정확히 파악하진 못했지만, 아마도 좋은 친구라는 의미일 거라 짐작하고 있다.

■ '무모하지도 않은' 로큰롤 꿈꿔

지난달 10일. 지니어스는 '인디계의 서태지'라 불리던 '장기하와 얼굴들'을 배출한 인디레이블 붕가붕가 레코드와 계약하여 미니앨범 'Lucky Mistake'를 발표했다. 타이틀 곡인 'Until I'm 88 years old'는 88세가 될 때까지 건강하게, 꿈을 지키며 살고 싶다는 의외로 건강한 메시지를 던지는 곡이다. 심지어 욕설도 없다. 종종 서울에서 공연할 때도 홍대 앞보다 이태원에 모인 외국인들에게 더욱 열광적인 반응을 끌어내는 지니어스의 무대를 보고 어쩌면 해외진출을 향한 긍정적인 가능성을 발견했는지 모르겠다. 만약 그렇다면, 붕가붕가 레코드의 안목에 박수를 치고 싶다. 퇴직금을 털어 아메리카 투어 공연을 강행하는 무모함, 오래된 핫뮤직 같은 잡지에서나 발견될 법한 단어인 '록스타'를 꿈꾸는 시대착오…. 이 모든 것이 준비된 록스타의 기본자세가 아닐까. 무모하지도 시대착오적이지도 않은 로큰롤이 말이나 될 법한 소리인가. 거기다가 하얀 러닝셔츠를(사실 '난닝구' 라는 표현이 그에겐 더 잘 어울리지만) 걸치고 귓가에 담배 한 개비를 꽂은 채 열정적으로 노래하는 모습이 가끔은 만취 상태로 고성방가를 일삼는 머리 큰 동네 아저씨를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어쩌다 가끔은 마치 잘생긴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착시 효과를 일으키는 김일두의 독특한 외모 역시 부산 사투리 억양이 느껴지는 영어 발음과 함께 영미권의 음악 신에서는 쉽게 발견할 수 없는 개성이자 매력일 것이다.

■ 전업 뮤지션의 삶 테스트 중

오는 12일. 지니어스는 서울 이태원의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 지하 언더스테이지에서 선배 밴드 로다운 30과 함께 미니앨범 발매 공연을 한다고 한다. 정확한 시기는 미정이지만 내년에 지니어스의 새로운 정규 앨범을 완성하기 위해 꾸준히 곡 작업을 하고 있다. 솔로 활동과 밴드 지니어스 활동을 병행하는 김일두는 얼마 전, 인테리어 공사 일을 그만두고 부산에서 전업 뮤지션의 삶이 가능한지 스스로 실험해보는 중이다. 그동안 수없이 거듭해온 실험이었다. 이번엔 과연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까 궁금해하던 내게 김일두는 단호한 눈빛과 목소리로 말했다.

"행님, 저는 이미 제 인생을 베팅했습니다. 인자는 더는 일 해서 돈 안 벌 겁니다. 그냥 주변에 돈 많은 사람이 있으면 좀 빌리려고요. 딱 3000만 원만 빌 리가, 2000만 원은 빚 갚고 남은 1000만 원을 들고 가서 그 일부로 감자를 살 거예요."

감자는 뭐하게? 멍청한 나의 질문에 김일두는 대답했다.

"삶아야죠."
   
비록 나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이토록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는 김일두 앞에서 아무 생각도 없이 그저 하루를 살고 있는 나 자신이 몹시 부끄러웠다.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우주가 응원한다 했으니 그의 계획도 순조롭게 풀려 언젠가 함께 따끈하게 감자를 삶고 싶다. 어쩌면 지금껏 그렇게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그들만의 방식으로 로큰롤 스타의 길을 개척해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말 그대로 그들은 GENIUS. 천재들이니까.

작가·다큐멘터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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