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칠곡·울산 아동학대 사건의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친아버지가 생후 28개월된 아들을 방치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하자 시급한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 등은 집안에서 은밀히 이뤄지는 아동학대를 방지하기 위해선 가족, 친인척, 이웃 주민 등의 적극적 관심과 신고 등이 각별히 요구된다고 입을 모았다.

또 안전 사각지대 제거를 위한 행정당국 등의 적극적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북 구미에 사는 정모(22·무직)씨는 지난 2월 24일 아내(22)와 별거 후 28개월 된 아들을 방치했다가 숨지게 한 것으로 밝혀졌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공장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아내 대신 양육을 맡았지만 아버지 정씨는 PC방과 찜질방을 전전하며 게임에만 집중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교시절 게임을 하다가 만난 아내와 살림을 차린 정씨는 지독한 게임 광이었던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2살짜리 아들을 방치해 두면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끔 집에 들러 확인 후 다시 외출했다.

전투에서 이겨 순위를 올리는 한 유명 온라인 게임을 즐겼다고 경찰은 밝혔다.

정씨는 지난달 7일 아들이 집에서 숨져 있는 것을 확인했지만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24일간 내버려뒀다.

이어 시신을 담요에 싼 뒤 11일간 아파트 베란다에 내팽개쳤다가 지난 11일 100ℓ들이 쓰레기 봉투에 담아 버린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를 통해 이런 행각이 알려지자 시민들의 분노가 온·오프라인 상에서 들끓고 있다.

아이디 'love****'를 사용한 한 네티즌은 "부모 자격이 된 사람만 아기를 낳자.

죽도록 낳고 싶고 안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사람한테 입양하지…"라고 밝혔다.

또 다른 네티즌(아이디 'whek****')은 "피씨방 돌아다니다가 애를 죽여? 남의 집아기도 그렇게 방치는 안하겠다…아무리 막장이라도 저건 말이 안되지 않나?"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처럼 외부로 노출되지 않은 아동학대의 경우 가족과 이웃 등의 관심·신고가 특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영숙 대구대 가정복지학과 교수는 "취학 전 아동의 경우 외부 노출 빈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학대가 이뤄질 경우 결정적인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알게 된다"며 "이 때문에 이웃과 주변 가족들의 관심이 중요하며 조금이라도 이상한 점이 발견될 경우 적극적으로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씨 부부의 부모들이 인근에 살았지만 손자가 학대받고 있다는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조사됐다"며 "평소 왕래도 잦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안전·복지사각지대 발굴을 위한 지자체 등의 적극적 노력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실제 지난 2월 발생한 '서울 송파 세모녀 사건' 이후 전국 지자체는 지난 한달간 복지사각지대 발굴 등을 위한 일제조사를 벌였다.

하지만 중·고등학교 자퇴 후 생활고에 시달렸던 정씨 부부는 발굴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구미시는 "이웃 주민 또는 본인 신고가 있어야 하는데 전혀 없었다"며 "또 부부가 젊고 실제 부인이 일하고 있기 때문에 신고했더라도 기초수급대상 등에 해당되지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지자체가 조금 더 면밀한 발굴작업을 진행했더라면 아동 방치 실태를 파악하고 외부 기관과 연계해 아이가 숨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있다.

이와 함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자신의 어려움을 적극 호소할 수 있는 환경 조성도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은재식 우리복지연합 사무처장은 "말을 못하는 아동들이 인권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는 것을 적극 발굴하려는 지자체 등의 노력이 절실하다"며 "또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없는 환경에 처한 부모들이 지자체에 적극적인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아동학대 방지를 위해 오는 9월부터 '아동학대 예방 및 피해아동 조기발견·보호 종합대책'을 실시한다.

대책엔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오면 경찰이 즉시 개입해 수사하게 되며 가해자에 대한 처벌도 대폭 강화된다.

특히 가해자가 부모일 경우 퇴거, 접근금지 조치를 하고 친권행사도 일시적으로제한하거나 정지키로 했다.

현재 의사·교사 등 24개 직군으로 된 신고의무자 직군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신고하지 않을 때 과태료를 철저하게 부과할 방침이다.

디지털뉴스부